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5일 (수)
(백)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교육ㅣ심리ㅣ상담

[상담] 신앙과 심리: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8-24 ㅣ No.267

[신앙과 심리]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

 

 

40대 K씨는 하나뿐인 초등학생 아들을 보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화를 내고,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결혼 10년 차인 남편에게 언제나 서운한 마음이 들고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과 벗어나고자 하는 두 마음이 있다. 간혹 과거를 돌아보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돌아보면 화가 나는 시간은 집을 벗어나려고 선택했던 초혼과 이혼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포함하여 불행했던 어린 시기까지 포함한다.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목말라 했고 반복되는 좌절감으로 집을 떠나고 싶었으나 실제로는 한번도 마음에서 부모를 벗어나지 못했다. 

 

K씨는 3남매의 중간으로 언니와 남동생 사이에 둘째로 낀 딸이다. 공부를 잘하는 두 형제와 늘 비교 당하면서 존재감이 매우 낮고 애정 욕구, 인정 욕구에 목말랐다. 권위적인 아버지와 차가운 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 노력했으나 성적을 중요시하는 부모 앞에서 늘 부족감을 느껴 공부 외의 다른 것에 노력하였다. 부모에게 사랑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이런 구조에서 자녀들은 자신이 근본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외로움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외롭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쓰고 주변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맞추며 거짓 자아를 만들면서 산다. 

 

그녀는 전문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는데 학력 열등감이 많았다. 이를 보완하려고 애교 부리는 그녀를 부모는 예뻐하다가도 다시 비교해 좌절감과 반발심을 느껴 집을 벗어나고 싶었다. 부모에게 거부당한 경험이 반복되면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자신이 아무런 쓸모가 없고 가치가 없다고 느끼게 되어 다른 사람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결혼이 어려움을 벗어나게 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쉽게 남자를 선택한다. 그녀가 가족을 떠나려고 서둘러 선택한 첫 남편과의 결혼이 4개월 만에 이혼으로 끝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다. 최광헌 교수는 ‘가족의 두 얼굴’에서 어릴 때 가족으로부터 비난 받고 무시당한 사람은 자신을 무관심하게 대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할 배우자 큰 상처를 받게 되는,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이혼을 친척들에게 감추는 부모에게 죄인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보속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다. 혼자 외국에서 도자기 공부를 하며 살았던 그때부터 강박적으로 청소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혼 4년 후에 집안의 권유로 이혼한 아픔이 있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재혼했는데 부모들이 보기에 괜찮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택했다. 두 번의 결혼 모두 부모 중심으로, 첫 번째는 부모에게 반발하기 위해 한 결혼이었고 두 번째는 부모 마음에 드는 사람이다. 10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남편 앞에서 늘 조심하는 마음이 들고 별로 정도 없이 살고 있다. 그녀는 1년 반 전부터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어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데 남편과는 냉랭하고 아들에겐 공부를 가르치며 화를 내는,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언니의 권유로 상담실에 왔다. 

 

남편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것과 벗어나고자 하는 두 마음은 어려서부터 유지해온 아버지와의 긴장관계가 재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권위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아버지에게 수동적으로 맞춰던 예전의 관계가 투사됐다. 남편의 비슷한 부분에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남편의 다른 모습을 보지 못한다. 이런 역동이 아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그녀와 어머니와의 관계처럼 어머니는 거부하는 대상이고 자기는 늘 부족하고 부적절하다고 느껴왔듯이 아들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아들을 거부하고 아들이 부적절하게 느끼도록 하고 있다. 그녀는 부모에게 받은 대우를 아들에게 반복하며 아들은 그녀의 기대(동일시)대로 그대로 학교에서 행동한다. 분노하는 많은 부모에게서 나타나는 역동으로 자신이 느끼는 것을 자녀가 다시 느끼도록 해온 것이다. 그녀의 냉정한 엄마도 상처받은 어린 시절로 인하여 딸을 따뜻하게 품지 못하였고, 그녀도 엄마역할의 롤 모델이 없었다. 이 반복성은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어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가 대물림되는 불행을 어떻게 풀 수 있는가? 

 

상담을 시작하며 그녀는 가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자신이 어릴 적 부모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음을 자각하였다. 어려서 두렵고 수치심을 느꼈던 부모가 불같이 화를 내고, 비교하고, 냉소적으로 말하는 것을 자신도 똑같이 하고 있음을 직면하고, 냉랭한 남편의 태도가 자신으로 인한 것임을 깨달았다. 먼저 그녀는 매일 반나절씩 힘겹게 지속해온 집안 청소를 줄였다. 마음속에 억압하고 있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는 무기력으로 불안이 가중되어 강박적으로 청소를 하며 가족들을 불편하게 하는 자신을 멈추고 나서, 집안이 편하게 느껴지면서 가족에게 긴장이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그녀는 육체적으로 힘들게 살며 자신을 몰아세웠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구와 정서를 돌보고 표현하며 가족을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는 어린 시절 모질게 한 것을 사과하며 용서를 구하고 그녀도 힘들었던 부모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40여 년 간 지속된 가족의 두 얼굴, 사랑과 미움으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불행한 시절이 막을 내리고 있다.

 

“행복하여라. 늘 두려워하는 마음을 지닌 사람! 그러나 마음을 완고하게 하는 자는 불행에 빠진다”(잠언 28,14).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8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2,147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