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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47: 엘리사벳 쉬슬러 피오렌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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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6-10 ㅣ No.400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47) 엘리사벳 쉬슬러 피오렌자 (중)
 
전통적 성경 연구법 탈피해 대안적 해석학 제시



피오렌자 교수가 14년 동안 신학을 가르쳤던 노트르담대학교 캠퍼스에 있는 성모 동굴. 루르드의 성모 동굴을 본땄다. CNS 자료사진


노트르담대학교를 떠나 케임브리지의 성공회 대학으로 옮겨온 피오렌자 교수는 ‘해방을 위한 비판적 여성주의 해석학’을 더욱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1984년에서 1988년까지 케임브리지의 성공회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동안 많은 이들에게 비판적 여성주의 성경해석을 가르치고 소개하였습니다. 이때에 가톨릭 대학교인 노트르담대학교에서 가르칠 때보다 더 많은 가톨릭 여학생이 그의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피오렌자 교수의 학문적 연구는 점차 학계의 인정을 받기에 이릅니다. 1985년에 그는 미국 성서학회의 첫 번째 여성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이는 성서학계가 피오렌자 교수가 성경해석 분야에 끼친 공헌을 공식으로 인정하였음을 드러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은 점점 더 많은 학자들이 성경 연구에서 비판적 여성주의적 관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같은 해에 피오렌자 교수는 주딧 플래스코(Judith Plaskow)와 함께 「여성주의 종교연구」라는 잡지(Journal of Feminist Studies in Religion)를 펴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잡지는 이후로 여성신학자들의 학문 업적을 세상에 드러내는 데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왔습니다.

피오렌자 교수는 1988년 이후 지금까지 하버드 신학대학에서 성경 해석학과 여성신학 분야에서 수많은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연구업적 및 주요 저서

피오렌자 교수는 성서해석학과 여성신학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 업적을 남겼고 지금도 이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피오렌자 교수의 강의와 연구는 성경 및 신학과 관련된 인식론, 해석학, 수사학, 정치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며, 신학교육과 평등성, 근원적인 민주주의와 관련된 주제들에도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피오렌자 교수의 저술 활동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왕성하다고 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약 24권의 책을 저술하였고, 17권에 이르는 책의 편저자이며, 240편이 넘는 논문을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로 발표하였습니다. 현재, 「여성주의 종교연구」라는 잡지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편집자이며, 「콘칠리움」(Concilium)이라는 잡지의 공동 편집자이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성경 관련 주요 잡지들과 연구소들에서 상임위원직을 맡고 있습니다. 2001년에는 미국 인문과학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피오렌자 교수의 뛰어난 연구 활동을 인정하여 미국의 코네티컷에 있는 성 요셉 칼리지, 오하이오의 데니슨 대학교, 뉴욕 로체스터의 성 베르나르도 학교, 스웨덴의 웁살라 대학교, 독일의 뷔르츠부르그 대학교, 퍼킨스 신학대학, 남부 메토디스트 대학교, 바이에른의 아우구스타나 신학대학에서 피오렌자 교수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였습니다. 2002년에는 가톨릭 도서관협회에서 주는 성 예로니모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피오렌자 교수의 책 「그녀를 기억하며」(In Memory of Her, 우리말 번역 「크리스찬 기원의 여성신학적 재건」)은 현재 13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그밖에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피오렌자 교수의 저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돌이 아니라 빵을」(김윤옥 역, 대한기독교서회, 1994): Bread Not Stone: The Challenge of Feminist Biblical Interpretation (Boston: Beacon, 1985).

2) 「동등자 제자직」(김상분, 황종렬 역, 분도, 1997): Discipleship of Equals: A Critical Feminist Ekklsia-Logy of Liberation (New York: Crossroad 1993).

3) 「성서-소피아의 힘: 여성 해방적 성서 해석학」 (김호경 역, 다산글방, 2002): Sharing Her Word: Feminist Biblical Interpretation in Context (Boston: Beacon, 1998).


