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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성령과 기: 70인역 성서에서의 영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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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196

성령과 기(氣) : 70인역 성서에서의 영 체험(靈體驗)

 

 

신약성서에서 성령을 나타내는 단어인 ‘프네우마(pneuma)’는 희랍어로 근원적인 자연력과 생명력을 나타낸다. 이 힘은 원료인 동시에 경과가 되는 기류로, 그로부터 전의(轉意)되어 영의 입김으로 잘 감지된다. 곧 프네우마는 바람의 기류, 인간 혹은 짐승의 호흡, 생명의 숨결, 영혼 그리고 비유적인 의미에서의 ‘신적인 영’으로 이해되는 것이다.

 

희랍-헬레니즘적인 신화와 종교 안에서도 발견되는 이 프네우마 개념은 바람, 입김, 호흡, 영혼, 생식력, 생명력, 정신력이라는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존재·작용관계에 관한 종교적인 민간신앙의 관념과 결합되어 있다. 심지어 제우스 신앙은 신적인 입김을 통한 신의 아들(神子)의 생산과 출생의 관념에 대해서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비물질적인 실체로서의 영은 아직도 논의되지 않는다. : “프네우마 자체는 일상 희랍어와 그 철학적인 사용에 있어서 동물과 식물과 모든 사물 안에서 산만하게 현존하는 생명의 실체와 출산력을 표현한다. 따라서 프네우마는 비육체적인 실체라기보다는 오히려 순수 물질적인 유형이라 할 것이다.”1)

 

구약성서에서 378번 사용된 ‘루아흐(ruah)’는 70인역 희랍어 성서에서 가장 많이(약 270번) 프네우마로 번역되었는데, 대개는 ‘영(하느님의 영, 주님의 영)’이라는 의미로, 라틴어로는 ‘스피리뚜스(Spiritus)’ 혹은 ‘아니마(Anima)’로 번역되었다. 그런데 루아흐가 희랍어 번역에서 약 100번이나 프네우마 개념으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것은 두 단어의 의미 영역이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렇게 해서 다르게 번역된 단어들은 입김, 바람, 폭풍과 같은 의미를 지닌 단어들과 호흡, 생명력, 감각, 의향, 기분 등등의 인간학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다. 예를 들면 루아흐는 바람의 뜻으로는 약 50번, 열정과 분노의 뜻으로는 6번, 호흡의 뜻으로는 4번, 영혼의 뜻으로는 21번 번역되었고, 그밖에는 인내, 예민한 감각, 소심, 생각, 경솔의 뜻으로 번역되었다.

 

이상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프네우마라는 단어는 결국 루아흐의 직접적인 번역으로, 대부분 ‘하느님의 영’이라는 의미를 넘겨받았으며, 이제 영적인 관념은 비물질적·영적인 실체로 확대되기 시작한다. 헬레니즘적·신약성서적 시대의 ‘영적(靈的)’이라는 말이 희랍적·철학적 사고의 영향을 통하여 크게 변하게 되는 것이다. 즉, 실체범주라는 사고에서 ‘몸’의 반대가 되는 ‘영’의 관념이 생겨나니, 이제 인간 안에서의 영은 몸 안에 갇혀있는 영혼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영’과 ‘영혼’으로서의 영의 특성은 강해지게 되었고, 그 결과 ‘힘’으로서의 ‘영’의 특성은 약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루아흐라는 전망에 관련됨이 없이 프네우마 개념에만 치중한 영 이해(靈理解)는 불충분하다. 그 이유는 루아흐가 프네우마보다도 ‘하느님의 생명력’이라는 의미를 더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회적인 영 이해와 기(氣)의 비교》

 

‘루아흐’와 ‘프네우마’ 개념의 본원적인 의미들은 중국철학에서의 ‘기’개념과 아주 비슷하다. 즉 ‘기’라는 단어 또한 바람, 공기, 입김, 호흡, 생명의 숨결을 표현하며, 거기에서부터 ‘기’는 ‘에너지’와 ‘생명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 결과 기 기념은 성령과 같이 ‘인간의 생명원리’로서도 고찰되는 것이다.

 

끝으로 교황 요한 바오로 6세께서 지으신 기도를 소개할까 한다. 앞으로 공부할 성령의 여러 국면을 잘 드러내어 주는 기도이다.

 

성령님, 당신은 거룩하시고 또 거룩하게 하십니다.

당신은 빠라끌리또, 저희들의 보호자이시고 위로자이십니다.

당신은 저희들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당신은 저희들의 해방자이십니다.

당신은 사랑이십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영이십니다.

당신은 그리스도의 영이십니다.

당신은 저희 안에 거하시는 창조되지 않은 은총이시고,

모든 창조된 은총의 원천이시며 성사들의 힘이십니다.

 

당신은 진리의 영이십니다.

당신은 공동체의 일치이시고, 공동체의 근원이시며, 종교일치운동의 추진력이십니다.

 

당신은 하느님을 발견하는 사람의 기쁨이십니다.

당신은 일곱가지 선물을 주시는 분이시고 모든 카리스마의 근원이십니다.

당신은 저희들의 사도직을 풍요롭게 하십니다.

당신은 순교자들에게 용기를 선사하십니다.

 

당신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십니다.

당신은 교도직을 지도하는 분이시며, 교회의 최고 권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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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N. - J. Congar, Der Heilige Geist, 19f.

 

[월간 빛, 2003년 3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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