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예화ㅣ우화

[도전] 왜 생각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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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10 ㅣ No.294

왜 생각만 하고 있는가?

 

 

18C 유럽사람들의 주요 사망원인은 천연두였다. 많은 의사들이 이 병의 치료제를 만드는데 노력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당시 서민들 사이에서는 한 번 우두에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아무도 그 진위를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 무렵 어느 시골마을의 외과의사인 제너는 우연히 한 마을 처녀를 진찰하게 되었다. 결과는 천연두였다. 제너가 천연두에 걸렸다고 하자 처녀는 펄쩍 뛰면서 말했다.

 

"천연두라고요? 그럴 리가. 전에 우두에 걸린 일이 있는데요?"

 

무심코 이 말을 들은 제너는 혹 우두가 천연두에 예방효과를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동료 의사들에게 자신의 견해를 털어놓았다. 친구들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근거없는 낭설을 믿느냐'며 제너를 비웃었다.

 

그후 제너는 런던으로 가서 유명한 의사이자 해부학자인 존 헌터 박사의 제자가 되었다. 그때까지도 우두와 천연두의 의문을 풀지 못한 제너는 스승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흰머리가 성성한 헌터는 제너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왜 생각만 하고 있는 건가, 왜 실험해 보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건가!"

 

스승의 말은 제너에게 찬물을 확 끼얹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곧바로 천연두 예방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제너의 천연두 예방법은 심한 비난 속에 엉뚱하게 퍼져나갔다. '제너는 소의 젖에서 나오는 병균을 사람 몸에 투입시켜 인간을 동물로 만들려고 한다', '종두를 맞으면 소처럼 얼굴이 변하고 뿔이 난다' 대개가 이런 소문이었다.

 

그러나 제너는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연구를 계속하였다. 자신의 신념을 믿었던 그는 세 아들에게 우두 왁찐을 접종하여 자신의 연구성과를 세상에 알렸다. 마침내 종두예방법이 책으로 엮어져 나왔을 때는 종두연구를 시작한지 20년이 지나 있었다.

 

[좋은생각, 1996년 4월호,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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