신학사상

여성 성경신학자로서 피오렌자 교수는 성경 해석의 방법들과 특권적 배경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습니다. 자신의 오랜 연구를 통하여 그는 성경 본문 자체와 그리고 그 성경을 설명하려는 해석 방법들이 종종 특권층에 속하지 못한 이들이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억압에서 벗어나도록 돕기보다는 오히려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는 경우가 많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피오렌자 교수는 성경과 그 해석 방법에 대한 다차원적 비평 방법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기존의 해석 방법들을 단지 비판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해석 방법에 대한 대안적 읽기를 찾아 나선 것입니다. 피오렌자 교수의 접근법은 복잡하고도 역동적이며 성경 해석의 윤리적 결과들을 깊이 고려합니다. 어떤 이들은 성경 해석에 관한 이러한 피오렌자 교수의 주장을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이에 대해 피오렌자 교수는 어떤 생각이든 어느 정도로는 이데올로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성경 해석에 사용되는 관념이나 방법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대답합니다. 어차피 이데올로기적인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무엇보다 윤리적인 해석 방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만큼 성경은 사회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피오렌자 교수가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의 입장에서 성경 해석과 그 방법들을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그가 어린 시절에 전쟁 난민으로서 경험하였던 고통을 잊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억압받는 이들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자 합니다.

피오렌자 교수는 그가 저술한 수많은 책과 논문들에서 지속적으로 기존의 성경 연구 방법에 도전을 제기합니다. 성경 연구라고 하는 학문을 변모시키려는 피오렌자 교수의 노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오늘날의 성경 연구라고 하는 학문이 전제하고 있는 것, 곧 성경 본문 안에서 더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들을 발견하는 것이 성경 연구의 목적이라는 전제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피오렌자 교수는 성경 본문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그것이 번역되고 해석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학문적, 사회적 문제들이 연루됐다고 주장합니다. 피오렌자 교수는 그 오류를 ‘주인중심제’(kyriarchy)라고 부르는데, 이는 소수의 엘리트 남성들이 특권 받지 못한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사회적 지배의 복잡한 패턴을 일컫는 말입니다.

여성신학자들이 가부장제 혹은 남성중심적 지배 체제를 비판한다면, 피오렌자 교수는 남성 중심적이라는 말이 서구사회를 지칭하는 적절한 말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남성 역시 그 지배 체제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성과 남성 간의 대립에서 온 것이기보다는 오히려 소수의 특권 계층이 전체를 지배하고, 그 지배를 정당화하며, 불특정 다수는 그런 지배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체제에 있다고 보며, 이 체제를 피오렌자 교수는 ‘주인중심제’(kyriarchy)라고 부릅니다. 피오렌자 교수는 성경 본문 안에, 그리고 성경의 해석 방법들 안에 주인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고, 또 특정한 성경 본문이나 해석 방법에 의해 어떻게 그것이 강화되고 있는지를 지적합니다.

둘째로 피오렌자 교수는 성경 연구 분야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주인중심적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데서 나아가 대안적인 성경 연구 방법들을 찾고 제시하고자 합니다. 피오렌자 교수가 제시하는 전통적인 성경 해석 방법에 대한 대안은 ‘해방을 위한 비판적 여성주의 해석학’(a critical feminist hermeneutics for liberation)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제안하는 바가 유일한 대안이 아님을 피오렌자 교수는 강조합니다. 그리고 기존의 주인중심적 연구 풍토, 곧 소수의 주류 학자들이 전체 학계를 이끌어가는 풍토에서 벗어나 다양한 담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철저하게 민주적인 공간이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합니다. 피오렌자 교수가 제시하는 해방을 위한 비판적 여성주의 성경 해석의 내용은 제 3부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평화신문, 2014년 6월 8일, 
김영선 수녀(마리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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