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맛들이기: 충만한 기도 생활의 첫걸음, 우리 삶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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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2-19 ㅣ No.1721

[기도 맛들이기] 충만한 기도 생활의 첫걸음, 우리 삶의 재구성

 

 

최근 제게 ‘뜻밖의 선물’ 같은 기분 좋은 일이 한 가지 생겼습니다. 저희 피정 센터 근처에서 기가 막힌 낚시 명당 포인트를 찾은 것입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기만 하면 씨알 좋은 우럭들이 폭풍 입질을 해댑니다. 반건조시켜 센터에 오시는 피정객들에게 구워드리면 인기 만점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무 때나 잡히는 게 아니라는 것. 낚시는 타이밍이라고, 하루에 딱 한 번 바닷물 만조 시간 이후, 딱 한 시간 동안만 잡힌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낚시 명당 포인트를 발견하고 난 뒤로 제게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습니다. 제 하루 일상이 물때표에 맞춰 돌아가는 것입니다. 공동체 기도 시간 중에도 폭풍 입질이 오는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은 벌써 그리로 달려가 있습니다. 새벽 전례를 위해 빨리 취침을 해야 마땅한데, 밤늦은 시간에도 발길이 자동으로 그리로 향합니다. 머릿속은 온통 팔뚝만한 우럭으로부터 전해져오는 후드득하는 손맛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하고 정신 차려보니, 그놈의 우럭 때문에 제 기도 생활이 완전히 자기중심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한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물때 시간표가 아니라 공동체 시간표를 우선시한다. 가더라도 기도는 하고 간다.

 

부끄럽게도 오랜 세월 동안 삶의 우선순위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살아왔습니다. 보다 중요하고, 보다 본질적인 것, 보다 기본적이며, 보다 우선적인 것들이 한참 뒤로 물러나 있고, 부차적인 대상들, 비본질적인 것들, 정말이지 엉뚱한 것들이 제 삶의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한번 흐트러진 기도 생활을 바로잡으려니 얼마나 힘든지 모릅니다.

 

오늘 우리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눈만 뜨면 떠오르고 눈감아도 떠오르는 내 삶의 최우선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충만하고 행복한 기도 생활을 꿈꾼다면 먼저 삶의 우선순위들이 제대로 설정되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볼 일입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무엇이 좀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을 좀 더 자제하고 뒤쪽으로 변경해야 하는지? 우리 삶의 재구성, 삶의 재창조야말로 올바른 기도 생활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도에 익숙하고,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풍성한 자비와 넘치는 은총을 온몸과 마음으로 체험한 사람들에게 기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위대한 일, 가장 우선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기도는 어쩔 수 없는 순간에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수단이 아닙니다. 기도는 우리 삶을 인도하는 나침반이며 첫 번째 의지처입니다”(줄리 켈레멘, ‘기도 이렇게 해요!’, 생활성서).

 

[2021년 12월 19일 대림 제4주일 수원주보 3면,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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