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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올바른 성령 이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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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2-23 ㅣ No.231

경향 돋보기 - 주교회의 2008년 추계 정기총회 해설


“올바른 성령 이해”

 

 

“올바른 성령 이해”, 왜 만들었는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08년 추계 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가 제출한 문서 “올바른 성령 이해”(안)의 출판을 승인하였다. 이 문서를 작성하게 된 계기는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5월 19일 주교회의 상임위원회는 ‘성령쇄신운동’과 성모 신심을 전반적으로 평가하여 미래의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신앙교리위원회에 이를 검토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 요청에 부응하여 신앙교리위원회는 약 3년간의 연구 끝에 “올바른 성모 신심”이라는 소책자를 편찬하여 2006년 5월 25일에 발간하였다. 이어서 2년 반가량의 연구를 거쳐서 작성된 성령께 대한 문헌이 이번에 주교회의 총회에서 승인을 얻게 된 것이다.

 

문헌의 작성 동기는 서문에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성령쇄신운동’은 많은 신자들에게 회개와 쇄신의 은혜를 주었고, 신앙생활에 활력소가 되었으며 선교에 대한 열의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반면에 부작용과 피해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운동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선입견으로 무조건 반대하거나 경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령의 은총에 대한 바른 식별 없이 개인의 체험이나 치유, 신령한 언어 등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집착으로 건전한 신앙생활을 해치거나 교회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파벌과 분열도 생겨났다.” 이런 상황은 “현재 한국 천주교회의 ‘성령쇄신운동’이 바른 식별과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에 와 있다.”는 판단을 낳게 했고, 그래서 “바르고 건전한 ‘성령쇄신운동’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게 되었다.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가?

 

문헌은 서론과 본론 외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각 장마다 중요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 본다.

 

제1장은 구약과 신약 성경에 나타난 성령에 대해 다룬다.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 다음에 계시되었지만, 구원 역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성부와 성자와 함께 일하고 계신다. “구약성경에서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인간을 초월하는 분이시지만, 당신의 영을 통하여 세상과 인간과 통교하시는 분으로 드러나신다. 이스라엘 백성은 구원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영을 통해서 하느님의 능력을 체험하게 된다. 그들은 하느님의 영을 자신들의 존재와 생명의 근원으로, 곤경과 어려움에서 자신들을 구원해 주시는 분으로, 깨우침과 가르침을 주시어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도록 인도해 주시는 분으로 체험하고 기대하였다.”

 

신약성경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마태 16,16)로 증언하는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찬 분이시다. 또한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성령의 파견을 약속하셨고, 부활 뒤에는 실제로 그 약속을 실현하셨다. 성령께서는 제자들을 “내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공동체인 교회로 만들어주셨다. 이로써 구약의 예언자들, 특히 에제키엘이 예언한 바가 이루어졌다. 그는 하느님께서 장차 새 계약을 맺으실 때 이스라엘을 다시 모아 그들에게 새 마음 새 영을 넣어주시어, 그들을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만들어주실 것이라고 예고하였던 것이다(에제 36,26-28 참조). 교회의 시작에 함께하신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머물러 계시면서, 마치 인체 안에 있는 영혼과 같이 교회의 영적 생명 원리로 작용하신다. 곧 성령께서는 교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교회에 다양한 은사들을 풍성히 내려주시고, 이 은사들이 사랑 안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또한 그리스도께 대한 충실과 참된 자유 안에서 만방에 복음을 선포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다. 이렇게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계시면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만들어주시어 세상에 구원의 표징이 되도록 이끌어주신다.”

 

제2장은 장구한 교회 역사에서 성령께 대한 신학적 이해와 교회의 가르침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살펴본다. 구체적으로는 성령께 대한 교부들의 증언, 고대교회에 있었던 성령에 대한 이단적 교설과 이에 대한 교회의 대응, 중세에 있었던 성령과 교회제도를 대립적으로 보는 이단적 경향과의 투쟁에 대해 간략하게 다룬다. 계속해서 20세기에 등장한 성령께 대한 새로운 각성,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성령 이해와 공의회 이후에 시작된 ‘성령쇄신운동’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성령 이해에 대한 성서적, 역사적인 고찰에 이어서 제3장은 한국 가톨릭 교회의 성령쇄신운동에 초점을 맞추어 이 운동의 빛과 어둠, 곧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짚어본다. 문헌은 성령쇄신운동이 기존의 신심운동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에게 영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운동의 긍정적인 측면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성령쇄신운동을 통해서 많은 이들이 하느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하면서 신앙생활에 기본이 되는 성경 읽기와 묵상, 미사참례, 기도생활에 좀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울러 성령의 다양한 은사를 통해서 개인 삶의 긍정적 변화는 물론 가족간의 화목, 이웃과의 친교, 적극적인 선교 의지 그리고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라는 결실을 드러낸다. 이와 같이 성령쇄신운동은 하느님 현존에 대한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신앙쇄신과 내적치유가 이루어져 예수님께서 가장 큰 계명으로 제시하신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현하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고 평가된다.”

