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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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자료

[구약] 하느님 뭐라꼬예?: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강한 힘과 빠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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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6-07 ㅣ No.5200

[하느님 뭐라꼬예?]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강한 힘과 빠스카

 

 

하느님의 강한 손

 

모세와 아론은 파라오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내보내 하느님을 예배하도록 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을 보내주기는커녕 더 괴롭히는 파라오를 보고 이스라엘 자손의 조장들이 모세와 아론에게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이에 당신께 하소연하는 모세와 아론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너는 내가 파라오에게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정녕 그는 강한 손에 밀려 그들을 내보낼 것이다. 강한 손에 밀려 그가 자기 땅에서 그들을 내쫓을 것이다.”(탈출 6,1)

 

몇 장 앞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소명을 주실 때 하신 말씀에도 ‘강한 손’이 언급됩니다. “그러나 강한 손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한, 이집트 임금은 너희를 내보내지 않으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탈출 3,19) 여기서 하느님의 손임에 틀림없는 ‘강한 손’은 어떤 사본에서는 ‘강한 힘’으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이런 표현을 통해 탈출기는 계속하여 하느님의 능력이 아니고서는 파라오가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탈출은 오로지 하느님의 뜻과 힘에 의한 기적이라는 것입니다.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자신을 도구로 삼으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며 마리아는 ‘마니피캇’(magnificat, 성모의 노래)에서 ‘하느님의 팔이 베푸시는 큰 힘’을 찬미하였습니다. 나의 삶에서 하느님의 손과 팔은 어떤 힘을 떨쳐 보이셨을까요? 나의 지난 인생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청해봅니다. 지난 삶의 자취 속에서 힘겨워한 나를 감싸주신, 하느님 팔의 포근함과 든든함을 내가 깨달을 수 있기를요. 하느님께서 나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고 당신의 강한 손과 팔로 나를 구해내셨음을요, 저를 돌보아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처럼, 하느님의 힘으로

 

탈출기 6장의 후반에는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재차 사명을 부여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나는 주님이다. 내가 너에게 이르는 말을 모두 이집트 임금 파라오에게 전하여라.”(탈출 6,29) “보십시오, 저는 입이 안 떨어져 말을 못 합니다. 어찌 파라오가 제 말을 듣겠습니까?”(탈출 6,30) 하며 파라오 앞에 나아가 말하기를 두려워하는 모세에게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나는 너를 파라오에게 하느님처럼 되게 하였다. 그리고 너의 형 아론은 너의 예언자가 될 것이다.”(탈출 7,1) “모세야, 파라오는 너에게서 나의 힘을 보게 될 것이다. 아론은 너의 예언자로서 나의 말을 파라오에게 전할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모세는 강인한 파라오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였지만,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파라오를 대적할 힘을 주시리라는 약속을 하셨고, 과연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하여 여러 가지 표징과 기적을 일으키시어 파라오의 고집을 꺾으신 것입니다.

 

“나는 너를 파라오에게 하느님처럼 되게 하였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도구로 쓰인 모세가 파라오를 대할 때 당신 자신처럼 되도록, 곧 파라오가 모세를 하느님처럼 여기도록 하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느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기 전 앞에도 같은 말씀을 하셨군요. “그(아론)가 너(모세)를 대신하여 백성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아론)는 너(모세)의 입이 되고, 너(모세)는 그(아론)의 하느님이 되어 줄 것이다.”(탈출 4,16) 하느님께서 아론에게 모세를 대신하여 백성에게 이야기할 힘을 주시고, 또 그런 아론 곁에서 당신의 도구가 될 모세에게 하느님의 지팡이를 잡고 표징들을 일으킬 힘을 주시리라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목표로 하는 ‘구원’(救援)의 상태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 ‘지복직관’(至福直觀)과 ‘신화’(神化)입니다. 즉 ‘하느님을 마주 보는 행복에 이르는 것’과 ‘하느님처럼, 하느님 비슷하게 되는 것’이 구원의 상태라는 말이지요. “나는 너를 파라오에게 하느님처럼 되게 하였다.” 이 말씀을 “나는 너를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처럼 되게 하였다.”로 바꾸어 봅니다.

