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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그때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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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3-26 ㅣ No.244

[신앙과 심리] 그때로 돌아가면 좋겠어요

 

 

온순한 표정으로 40대쯤 되어 보이는 한 자매가 상담실에 들어와서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상담을 의뢰한 내용을 보니 게임중독에 빠진 중학생 아들에 대한 내용이었고, 힘들어 보이는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이는 원래 공부 밖에 몰랐어요. 공부를 매우 잘해서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아 학교에서 이름이 알려졌고 6학년 때 이곳으로 이사 오니 전교 1등하는 아이가 온다고 다른 아이들 엄마들이 긴장했다는 말도 들었어요. 지금은 게임에 빠져 있지만 어려서부터 특목고에 가려고 준비해왔는데 앞으로 잘 치유되어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좋겠어요.”

 

아들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이사를 했는데, 중학생이 되며 내성적인 성격의 아들은 친구를 사귀지 못해 소외감을 많이 느꼈다. 공부마저 흥미를 잃고 게임에만 빠져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점점 지나치게 게임에 중독됐고 급기야 헤어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초등학생 때 늘 우수한 성적을 내던 아들은 중학생이 된 후 학교생활이 힘들어지자 성적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험을 포기하고 끝내 등교를 거부했다. 밤에는 게임으로, 낮에는 잠을 자며 공부에 대한 의욕을 상실해 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타까워했다. 더구나 아이는 학교 가는 조건으로 비싼 게임 아이템 구입을 요구하고, 등교를 강요하는 부모에게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며 협박까지 했다. 이런 상황을 감당하기 힘든 부모는 궁여지책으로 지역 센터를 통해 상담을 신청했고 엄마도 함께 상담을 받게 되었다. 

 

현 입시제도 하에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주된 걱정은 아이의 성적과 게임중독이다. 학창시절 모든 성과를 성적 위주로 생각하게 된 세태에서 게임중독에 빠진 자녀를 둔 부모는 충격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도한 학업과 성적 부담에 눌린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많지 않기에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에 빠져든다. 게임은 적당하게 조절하면 아이들이 잠시 머리를 식히는 쉼의 기능을 하지만, 의지와 자기조절 능력이 약한 아이들의 경우 중독에 빠지기 쉬운 역기능이 강하다. 

 

특별히 자녀의 게임중독에는 부모의 양육태도와 의사소통 방식이 많은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다. 그래서 청소년기 이하의 자녀 상담에는 대부분 부모 상담이 이루어져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노력하고 극복해야 한다. 

 

아이 엄마는 어려서부터 온순하고 순응적인 성품으로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부부관계에서 자신의 입장을 말하거나 욕구를 표현하기 어려워했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심리적인 공허함을 오직 자녀의 성적을 올리는데 집중해 대리만족을 얻으려 했다. 이렇듯 부부관계가 원만치 못한 엄마들은 자녀에 대한 지나친 헌신을 통해 보상을 얻으려 한다.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한 엄마 역할은 아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도널드 위니컷은 스트레스가 올 때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은 자율성이고, 위기 때는 주도권이, 좌절에는 공격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자녀안에 잠재된 참 자아가 발휘되도록 돕고 자존감을 갖고 창의적으로 생생한 자신감을 갖고 살게 하려면 건강한 정서 발달이 필요하다. 자녀가 자율성, 주도성 그리고 적절한 공격성을 가지려면 정서 발달 단계에서 안아주기(holding), 반영하기(mirroring), 점진적 실패 경험(적절한 결핍 체험), 그리고 공격성의 뿌리가 되는 과정과 놀이(playing)가 필요하다. 안아주기는 어머니의 보살핌과 유아의 모든 욕구를 채워주고 담아주는 것을 말한다.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보시고 ‘보시니 좋았다’라고 하셨는데 이는 미러링(mirroring)의 전형으로, 부모의 반영과 공감을 통해 자녀는 참 자아를 갖게 된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부모가 기뻐하니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성적이 나쁠 때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 두려워 거짓 자아를 갖게 된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면 게임을 통해 위로를 받으려 한다. 게임 중독에 빠져 등교를 거부하고 일상의 기능이 망가진 아이는 부모의 욕구에 맞추어 거짓 자아로 살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없자 더 게임에 빠진 것이다.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려면 자존감 회복이 필요하다. 이 과정 중에 부모의 양육 태도가 먼저 바뀌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빠른 적응만을 생각해 성급하게 정신과에 아이를 입원시켰고 상담은 조기종결되고 말았다. 결국 아이에게 꼭 필요한 적응의 시간을 간과한 것이다. 방학 중에 빨리 치료를 받아 새 학기부터 성적관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부모는 아이의 두려움을 놓치고 말았다. 그 선택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모의 욕구가 아니라 아이를 비롯하여 가족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것이 생략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아이의 등교 거부를 통하여, 공부만을 강요한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고 변화를 찾는 것이 상담과정이며, 그것은 아이가 엄마의 태를 열고 세상에 나와 그 아이와 부모가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가기’ 위하여 꼭 필요한 회개와 참사랑의 과정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4년 1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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