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사랑의 자세와 태도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14 ㅣ No.1329

[신앙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사랑의 자세와 태도

 


사랑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태도입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또는 그 무엇을 사랑한다고 할 때, 그때 사랑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생각과 감정과 정서와 자세와 태도를 포함합니다. 사랑은 그를 생각하는 일이며, 그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과 정서이며, 그를 향한 태도와 자세를 뜻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사랑은 그를 향한 생각보다, 그를 향한 감정보다, 그를 향한 태도에서 더 많이 드러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꾸만 그를 생각하게 되고 그를 향한 감정과 느낌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생각은 심드렁해지고 감정은 변덕스러워집니다. 그럴 때 우리는 사랑이 식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생각과 감정에 기초하기보다는 태도와 자세에 더 의존합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향한 자신의 태도와 자세에서 더 많이 드러납니다. 사랑은 이성과 감정보다 의지에 더 많은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사랑의 생각과 감정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옅어지고 흩어집니다. 하지만 사랑의 의지는 세월의 굴레를 뚫고 더 견고해질 수도 있습니다.

 

사랑은 관계에서 발생하는 생각과 감정보다는 관계 속에서 표현되는 의지적 자세와 태도에서 그 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랑은 생각과 감정이라기보다는 태도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랑은 태도입니다.

 

 

사랑은 시기와 질투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은 서로에 대한 배타적 독점관계를 의미한다고 흔히들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배타적 독점관계에서 이탈되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갖습니다. 부부의 사랑은 때때로 배타적 독점관계를 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의 배타적 독점관계란 서로에 대한 집중과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향한 집착과 억압과 구속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성장하게 하고 상대방을 향한 집중과 신뢰 속에서 각자에게 부과된 고유한 길을 걸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자신의 한계와 부족함에서 벗어나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를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도록 하지만, 시기는 우리를 우리 안에 가두어 둡니다”(‘사랑의 기쁨’ 95항). 시기와 질투는 진정한 사랑을 방해합니다. 사랑과 시기는 서로 양립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시기와 질투의 감정을 포장하는 것은 거짓일 뿐입니다. “참된 사랑은 우리를 질투라는 씁쓸한 감정에서 자유롭게 합니다”(95항).

 

현대는 경쟁과 인정투쟁의 시대입니다. 인정 욕망이 가득한 오늘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타자를 경쟁 대상으로 여기거나 자기 존재 확인 욕망을 실현하는 데에 방해하는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타자를 향한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시기는 다른 이가 잘 되는 것을 배 아파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오직 우리 자신이 잘되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행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95항). 더 나아가, 오늘의 우리는 압니다. 타인의 불행을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기는 때때로 쉽지만, 타인의 행복과 기쁨을 함께 기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입니다. 슬픔은 공감과 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기쁨은 시기와 질투를 유발시킨다는 슬픈 역설을 우리는 자주 목격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 함께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성장시키며 서로를 북돋아 자기 길을 걷도록 하는 힘입니다. “참된 사랑은 다른 이의 성공을 존중하며, 다른 이를 위협적인 존재로 느끼지 않습니다. 참된 사랑은 모든 이가 저마다의 삶에서 서로 다른 선물을 받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합니다. 그래서 행복에 이르는 자신만의 길을 발견하도록 노력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들이 그들만의 길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95항).

 

 

사랑은 평등과 정의를 향한 노력입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공감 속에서 서로를 성장시키는 일입니다.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고유한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도록 돕는 일입니다. “사랑은 우리가 모든 이의 행복 추구권을 인정하며 그들을 올바로 존중하도록 이끌어 줍니다”(96항). 이러한 사랑은 당연히 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에게 종속되고 억압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의 관계는 평등의 관계이지 종속과 위계의 관계가 아닙니다. 사랑의 이름으로 수직적이고 위계적 관계와 질서를 형성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사랑은 “질투가 아니라 평등에 대한 갈망입니다”(96항). 사랑은 모든 평등한 관계를 파괴하는 세상의 불의를 거부하게 합니다(96항 참조). 또한 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이 작은 기쁨이나마 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도록 합니다”(96항). 진정한 사랑은 정의를 향한 노력에서 피어납니다.

 

진정한 부부의 사랑도 서로의 관계 안에서 평등과 정의를 향한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성숙해집니다. 참된 사랑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랑입니다.

 

 

사랑은 겸손과 돌봄입니다

 

인정투쟁의 시대에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를 내세우며 자신을 자랑합니다. 자신의 우월적 힘을 과시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타자의 인정을 획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하여 많이 말하는 것을 자제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합니다”(97항). 사랑은 자신을 드러내는 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실 감각의 상실도 아닙니다(97항 참조).

 

경쟁의 시대에 사람들은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97항). 가끔 부부 관계 안에서도 성장 배경과 학력을 둘러싼 갈등과 교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다른 사람 앞에서 ‘교만’하지”(97항) 않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섬기려면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을 길러야 합니다”(98항). 부부 관계에서도 ‘지배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는 사랑을 사라지게 합니다(98항). 더욱이 “그리스도 사랑의 논리는 자신이 다른 이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자신이 가진 권력을 다른 이가 알도록 하는 것이 아닙니다”(98항).

 

진정한 사랑은 이해와 배려와 돌봄 속에서 발생합니다. 사실, 우리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약한 이들을 이해하고 돌보며 감싸 안아주는 사랑입니다(97항). 부부 관계, 부부의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자제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겸손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약함과 부족함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여정에서 부부의 진정한 사랑은 싹이 트고 완성으로 나아갑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4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175 1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