 

그러고 나니 “나는 너를 세상 사람들에게 하느님처럼 되게 하였다.”는 말씀은 “내가 너를 구원하였으니 너는 세상 사람들에게 나를 전하여라.”라는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구원을 베푸실 사람들을 당신과 비슷하게 형성해 나가실 것입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을 희망하고 살고 전하는데 전력을 다합시다!

 

 

이스라엘 백성을 위한 파스카 축제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집트에 9가지의 재앙을 내리신 다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제 파라오와 이집트에 한 가지 재앙을 더 내리겠다. 그런 다음에야 그가 너희를 이곳에서 내보낼 것이다. 그가 너희를 내보낼 때에는 아예 너희를 모조리 이곳에서 내쫓을 것이다. … 내가 한밤중에 이집트 가운데로 나아가겠다. 왕좌에 앉은 파라오의 맏아들부터 맷돌 앞에 앉은 여종의 맏아들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짐승의 맏배들이 모조리 죽을 것이다. 그러면 이집트 온 땅에서 이제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큰 곡성이 터질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들에게는 개조차 짖지 않을 것이다.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그러할 것이다. 이는 주님이 이집트 인들과 이스라엘인들을 구분하였음을 너희가 알게 하려는 것이다.”(탈출 11,1-7)

 

이 말씀을 하신 다음, 그러니까 아직 열 번째 재앙이 실제 내리기 전에 하느님께서는 축제를 지내라고 명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정마다 작은 가축을 한 마리씩 … 저녁 어스름에 잡아라. 그리고 그 피는 받아서, 짐승을 먹을 집의 두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라. 그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불에 구워, 누룩 없는 빵과 쓴나물을 곁들여 먹어야 한다. …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탈출 12,3-11)

 

탈출기의 서술에 의하면, 진노한 파라오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축제를 열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사실은 축제라기보다 식사(食事)를 하라는 말씀이었지만, 여느 식사와는 다른 특별한 식사임은 분명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 식사를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이집트에서 지켜주고 구해주신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지요.

 

이스라엘 백성들은 절박한 생사의 기로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자신들의 집에 짐승의 피를 발랐고, 나그네의 자세로 그 고기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렇게 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또 하느님의 강한 힘으로, 종살이에서 자유로,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게 되었음을 자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는 파스카 축제가 그들에게 당연히 축제 중의 축제였던 것이지요.

 

이어지는 말씀은 파스카 축제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날 밤 나는 이집트 땅을 지나면서, 사람에서 짐승에 이르기까지 이집트 땅의 맏아들과 맏배를 모조리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 신들을 모조리 벌하겠다. 나는 주님이다. 너희가 있는 집에 발린 피는 너희를 위한 표지가 될 것이다. 내가 이집트를 칠 때, 그 피를 보고 너희만은 거르고 지나가겠다. 그러면 어떤 재앙도 너희를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이날이야말로 너희의 기념일이니, 이날 주님을 위하여 축제를 지내라. 이를 영원한 규칙으로 삼아 대대로 축제일로 지내야 한다.”(탈출 12,12-14)

 

‘파스카’(Pascha) 축제는 부차적이긴 하지만 ‘거르고 지나가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미 이스라엘 이전부터 있던 이러한 유목민들의 축제에다가 누룩 없는 빵을 먹는 가나안의 농경축제인 무교절(無酵節) 축제를 결합, 하느님의 역사하심으로 이루어진 이집트에서 탈출과 해방을 기념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후일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앞두고 최후의 만찬을 드시면서 자신의 몸을 내어놓는 희생제사로 새로운 파스카를 지내셨습니다. 미사에 참여할 때마다 죽음에서 생명을 주시고 죄의 속박에서 자유를 주시고 해방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님의 희생제사에 감사드립시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하느님께 감사의 제물로 봉헌하는 자세를 갖도록 합시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6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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