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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신약 성서의 하느님 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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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9-06-30 ㅣ No.244

신약 성서의 하느님 백성

 

 

구약 시대 말기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편협한 민족주의적 구원관에서 탈피하여 만민의 구원을 지향하는 보편적 메시아 왕국올 기대하였다(본지 l월호 124면 참조). 마침내 예수께서 오셔서 “때가 다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하사면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시고, 당신의 설교와 기적과 행적으로 새로운 하느님의 백성을 형성하셨다.

 

 

구약의 백성과 신약의 백성의 연속성

 

예언자들의 말대로 이스라엘 대중이 야훼 하느님께 여러 번 불충하였고,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 예수를 배척하였지만, 소수의 충실한 ‘남은 사람들’은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예언자들이 말한 야훼의 충실한 종(이사 53,4)인 메시아가 바로 그리스도이심을 인정하였으므로 이들이 신약의 하느님 백성의 핵심이 되었다. 사실 열두 사도들을 위시하여 최초의 신자들은 대부분 이스라엘의 후예들이었다.

 

그러나 미구에 이교에서 개종한 신자들이 증가함에 따라서 두 가지 부류의 신자가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개종한 유다인들은 구약에서 약속된 메시아가 오셨으니, 할례를 받은 이스라엘(갈라 5,1)이 구세 업적의 당연한 수혜자이므로, 이교에서 개종한 신자들도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사도 15,1-5). 이에 대하여 이교에서 개종한 비유다인 신자들은 자기들이 예수를 믿어서 신자가 되었으니 구약과는 관계없는 신흥 종교 단체라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양파의 대립 현상 때문에 예루살렘 사도 회의가 필요했지만(사도 15,1-29), 사도 바오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하느님의 모든 약속이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대로 이루어졌고”(2고린 1,20) 이 그리스도에게 믿음과 세례로써 결합된 사람들은 모두 한 몸을 이루고 그리스도와 함께 아브라함의 자손이고 약속에 의한 상속자가 된다(갈라 3,26-29).

 

그러나 “복음은 먼저 유다인들에게, 그리고 이방인들에게까지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 주는 하느님의 능력이므로”(로마 1,16) 새로운 백성의 핵심은 이스라엘이다. 마치 올리브 나무에 야생 올리브 가지를 접붙이면 원뿌리에서 양분이 올라와서 접붙인 가지에 공급되는 것처럼, 이교에서 개종한 신자들은 접붙인 가지이고 원뿌리는 이스라엘 백성이다(로마 11,17-24). 이러한 설명은 이교에서 개종한 신자들에게는 불쾌한 것이지만, 이 사실은 이스라엘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의 일괄성(로마 11,1)과 구약의 백성과 신약의 백성과의 연속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약의 백성을 가리키는 호칭들이 신약의 백성에게도 적용된다. 하느님의 백성(신명 7,6↔디도 2,14), 선택된 겨레, 거룩한 백성(출애 19,6↔1베드 2,9), 주님의 양떼(예레 10,21↔사도 20,18). 이러한 칭호들이 그대로 적용되는 이유는 둘 다 하느님께로부터 소집되었고, 둘 다 하느님과 쌍무 계약을 맺고 있고, 둘 다 하느님을 예배하는 전례적 백성이기 때문이다(1베드 2,9).

 

 

신약의 백성의 새로운 모습

 

신약의 백성이 구약의 백성을 계승하고 있지만 구약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구약의 백성은 짐승의 피로써,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지만, 신약의 백성은 그리스도의 피로써 새로운 계약을 맺었고(1고린 11,25; 히브 13,12), 구약은 죄를 극복할 힘을 주지 못하는 율법으로 맺어져 있지만, 신약은 사람을 죄에서 해방하는 성령의 은총으로 맺은 계약이며(2고린 3,6), 구약의 백성은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혈연에 의하여 강제로 형성된 백성이지만, 신약의 백성은 자유로이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형성된 자유로운 백성이다(로마 3,20-24).

 

신약의 백성은 하느님께서 은총으로 부르시고 이 부르심에 대하여 신앙으로 응답한 모든 사람들이 형성하는 보편적 백성이다. 거기에는 인종이나 성별이나 사회적 지위의 차이 등은 아무런 장벽을 뜻하지 아니한다. “이제 그대들은 외국인도 아니고 나그네도 아니며 성도들과 같은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이다”(에페 2,19; 갈라 3,26-28).

 

신약의 백성은 그들을 부르신 하느님과 그들을 구속하신 주님과 그들을 거룩하게 살리시는 성령께서 한분이심과 같이 같은 신앙, 같은 희망, 같은 세례를 받아서 한 몸을 이루고 있다(에페 4,4-6; 1고린 12,4-7).

 

신약의 백성의 참신한 모습은 바오로의 신비체 사상에서 더욱 명백히 나타난다. 바오로는 구약에서 전혀 거론된 적이 없는 사람의 몸이라는 상징으로 신약의 백성의 실체를 묘사하고 있다. 바로 앞에 인용된 성경 구절에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들이 유기적인 단체를 형성한다는 뜻에서 한 몸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바오로가 여러 가지 이유로 자유로운 선교 활동을 못하고 감금 상태에 있으면서 쓴 펀지, 소위 수인(囚人) 서간에서는 그리스도와 그 백성의 관계를 깊이 묵상한 연후에 하느님의 백성을 인간의 몸에 비유하여,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시고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지체라고 표현함으로써 그리스도와 그 백성은 신비스러운 한 몸을 이룬다고 주장한다.

