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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구약성서의 하느님의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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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243

구약성서의 하느님의 백성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말은 교회라는 말보다 훨씬 전부터 하느님을 예배하는 무리들을 지칭하는 성서적 표현이고, 구약과 신약의 중심 사상의 하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구약성서에 나타난 하느님의 백성의 유래와 특성을 살핀 후에 신약성서에서 이 개념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킨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으로서의 교회를 고찰할 것이다.

 

 

하느님의 나라

 

구약에서 하느님의 백성이라면 이스라엘 백성을 말하지만, 하느님의 백성은 하느님의 나라의 일부이나 하느님의 나라를 전제로 하지 않고서 하느님의 백성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라가 성립되려면 영토와 백성과 주권(主權)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합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하느님께서 만물의 창조주이시니 그분의 영토를 따로 거론할 필요는 없고, 하느님의 주권과 그 주권에 승복하는 백성을 주로 논하게 된다.

 

철저한 유일신 사상의 교과서인 구약성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주 만상에 대한 창조주 하느님의 주권을 찬양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하느님께서는 하늘과(시편 11,4; 103,19) 땅에서(시편 47,3) 우주 안에서(시편 93,1-2; 95,3-5) 만물을 영원히 통치하시고(출애 15,18) 모든 민족을 통치하신다(예레 10,7). 그래서 우주 만물이 그분을 찬양 예배한다(다니 13,57-81; 시편 148,1-10).

 

그러나 하느님의 주권은 그분이 특히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을 통하여 현저하게 나타난다. 하느님은 우주의 창조주이시며 인간 역사의 주재자이므로 만군의 왕이시지만(이사 6,5) 당신의 주권이 이 세상에 더욱 드러나고 당신의 뜻이 인간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도록 하시고자 한 백성을 선택하시어 그들을 축복하시고 보호하시고 특수한 길로 인도하시고 다스리셨으니 이 백성이 이스라엘 백성인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이 선택된 백성과 특별한 계약을 맺으셨다. “이제 너희가 나의 말을 듣고 내가 세워 준 계약을 지킨다면, 너희야말로 뭇 민족 가운데서 내 것이 되리라. 너희야말로 사제의 직책을 맡은 내 나라, 거룩한 내 백성이 되리라”(출애 19,5-6). 이렇게 하여 하느님의 주권은 주로 이스라엘이라는 하느님의 백성을 통하여 세상에 펴지고, 이스라엘을 통하여 인간의 구원 계획을 전개하셨다.

 

 

하느님의 백성의 형성

 

하느님의 백성은 전적으로 그분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시작되었다. 아무런 준비도 공로도 없는 아브람을 선택하시어 당신 백성의 조상으로 삼으셨다. “네 고향과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나 내가 장차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리라. 너에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떨치게 하리라. 네 이름은 남에게 복을 끼쳐 주는 이름이 될 것이다”(창세 12,1-2).

 

아브람이 문부대로 길을 떠나 가나안 땅에 이르자 하느님은 그와 계약을 맺는다 하시면서 그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고쳐 주시고 그와 그의 후손을 축복하시어 가나안 땅을 그들의 소유로 주시고 당신이 그들의 하느님이 되시겠다고 약속하셨다(창세 17,4-8). 그리고 그와 후손들이 하느님과의 계약에 대한 충실성의 표지로 할례를 받게 하셨다(창세 17,11-14).

 

하느님의 자발적인 부르심과 약속에 대하여 아브라함은 그분의 말씀을 믿고 따르는 것으로 응답하였다(창세 12,4; 15,6; 17,23). 그가 노래에 낳은 아들 이사악을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려 했던 사건에서 그의 신앙은 증명되었다(창세 22,1-12). 이렇게 하느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믿음과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하느님의 백성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었다.

 

하느님은 약속 실천의 첫 단계로 이스라엘인들을 에집트에서 탈출시키셨다. 우수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에집트에서 400년 간이나 종살이를 하다가 하느님께서 간택하신 모세의 인도로 양의 피를 문에 발라서 대학살을 기적적으로 면하고 에집트를 탈출하여 해방되었다(출애 12,37-42). 이 탈출은 죄악의 상태에서의 탈출을 전제로 하는 구원의 실마리이다. 사도 바오로는 이 탈출을 참된 하느님의 양이신 그리스도의 피로써 이루어질 결정적 구원의 예표요 상징으로 해석한다(1고린 5,7).

 

이스라엘 백성과 하느님 사이의 계약 체결은 하느님의 백성이 형성되는 둘째 단계이다. 시나이산에서 맺은 계약은 본질적으로 아브라함과 하느님 사이의 약속의 재확인이지만, 인간의 구체적 협력 즉 믿음의 실천을 요구하시어 율법을 주셨다(출애 19-32장). 이스라엘 백성이 율법에 충실한 것을 전제로 하는 이 계약으로 그들은 야훼의 소유가 되고(예레 2,3) 하느님의 고유한 백성이고(신명 7,6) 그분의 왕국이고 거룩한 백성이고(출애 19,6) 그분의 자녀가 되며(출애 4,22; 신명 14,11) 율법은 그들 가운데 야훼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하는 것이다(출애 24,16).

 

이렇게 형성된 백성은 40년 동안의 방랑 생활 중에 희비 애락을 함께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자의식(自意識)을 가진 독특한 공동체로 뭉쳐졌다. 성서는 이 백성을 ‘까할 야훼’(qahal yahweh)라 부른다. 성서에서 이 단어가 170회나 사용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하느님을 예배하기 위하여 모여 있는 회중이라는 뜻으로 72회나 사용된 점으로 보아서 하느님의 백성은 예배하는 백성이라는 점이 명백하게 드러난다.

