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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화]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과정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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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8-06 ㅣ No.278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과정과 전망

 

 

인류는 마침내 새 천년기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에 한국 사목 연구소는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의 지원 하에 2000년 대희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과정과 전망” 주제로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아시아 대륙 안에서 가톨릭 신자들은 소수에 머물러 있으며, 제삼천년기가 시작되면서 거대하고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일본과 한국 등 동남 아시아와 동 아시아 6개국의 저명한 신학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그들의 조국 교회의 토착화 과정과 상황,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와 전체 그리스도교계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질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함의들에 대한 서술과 토론에 집중할 것이다. 

 

 

1. 이 학술회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유산을 명료화하고 실현하는데 기여하려는 의도를 분명 지니고 있다.  비-서구 지역 교회들의 토착화 도정이 이 공의회에 의해 공식적으로 준비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공의회를 통해 가톨릭 교회는 역사상 최초로 진정한 세계 교회가 되었고, 현대 세계의 도전과 성취들 안에서 교회의 ‘아죠르나멘토’ (aggiornamento), 즉 교회 쇄신에 대한 요청에 부응하여 교회의 기본 본성에 대한 진지한 자기 성찰이 깊이 이루어졌으며, 외부 세계에 대한 진정한 개방적 자세가 형성되었다. 공의회에서 정립된 세속 사회, 다른 그리스도교파들과 비그리스도교적 종교들에 대한 긍정적 입장 위에서 교회는 타자들과의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대화에 투신하기에 이르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서구 지역교회들의 토착화가 교도권에 의해 공식적으로 허용되고 장려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서 많은 비-서구 지역 교회들이 교회 생활과 신학을 그들 자신의 역사적이고 문화적 상황 안으로 뿌리내리고자 시도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 비-서구 지역 교회들이 그리스도의 교회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서 비-서구 세계의 사회-정치적이고 종교-문화적인 맥락에 어떻게 뿌리내릴 수 있는가가 교회와 신학 안에서 커다란 쟁점이 되었다. 이 문제는 서구적 그리스도교와 비-서구적 문화와 종교 사이의 복합적 관계와 동일시된다. 이 학술회의를 통해 이러한 복잡한 쟁점이 해결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대한 구체적 결실이 맺어지기를 희망한다.

 

 

2. 지난 세기의 60년대 이래 몇몇 서방 신학자들은 ‘서구의 제2 교회’(the Western Second Church)의 주도적 위치를 대신하게 될 ‘비-서구의 제3 교회’(the non-Western Third Church)의 시대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교황 비오 12세는 이미 반 세기 전에 미래가 대서양으로부터 태평양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느꼈으며, 이는 태평양 지역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아시아는 고대의 찬란한 문화와 위대한 종교들의 요람이다. 모든 위대한 세계 종교들이 아시아에서 시작되었으며, 예수 자신이 아시아인이었다. 이 방대한 대륙에서 사람들은 치열하게 하느님을 추구하고 있으며, 영신적인 것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의 종교적 감성은 깊고 천성적이다. 아시아적 수행 규범, 심오한 종교적 정신, 주민들의 자녀적 효심과 가정에 대한 애착, 저들의 조상 숭배, 이 모든 현상들은 정신의 우위를 가리키며 아시아 대륙의 특성을 나타낸다. 이 아시아의 특성들은, 교황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2세가 정곡을 찔러 지적하였듯이, 인간을 영적 영향에 의해 정향되어 있는 존재로 만드는 가장 심층적이고 고귀한 가치들을 희생하지 않는 충만한 발전을 위한 측량할 수 없는 힘의 원천을 제공한다. 이러한 아시아 유산의 보전은 모든 아시아 지역 교회들의 대단히 중요한 과업들이고, 이는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정당성과 중요성을 의미한다.

 

아시아 교회를 위한 보다 큰 토착화의 필요성은 1998년 4월 19일부터 5월 14일까지 개최되었던 아시아 주교 특별 바티칸 시노드의 주도적 테마였다. 그리고 동 아시아와 동남 아시아 주교들은 훌륭하게 조직되고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는 1970년 교황 바오로 6세의 촉구로 형성된 아시아 주교 연합회의(Federation of Asian Bishop's Conference: FABC)의 조직을 통해 4반세기 이상에 걸친 적극적 협력의 결과였다. 아시아 주교들은 신앙 생활의 보다 큰 토착화와 이를 이룩하는 데 필요한 자율권을 요청하였다. 대만 카오시웅 교구장인 샨 쿠오시 추기경(Cardinal Paul Shan Kuo-hsi of Kaohsiung)은 이들 중 한 분으로서 가톨릭 신앙이 서구에 있는 가톨릭 교회의 복사판으로 계속 머문다면 아시아 백성들에게 이해되지도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는 교회의 사랑과 봉사의 선교는 모든 아시아 백성들과 그들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진지한 존중과 경의와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아시아 문화 안에서 신앙을 토착화하고 서구 사회에서 존재하는 교회들의 복사판 외양을 탈피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았다. 

