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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회일치 문헌: 교회일치운동에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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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4-18 ㅣ No.232

문헌 풀어 읽기 - “교회일치 문헌”


교회일치운동에 관심을!

 

 

교회 쇄신과 현대세계에 대한 적응을 목표로 개최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년)는 현대 가톨릭교회의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공의회를 통한 교회의 변화 가운데 가장 주목할 점은 로마 사도좌에서 갈라져 나간 동방교회와 프로테스탄트(개신교)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태도 변화였다.

 

공의회 이전까지만 해도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을 통해 세우신 참된 교회가 로마 가톨릭교회와 동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공의회는 교회를 가시적 제도교회가 지닌 단일성에 앞서서 삼위일체 하느님과 일치하도록 부름 받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교회의 영적 일치를 강조하였다.

 

그 결과 과거 로마 가톨릭교회의 품에서 떠났다는 이유로 ‘열교’ 또는 ‘이단’으로 외면당하던 동방교회와 프로테스탄트는 비록 로마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지는 못하지만, 같은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며, 여러 가지 이유로 결합되어 고유한 교회성을 지닌 ‘갈라진 형제들’로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공의회 이후 로마 가톨릭교회는 이들과 긴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하나이고 유일한 교회의 일치를 재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교회일치 문헌 총망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는 “교회일치 문헌” 1, 2권을 펴냈다. 두 권의 방대한 문헌집에는 공의회 이후 활발하게 진행되어 온 가톨릭교회의 교회일치운동과 관련된 다양한 문헌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1권에는 일치운동의 가톨릭적 기본 원칙을 천명한 공의회 문헌 ‘일치교령’(1964년)에서부터, 교황청에서 제시한 일치운동의 다양한 규범과 원칙들을 담은 문헌들을 수록하였다. 특히 “교회일치운동의 원칙과 규범의 적용에 관한 지침서”(1993년)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하나 되게 하소서”(1995년)는 일치운동에 관한 제반 원칙과 규정들을 상세하게 담아 교회일치운동에 관심을 가진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하는 중요한 내용들이다.

 

또한 동방교회와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하여 이뤄낸 다양한 일치 관련 문서들과 세계교회협의회의 신앙직제위원회가 세계 교회 일치운동의 역사적 결실로 제시한 “세례, 성찬, 직무(리마문서)”(1982년)의 전문과 이에 대한 가톨릭의 응답 역시 중요한 일치 문헌으로 꼽힌다. 그 밖에도 프로테스탄트 교파들과 대화의 성과들도 담겨있는데, 그 가운데 지난 1999년 루터교세계연맹과 가톨릭교회 사이에 맺은 ‘의화교리에 관한 합동 선언문’은 종교개혁의 주요 원인이었던 ‘의화론’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이 결코 교회 분열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천명한 중요한 문헌이다.

 

2권에서는 1권에 이어 개신교 교파들 가운데 가톨릭교회와 신학적 대화에 동참한 성공회와 감리교, 복음교회와 한 대화의 결실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지난 2006년 7월 한국에서 개최된 교회일치를 위한 아시아 지역 주교 세미나에서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인 발터 카스퍼 추기경의 기조강연을 비롯하여, 최근 교회일치와 관련하여 급부상하고 있는 오순절교회와 가톨릭교회의 대화에 대한 보고서, 그리고 이에 대한 아시아 주교회의의 신학적 입장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 점이다.

 

 

교회일치운동에 더 깊은 관심을

 

그동안 한국 천주교에서는 교회일치와 관련하여 교황청에서 반포한 문헌들을 부분적으로 번역 소개한 바 있으나, 이번 문헌집에서는 이미 소개된 문헌들과 더불어 아직 한국 교회에 소개되지 못한 중요한 일치 문헌들을 완역하여 짜임새 있게 소개한다. 특히 이 문헌집이 한국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교회의 일치운동의 원칙과 결실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김희중 주교(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는 발간사에서 서로 갈라진 교회들이 상호 간에 가졌던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의 세례로 묶여 ‘한 분이신 주님’을 고백하는 교회일치운동에 한국 천주교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를 희망하였다. 또한 교회일치와 관련된 학술적 연구와 실천적 관심이 아직 미미한 상태에서 이 문헌집이 교회일치에 관심을 둔 사목자, 수도자와 평신도, 특히 미래 사목자인 신학생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2009년은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의 해

 

한국 천주교회는 올해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지속해 온 개신교와의 교회일치운동에 큰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일치주간(1월 18-25일)에는 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준비한 초안을 전 세계 교회가 공동으로 바치는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의 주제와 기도문으로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천주교와 개신교는 올해를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의 해’로 선포하였고, 지난 1월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홀에서 한국 교회에서는 최초로 3천 명이 넘는 천주교 개신교 신자들과 각 교단의 대표들이 함께 모여 한 목소리로 같은 그리스도 신앙을 고백하고, 교회일치에 대한 염원을 모은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러한 일치의 소중한 체험은 앞으로 천주교 개신교 신학자 대회와 학술 심포지엄, 남북 교회의 합동 기도회, 신학생들 간의 교류와 교단 성직자 축구대회, 그리고 교단장 간담회와 성탄 음악제를 통하여 더욱 심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공동 소명을 발견하는 데서부터

 

“하나 되게 하소서.”(요한 17,21)라는 그리스도의 간절한 기도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이가 하나의 교회를 갈망하며 하느님께서 계획하신 은총의 친교 속에 일치하기를 호소하시는 말씀이시다. 그래서 ‘일치교령’에서는 분열된 교회의 현실이 “그리스도의 뜻에 명백히 어긋나며, 세상에는 걸림돌이 되고,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선포하여야 할 지극히 거룩한 대의를 손상시키고 있다.”(1항)고 지적하였다. 일치를 위한 대화에서 성찬례와 교회론의 몇몇 주제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신학적인 쟁점들로 남아있다. 그러나 참된 교회일치운동은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를 증진시키고자 “갈라진 형제들의 상황을 공정하고 진실하게 반영하지 못하여 그들과 상호 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말과 판단과 행동을 삼가는 모든 노력”(일치교령 4항)에서부터 출발한다.

 

여전히 천주교의 장자의식과 한국 개신교의 보수적 배타주의는 우리가 넘기 힘든 산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진정한 일치는 서로의 입장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 공동 소명을 함께 발견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마음의 회개와 공동 기도, 성경에 대한 공동 연구, 그리스도적 복음적 생활 태도야말로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혼란 속에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표징으로서 한국 교회가 함께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교회일치 문헌집이 일치를 갈망하는 한국 교회에 교회일치의 작은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송용민 사도 요한 - 인천교구 신부.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으며, 인천가톨릭대학교에서 기초신학, 일치신학, 토착화신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경향잡지, 2009년 3월호, 송용민 사도 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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