 

 

이스라엘 역사의 의미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저들이 가나안에 정착하여 얼마 동안은 신정(神政) 체제를 유지하다가 왕정(王政)을 세웠으나 미구에 남북으로 분립하였고 기원전 8세기에 북조가 망하고 6세기에는 남조도 멸망하여 백성의 주요 부분이 바빌론에 귀양살이를 하였다(예레 25,11; 1열왕 25,21). 예언자들은 이러한 민족적 참극의 원인이 하느님의 백성이 율법을 저버리고 타락한 데 있다고 설파하였다(이사 1,4-20; 예레 25,5-10).

 

바빌론 귀양살이 중 예언자들의 가르침으로 회개하였고 페르시아의 승리로 귀양살이에서 돌아온 이스라엘은 조국의 재건을 위하여 노력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고, 그들의 정열을 종교 재건에 쏟아서 성전을 재건하고 조상들의 문화 유산을 수집 정리하여 구약성서를 편찬하였다. 고대 세계의 대민족들과 대제국들 사이에서 작은 민족인 이스라엘의 사명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종교적인 것임이 차차 인식되기 시작한다.

 

유배 생활과 그 후의 민족사는 명멸하는 소수 민족의 비애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지만, 이스라엘 백성은 종교적으로 성숙하여 확고한 일신론을 가지게 되었고, 세속적 휴머니즘을 종교적 휴머니즘으로 승화시킨 지혜 문학을 발전시켰으며, 그들의 구원관은 초기의 편협한 민족의 구원만을 바라던 자세에서 하느님 나라의 보편성을 깨달으면서 인류의 구원이라는 넓은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사상의 발전은 고난으로 가득한 민족사를 반추하고 예언자들의 교훈을 음미하고 이스라엘 밖에서도 하느님의 지혜와 섭리가 약동하는 것을 증명하는 지혜 문학의 발전에 힘입은 것이다. 이렇게 그들의 신앙이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짐으로써 하느님 백성의 외관상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구원 약속은 취소된 것이 아님을 깨달았던 것이다(이사 40,10; 시편 33,11).

 

예언자들이 말한 대로 이스라엘 대중이 하느님을 저버리고 벌을 받았지만, 소수의 충실한 ‘남은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불충과 하느님의 충실성의 증인으로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거룩한 백성으로 남아 있다(아모 3,12; 미가 4,7; 스바 2,7-9; 예레 5,18; 에제 5,3; 즈가 13,8; 이사 4,2-3; 6,13; 28,5; 37,4).

 

이 ‘남은 사람들’ 중에서 이스라엘의 새로운 영도자 메시아가 을 것이다. 메시아의 사명은 이스라엘을 구하고 이스라엘을 통하여 온 세상을 구할 것이다(이사 49,5-6). 메시아는 충실한 종으로서(이사 50,4-5) 야훼의 말씀을 전파하고(이사 42,3) 학대와 고난과 수치스러운 죽음까지 받아들임으로써(이사 53,4) 이스라엘과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하느님의 백성의 개념도 승화된다. 참된 이스라엘은 아브라함의 혈통을 받아서 할례를 받은 자가 아니라 아브라함의 신앙을 받아서 율법에 충실하여 마음의 할례를 받은 자이다(예레 4,4; 9,24-25; 신명 10,16). 이들은 죄악을 용서하고 야훼의 영(靈)을 부어서 인간을 성화하는 새롭고 영구한 계약을 하느님과 맺게 된다(에제 36,27-29; 예레 31,31-34; 이사 55,3; 59,21).

 

이러한 새로운 백성이 구성하는 나라는 정의와 평화의 나라요(이사 2,2-4; 아모 9,10) 하느님의 영이 시작하는 거룩한 나라이며(시편 72장; 이사 11,1; 다니 7,22; 예레 31,34). 이 백성은 새로운 피조물로서(이사 65,17) 새로운 탈출과(이사 40,3) 새로운 방랑을 거쳐서(호세 2,16-17) 새로운 땅에 들어간다(이사 49,18; 에제 34,13-14).

 

신약 시대에 접근하면서 하느님의 백성은 보편적 메시아 왕국의 출현을 기대하고 하느님의 나라의 도래를 갈망하고 있었기에, 예수님의 설교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것으로 시작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였던 것이다.

 

 

하느님의 백성의 특징

 

구약의 하느님의 백성은 세속적으로는 보잘것없는 불운한 민족이지만 유일한 하느님을 받드는 일신론의 기둥이었고, 인간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구원 섭리의 표징이었으며 메시아의 출현을 준비한 위대한 종교적 백성이었다. 종합하여 말하자면 그들은 구세사의 주역으로 선택된 백성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의 존재의 예외성과 그 사명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데에는 기나긴 방황과 주저와 저항과 시련의 역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깨달아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 것이 아니고 오로지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에 의하여 그리고 그 부르심을 믿음으로써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고, 하느님의 선민이라고 어려움 없이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킨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백성보다 더 많은 시련을 거쳐서 서서히 정화되고 자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불신과 몰이해로 구세사의 주역의 자리를 새로운 백성에게 넘겨주게 되었던 것이다.

 

[경향잡지, 1990년 1월호, 정하권 플로리아노(대구 가톨릭 대학 학장 ·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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