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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법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배경과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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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18 ㅣ No.538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배경과 목적


서로에게 귀 기울여 주님 뜻과 시대의 표징 식별하라

 

 

-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 로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불러모았다.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시노드)에 초대한 것이다. 가톨릭교회 안에서 세례받은 모든 이들은 17일부터 2년 동안 교회와 복음화를 위한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동참해야 한다. 교황이 9~10일 바티칸에서 공식 개막을 알린 이번 시노드는 17일 각 지역 교회에서도 개막해 ‘교구 단계 시노드’에 돌입한다. 평신도부터 주교에 이르는 모든 가톨릭교회 구성원은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주제를 경청하고, 나누는 시기로 보내게 된다. 모두가 참여하는 시노드의 의미와 중요성을 알아본다.

 

 

왜 공동합의적 교회인가

 

“하느님께서 제3천년기의 교회에 바라시는 것은 바로 공동합의성의 여정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10월 주교 대의원회의 제정 50주년을 기념한 자리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쇄신의 길을 따르는 공동의 여정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편 교회는 올해 참여와 경청, 식별, 사명 실천으로 이어지는 공동합의의 원리를 구성원 전체가 체험하고 구현하게 될 시노드에 돌입했다.

 

공동합의성(synodality) 혹은 공동합의적(synodal)이란 말은 시노드(라틴어 synodus, 영어 synod)에서 파생된 말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후 줄곧 강조해온 최신의 신학 개념이다. 그리스어 ‘함께’(syn)와 ‘길’(hodos)의 합성어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으로 풀이된다. 교회는 오랜 전승 안에서 초대 교회 때부터 하느님 말씀에 비춰 성령의 힘을 통해 여러 현안을 식별하고자 회의와 집회를 소집했고, 지역 교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시노드라 불러왔다. 이러한 탓에 지금까지 시노드를 추기경과 주교 등 고위 성직자들의 회의라는 좁은 의미로만 이해해왔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어원에 따른 진정한 시노드 정신이 세례받은 주님의 백성이 능동적인 참여와 대화, 경청으로 친교를 맺고, 성령의 뜻에 귀 기울여 주님께 더욱 나아가는 본래 교회의 생활방식임을 강조한다.

 

보편 교회가 2023년까지 2년 동안 공동합의적 교회를 위해 모든 교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시노드를 개최한다. 사진은 독일 교회가 지난해 교회 현안을 나누기 위해 펼친 시노드에서 사제와 평신도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CNS]

 

 

가톨릭교회를 이끄는 원리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서 발현되는 공동합의성은 가톨릭교회가 지닌 유일하고도 신비한 질서이자, 영적인 원리이다.

 

흔히 공동합의성을 다수결주의와 표결로 대변되는 민주주의 방식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는 성령의 이끄심 아래 회중의 참여와 친교, 사명 실천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동합의적 원리에 따라 발전해왔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모임이다. 말씀과 성사로 뭉친 가톨릭 신자들은 하느님과의 친교, 형제자매와의 친교를 통해 하느님 사랑을 재확인하고, 주님이 바라시는 바가 무엇인지 식별해야 하는 은사를 받았다. 공동합의성은 이처럼 사도직, 예언직, 왕직의 직무를 물려받아 복음을 증거하는 주체인 신자 개개인이 한데 모여 교회와 사회에 협력하고자 경청하고 대화하며 신앙감각을 발휘하는 교회 일치의 원리인 것이다. 토론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고, 결과를 도출하거나 대표를 선출하는 다수결 민주주의의 방식과는 목적과 과정이 전혀 다르다.

 

하느님 백성이 주님과 함께하는 시노드적 모습은 성경에도 잘 드러나 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을 불러모으셨고, 그 후손들은 이집트 탈출의 여정과 계약으로 하느님과의 여정에 함께했다.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을 믿는 모든 이를 세례와 성찬을 통해 하나로 불러모아 생명에 동참하도록 이끌었다. 하느님과 인류가 일치하도록 이끈 예수 그리스도의 활동 또한 시노드의 모습이며,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공동합의적 정신인 셈이다. 예수님의 뒤를 이어 교회를 이끌게 된 사도들은 성령의 인도 아래 원로들과 봉사자들을 뽑고, 교회 질서와 규칙을 결정한다.

 

이처럼 교회가 지닌 시노드 정신은 초대 교부들의 탁월한 지성을 통해 교회를 결합시키는 영험한 질서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교회 공동체의 건설과 발전을 이루는 원리인 공동합의적 의식으로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노드는 보편 공의회와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 교구 시노드 등 기존 제도를 넘어 진정한 ‘공동합의성’을 실현하고, 체험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합의적 교회가 되기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공동합의적 교회는 경청하는 교회이고, 경청이 ‘단순히 듣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교회”라고 했다. 나아가 “신앙을 가진 백성, 주교단, 로마 주교, 그 각자는 다른 이들을 경청하고, 모든 이는 성령, 곧 진리의 영을 경청하여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동합의적 교회는 경청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공동합의적 과정은 참여와 식별, 공동 책임의 생생한 체험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뜻에 더 부합하는 사목적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가 발간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은 “공동합의성의 지평은 일치를 향하여 걸어가면서 서로를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선물들의 교환’이 얼마나 희망찬 것임을 보여줄 수 있다”며 “오늘날 교회는 교회를 특징짓는 보편성과 교회 자신의 표현인 공동합의성, 이 두 가지야말로 다양성 안에서 일치 그리고 자유 안에서 친교를 촉진하는 누룩임을 드러내도록 부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노드의 새로운 출발

 

이번 제16차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가 지역 교회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평신도와 사제 수도자, 주교가 모두 공동합의성의 원리를 생생히 체험하고, 구체화하길 바라는 교황의 뜻이기도 하다. 공동합의 과정을 통한 궁극적 목적은 교회가 가장 교회다운 모습으로 하느님 뜻에 가장 부합하는 복음화와 선교 사명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지역 교회 시노드를 위한 연락 담당자인 신우식(주교회의 사무국장) 신부는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교황님은 어렵고 힘든 이들, 파괴되어 가는 지구 환경을 위해 우리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손을 내밀고 함께하는 공동체로 나아가고자 초대하신 것”이라며 “각 교구와 본당, 개인이 하느님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더욱 주님께서 원하시는 교회가 되고자 참여하고, 경청하는 가운데 이번 시노드가 진정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여정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교황청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발간한 예비 문서와 편람은 “시노드는 꿈을 꾸고 미래에 시간을 투자하는 시기”라며 “특별히 공동합의적 과정의 첫 단계인 교구 단계는 모든 시노드 단계의 기반이 되며, 교구 단계는 가능한 많은 이가 성령의 인도에 따라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참된 공동합의적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주교회의는 교구 단계 시노드를 위한 특별 누리집(cbck.or.kr/Synod/2021-2023)을 개설했으며, 교구 시노드 담당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은 게재된 예비 문서와 편람을 통해 이번 시노드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10월 17일,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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