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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유익한 심리학: 나는 모릅니다(I’m not kno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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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25 ㅣ No.1130

[유익한 심리학] “나는 모릅니다.”(I’m not knowing)

 

 

인간은 모호한 것을 견디지 못한다. 어떻게든 해석하고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불안 때문이다. 특히 고통과 시련, 불행에 관해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자 한다. 아마도 생존 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긴다. 이러한 우리에게 욥기는 고통과 불행의 주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통과 불행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가르침을 주고 있다.

 

욥기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두 가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나는 세상사에는 우리가 해석하거나 설명해 낼 수 없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인간의 이성으로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일어난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사에는 별 의미 없는 일들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필연으로 여기거나 어떤 까닭이 있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어찌 됐든 세상에 태어났고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한다. 생존의 문제로 여기든, 자아 실현의 삶으로 여기든, 인간은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데 이 세상이 문제다. 착하게 산다고 복을 받는 것이 아니고, 의롭게 산다고 존경받는 것이 아닌 세상이다. 우리는 인과응보요, 상선벌악이요, 인과율에 따라 각자 자기가 행한 대로 결과를 받게 된다고 생각하고 그러길 바라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고통을 피하고 불행을 겪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걱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교 또는 철학 등의 세계에서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세상사를 해석하고 분석한다.

 

욥의 친구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나름의 철학과 세계관으로 욥이 처한 불행과 고통에 대하여 훈수를 한다. 욥은 욥 나름대로 신앙으로 반박하며 버틴다. 이런 욥에게 하느님께서 “땅과 바다의 주재자, 빛과 어둠의 주재자, 기후와 하늘의 주재자, 동물 세계의 주재자이신 전능하신 분과 누가 논쟁할 수 있단 말인가?” 하신다. 하느님께 불평하고 하느님을 비난하는(욥 40,1 참조) 일이어서 잘못된 처사가 아니다. 누가 감히 하느님의 절대성을 흉내 내는가? 하느님께서 욥에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욥 40,7 이하), “보아라, 사람이 그것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은 환상일 뿐 보기만 해도 놀라 넘어진다.”(욥 41,1) 하신다.

 

두 번째 주제는 더욱 황당하다. 하느님께서는 사탄에게 그의 모든 소유를 넘기시며 욥을 시험하도록 허락하신다. 특별한 목적이나 이유가 있지 않다. 마치 사탄과 하느님의 내기에 욥이 희생당하는 꼴이다. 아이들이 장난 삼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당하는 처지에서는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그것이 아담의 원죄로 인해 죄악이 들어온 세상이니 어쩌겠는가? 하늘나라와 달리 세상에는 그저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있다. 의인에게 불행이 악인에게 행운이 일어날 수 있다. 그것에 대하여 누가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세상사를 쉽게 단정 짓고, 예단하고 심지어 상대방의 행동이나 의도를 해석하며 마치 ‘네 속을 다 아는 것’처럼 함부로 평가하고 판단한다. 욥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절대성 앞에서 인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우리 또한 세상사와 ‘너’라는 존재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는 자세로 겸손해야 함을 알려준다. 많은 것을 아는 척하지만, 실상은 얼마나 모르고 있는가? 그래서 지혜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했던가? 상담도 “I’m not knowing.”에서 시작한다.

 

[2023년 6월 25일(가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전주주보 숲정이 3면, 김정민 라자로 신부(아중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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