 

이어서 문헌은 성령쇄신운동의 그늘진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한국 가톨릭 성령쇄신 봉사자 협의회에서 발간한 여러 책에서도 성령쇄신운동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지적하고 있는데, “곧 성령 은사의 오해와 남용, 외적 은사에 대한 집착, 봉사자들의 자질 미흡, 전문 봉사자의 부족, 일부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의 일탈, 성령쇄신 운동에 대한 성직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지원의 부족, 기존 가톨릭 신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일부 기도회의 광적인 분위기, 남성과 청년들의 참여 저조 등이 그것이다.” 문헌은 이런 여러 문제점들 중에서 성령 은사의 오해와 남용 그리고 봉사자의 자질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왜냐하면 다른 문제들은 직 ? 간접적으로 이 문제와 결부되어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이른바 ‘가계치유’ 에 대해서도 비교적 상세하게 언급한다.

 

제3장은 다음과 같은 호소로 끝을 맺는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진하게 드리우기 마련이다. 따라서 빛과 그늘을 함께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빛과 그늘, 어느 한쪽만을 부각시키고 다른 한쪽을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인 자세는 옳지 않다. 일부 성령쇄신운동 참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빛만 바라보고 그늘을 간과하거나, 반면에 빛은 보지 않고 그늘만 강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빛을 발하는 긍정적인 측면은 소중히 간직하고 키워나가며,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은 지혜롭게 다스리고 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라고 하겠다.”

 

제4장의 내용은 은사 식별이다. 이미 성경 내에서도 하느님의 영만이 아니라 악령, 곧 거짓의 영 또는 더러운 영에 대한 언급이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은사 식별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2006년에 발간된 서울대교구 성령쇄신 봉사회의 연구 보고서 “성령쇄신 운동의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성령쇄신운동’의 참여자 상당수가 은사의 개인적 행사와 무분별한 남용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은사 사용에 관한 지침을 요청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는 오늘날 한국 가톨릭 교회의 성령쇄신운동은 식별의 은사가 매우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는 것을 대변해 준다. 이런 요청에 부응해서 문헌은 성경과 교회의 가르침 그리고 영적 식별의 경험에 근거해서 몇 가지 식별 기준을 제시한다. 곧 공동체의 선익, 사랑, 성령의 열매, 일치, 교도권에 대한 순종, 겸손, 이성이 그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누가 은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공동체의 선익을 해치거나, 사랑을 거스르며 성령의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또한 교회의 일치와 화합을 해치고, 교도권을 무시하거나 반대하면서 교만하고 반이성적인 태도를 취한다면, 그가 주장하는 은사가 참으로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인지 식별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가?

 

초대교회 공동체는 성령으로 충만하여 많은 은사가 교회 지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비길 수 있는 현상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전개된 ‘성령쇄신운동’을 통해 나타났다. 성령께서는 많은 신자들에게 회개와 쇄신의 은혜를 선사해 주셔서 그들은 활력에 넘친 신앙생활을 하면서 열정을 갖고 선교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도시대의 교회와 마찬가지로 이 특별한 은혜가 인간의 나약함과 욕망 때문에 공동체에 무질서와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상황을 바른 식별과 판단의 계기로 삼아서 건전한 신앙, 건설적 공동체 생활로 나아갈 것을 기대하였다. “여러분이 교회 모임을 가질 때에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있다는 말이 들리는데, 나는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하기야 여러분 가운데 분파도 있어야 참된 이들이 드러날 것입니다”(1코린 11,18-19). 신앙교리위원회도 바오로 사도와 같은 기대를 갖고 성령께 대한 문헌을 마련하였다.

 

이 문헌이 성령께 대한 이해를 좀 더 명확하게 하고, 그분이 주시는 은사를 올바로 이해하는 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교회의 구성원 모두는 성령의 은총을 감사히 받아들여 각자 받은 은혜를 자신과 이웃의 구원을 위하여 활용하고 봉사하는 데에 사용하게 되면 좋겠다. 또한 성령의 은사에 대한 식별력을 키우고, 바르고 건전한 쇄신운동에 일조하여 개인의 신앙생활은 물론이고 교회 공동체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교회의 목자들은 성령의 불을 끄지 말고 모든 것을 시험하여 좋은 것은 간직하고 악한 것은 멀리함으로써(1테살 5,20-22 참조) 성령의 은사가 교회의 성장에 유익이 되도록 인도하기를 기원한다.

 

*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 - 가톨릭 대학교 교수.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경향잡지, 2008년 12월호, 손희송 베네딕토 신부(가톨릭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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