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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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문화영성대학원 특강1: 샤머니즘과 그리스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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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10-12 ㅣ No.169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목요특강 지상중계] (1) 샤머니즘과 그리스도교


무교 연구 통해 토착화에 선용해야

 

 

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대학원장 최호영 신부)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아 종교와 음악, 교육과 문학, 예술, 생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한 '목요특강'을 열고 있다. 문화영성대학원의 목요특강을 지상중계한다. 

 

 

영성 내지 종교성은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 궁극적인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인간 성품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 완성을 향한 정신적 가능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오늘날 종교학자들은 종교와 종교성의 문제를 논하면서 현대인을 '종교 없는 종교성을 지닌 존재'라고 한다. 한국인의 영성 내지 종교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한국 종교사 전체를 거쳐 다양한 종교적 성향이나 내용들이 복합적으로 수용되고 변용하면서 오늘의 모습으로 이뤄져 온 것이다. 

 

종교적 영성은 인간생활의 정신적인 바탕을 이룬다. 이런 의미에서는 종교 일반 내지 특정한 종교성이라는 사실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문화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종교심의 발로다. 

 

한국인의 종교적 마음씨가 갖추고 있는 기본 틀은 무교(shamanism)다. 인간은 문화 예술 종교를 통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령과 인간이 융합해 복을 받고 '재수'(財數)를 누린다는 사상이 무교적인 종교성 밑바탕에 깔려 있다. 재수는 안전, 보호, 생존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이해돼야 한다. 이는 유다교나 그리스도교에서 샬롬(shalom)이 갖는 의미와 같다. 초자연적인 존재로부터 오는 총체적인 구원이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무교 신앙은 외래 종교와 교섭관계 속에서 융합하는 특징을 보인다. 불교 유교 도교 등의 외래 종교에서 형식이나 신화를 모방해 무교를 체계화해 나갔다. 한편으로 한국에 들어온 불교나 유교도 무교적인 종교성을 자기들 신앙체계 안에 받아들였다. 불교 사찰 안에 산신각을 짓게 된 이유는 무교 신앙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유교 제사에서 떡을 중시하는 태도 역시 무교 의례를 가미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는 한편으론 무교를 미개한 신앙 형태로 단정하고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의 고유한 종교문화의 모태로 존중하고 간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교 신앙은 한국 종교사의 전체 구도 속에서 볼 때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담당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을 타고 부침을 거듭해 온 외래 종교에 맞서 그 명운을 꾸준히 이어온 무교는 민간신앙 안에서 한국인 종교성의 진솔한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다종교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이 땅에 사는 종교인들에게는 특별한 과제가 주어졌다고 본다. 종교인들은 누구나를 막론하고 각 종교ㆍ종파의 풍부한 유산과 활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종교는 상호선교의 주체로서 자기 전통과 정체를 보존하는 동시에, 자신을 피선교의 대상으로 내어놓음으로써 각자의 성스러움을 더욱 심화해 세계 평화를 위해 효과적으로 공헌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종교인들은 무교 신앙을 보는 시각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 무교를 성급히 원시적 미신이나 우상숭배로 사회 근대화와 발전의 장애물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것이 아니다. 물론 막연한 호감으로 무교야말로 한국 종교의 모태(母胎)라거나 종교심성의 기반이라고 하는 등 무조건 찬양 일변도의 태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민간 종교성의 기능과 공헌을 제대로 평가하는 한편, 무교가 지닌 한계 내지 역기능을 균형 있게 보는 태도가 요구된다. 민중 종교의 강한 역동성, 그 내적인 폭발력은 고등 종교의 예언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의식과 조우할 때 물신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 창조적으로 공헌할 수 있다. 덧붙여서, 무교 연구를 통해 한국인 고유의 종교성에 대한 분석과 그에 따른 그리스도교 토착화 및 한국화 시도 역시 다양한 종교 간의 비교 연구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은 다종교 상황인 한국에서 모범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종교 간 대화와 협력은 결국 하나의 역사나 특정한 문화로 제한되지 않는 지혜와 진리를 더 잘 알아듣는 일이다. 그리하여 인류 정신사에 나타난 종교들이 같은 진리의 다양한 나타남(顯現)임을 살피고 표현하는 일이다. 그럴 때 비로소 내 신앙체험을 재조명하고 세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

 

[평화신문, 2013년 10월 13일, 박일영(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겸 김수환추기경연구소장), 정리=박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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