 

에페소 서간은 신비체 사상을 깊이 있게 전개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 아래 굴복시키셨으며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에페 1,22-23). 이렇게 에페소 서간 4장과 5장은 신비체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로서 교회에 필요한모든 은총과 은사를 주시고(4,11-12) 성령을 가득히 부으시어 (5,18) 교회로 하여금 믿음과 인식에 있어서 일치하고 성숙하게 하시며(4,13) 사랑 안에서 완성되어 하느님께 나아가 영광을 받게 하신다(2,6; 3,13). 그러므로 “우리는 사랑 가운데서 진리대로 살면서 여러 면에서 자라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야 한다”(4,15). 이리하여 그리스도는 당신의 몸인 교회를 통하여 구원의 경륜을 펴시고(2,16) 만물을 다스리신다(1,22-23).

 

 

신약의 백성의 역사성

 

신약의 백성의 실체가 그리스도의 신비체이지만, 그는 구원의 경륜을 펴기 위하여 세상에 파견된 백성이므로 인간 역사 안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면서 종말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간다.

 

이 백성은 작은 씨앗처럼(마르 4,30-32) 한줌 누룩처럼(마태 13,33) 미소하게 시작하지만 장차 천하의 새들이 깃들이게 자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순례하는 동안에는 잡초와 곡식이 밭에 섞여 있듯이 선인과 악인이 이 백성 안에 섞여 있다(마태 13.24-30). 마침내 메시아의 심판의 날이 오면 착한 종과 악한 종을 구별하여 영원한 상벌이 주어질 것이다(루가 13,25-30; 마태 25,31-46).

 

이렇게 하느님의 백성이 현세에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동참할 수 있게 하시려고 주께서는 이 백성을 유기적인 조직적 단체로 구성하셨다. 주님을 따르던 많은 사람들 중에서 12사도들을 간택하시어(마르 3,13-49; 루가 6,12-16) 그들을 측근에 두시고 특별히 교육하시고(마태 13,11) 선교 훈련을 시키셨다(마태 10,5-15).

 

그리고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들으시고 “너는 베드로(반석)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죽음의 힘도(지옥의 문이) 감히 그것을 누르지(쳐이기지) 못할 것이다.”(마태 16,18) 하시면서 교회 설립을 약속하셨다. 그리고 베드로(마태 16,18)와 사도들에게(요한 20,23) 죄를 사하는 권한을 주셨다.

 

그리스도는 십자가 상의 죽으심과 영광스러운 부활로써 인류 구원의 대업을 성취하시고(루가 24,44-49) 이 구원의 복음을 선포하도록 사도들을 파견하시면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예언직]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늘에게 세례들 베풀고[사제직] 내가 너회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왕직).”(마태 28,20) 분부하셨다. 사도들은 성령을 받고서(사도 2,2-4) 용감히 복음을 선포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커져 갔다(사도 6,7; 12,24).

 

초기 교회의 생활상을 사도 행전이 전하고 있는데, 그들은 그리스도 신봉자라는 특수 집단을 이루고 있으며, 이 단체에는 세례를 받음으로써 가입하고, 그들의 집회에서는 성서를 봉독하고 사도들의 설교를 듣고, 공동 기도와 성찬식을 거행하고 있으며, 상호 부조와 재산 공유를 통한 공동체 정신의 함양과 애덕의 실천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그들의 순진한 신앙 생활은 기쁨에 념치고 외부인들의 감탄을 자아냈고(사도 2,37-47) 그들을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다(사도 11,26).

 

초대 교회에서 사도들은 말씀을 선포하고(사도 2,42) 성사를 십전하고(사도 8,14-17) 사목직을 수행하면서 (l고린 4,14-2l) 여러 지역에 교회 공동체를 설립하였다. 사도들은 그들의 직무를 주의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고(사도 4,17; 8,12-16) 바오로는 “여러분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여기며 하느님의 심오한 진리를 받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l고린 4,1) 하면서 교계 제도가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도들은 사목하면서 적당한 협력자들을 선정하여 안수로써 직권을 주어(1디모 4,14) 사도들을 보필하고 교회를 돌보게 하였고(사도 15,6-9; 6,5-6) 차츰 사도들의 직권을 계승하였다. 감독 장로 집사 등으로 불리운 이 교역자들의 정확한 역할 분담은 신약성서의 증언만으로는 명백하지 않지만, 그들이 사도들의 사목직을 보필하고 계승한 교역자임은 교부들의 증언으로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약 성서가 증언하는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은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으로 탄생한 영적이고 정신적인 친교의 신비체임과 동시에 시간과 공간 안에 설립된 공동체로서 예배의 백성이고 선교의 백성이고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처음부터 교역자를 가진 조직된 백성이고, 현세에서 선 · 악인이 혼재하고 시련과 박해를 받으면서(요한 15,18-23; 1요한 3,12-43)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묵시 14,13) 순례하는 백성이다(2고린 5,6).

 

[경향잡지, 1990년 6월호, 정하권 플로리아노(대구 가톨릭 대학 학장 ·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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