 

아시아 주교들은 세가지 기본 통찰들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교회가 가난한 자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하고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가 효과적인 복음화의 도정이며,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들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상념은 아시아 주교 협의회의 ‘삼중적 대화’(triple dialogue)로서 반복해 언급되고는 하였다. 예수 그리스도와 만 백성의 구원을 위한 그 분의 유일한 역할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복음화에 대한 서구 교회의 관점이다. 그런데 아시아 주교들은 아시아에서는 ‘선포’만으로 소용이 없다고 반복해서 발언하면서 신앙을 전파하기 위한 대화와 증거를 요청한 것이다. 그들은 아시아에서의 성공적인 복음화가 말들보다는 인격적 증거를 더 많이 필요로한다고 강조하였다. 사람의 삶 안에서 구현되어 있는 복음이 단지 아름다운 말과 가르침과 윤리적 훈령 안에 포장되어 있는 복음보다 신빙성과 확신 능력을 더 많이 담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많은 주교들이 ‘새로운 양식의 교회 존재’(a new way of being church)에 관해 말하였다. 아시아 주교들은 가톨릭 가르침들은 보다 큰 문화적 감수성과 가톨릭 종교적 표현들의 다양성,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봉사와 연대성을 통한 크리스챤 생활의 긍정 필요성, 시대의 절박한 사회적이고 경제적 위기를 말할 때에 다른 아시아 종교들과의 협력 필요성 같은 아시아의 현실들에 적응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아시아 가톨릭 신앙인들은 보편 교회와 온전히 일치한 가운데에서도 생각하고 생활하며 나누는 양식에 있어 아시아적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3. 이 학술회의의 몇 발제자들이 우리 시대의 문제들과 도전에 대해 면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보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적절하게 평가되기를 희망한다.

 

세계 안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형태의 해방 운동과 혁명적인 과학 발전, 그리고 종교적 다원주의는 금세기의 그리스도 신앙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다시피하고 있다. 20세기 후반 4반 세기 이래 이룩된 과학과 기계기술, 그리고 경제학의 엄청난 발전은 세계를 하나의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변모시켰다. 다양하게 정의되고 평가된 이 세계화 과정(globalisation process)은 인간의 생활 양식에 강력하게 각인되어 있으며, 세계 각국 안에서 심도있고 거대한 변화를 수반하였다. 지구 남반구에서 이 세계화는 북반구의 불의한 재(re)- 또는 신 식민주의화((new colonisation)로 간주되고 있다. 그리고 과학과 기계기술이 경이적 발전을 이룩한 가운데, 지구상의 특히 소위 제3 세계의 무수한 대중들이 빈곤과 다양한 형태의 소외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빈곤과 소외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염원이 전 지구촌을 관통하여 확산되고 있음은 우리 시대 징표의 특성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하여 인류는 사회-정치적이고 경제적 요소들과 함께 윤리적이고 정신적인 차원들을 그 원인으로 가지고 있는 심각한 생태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4. 여하간, 이 학술회의의 여섯 발제자들은 주로 그들 자신의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구체적 과정과 상황 분석과 평가에 집중하고 그들 국가 안에서의 올바른 복음화의 길을 추구할 것이다. 우리는 아시아 교회 토착화의 이 길이 어떻게 진전될지를 앞서 예견하지는 못한다. 논자는 이 과정이 싹이 트고 성장하며 성숙하게 되는 유기적 성장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이 형태로서는 한국 가톨릭 신학 역사 안에서 최초로 마련된 이 국제 학술회의가  하나의 새 시대를 여는 것으로 보인다.  이 학술회의가 6개 참가국 안에서뿐만 아니라 전 아시아 교회 안에서의 토착화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우리, 아시아 가톨릭 신앙인들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마련되고 지난 바티칸 아시아 주교 시노드에서 닦여진 과정을 이어가고 이에 봉사하려면, 토착화의 기나긴 여정을 많은 인내와 용기 그리고 성령의 현존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걸어가야 할 것이다. 이 도정 위에서 진정한 아시아 가톨릭시즘이 계발될 것이고 복음화를 위한 노고들이 새로운 활력과 성장에 대한 자세들을 드러낼 것이다. 그럼으로써 교회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과 온 인류 그리고 모든 피조물을 위한 성숙한 교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심상태(수원 가톨릭대 교수,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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