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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성령과 기: 봉사하는 교회의 조력자이신 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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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01-10 ㅣ No.216

성령과 기(氣) : 봉사하는 교회의 조력자이신 성령 (1)

 

 

교회는 자신의 주님에게서 세상에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봉사하라는 사명을 받았다. 주님은 교회가 이 사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령을 조력자로 보내주셨다. 이 성령께서 교회 안에서 활동하시며 풍성한 선물로 그 봉사를 도와주신다.

 

 

1. 성령의 집이며 성전인 교회

 

교회는 성령의 교회이다. 왜냐하면 성령을 통하여 교회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성령은 교회 안에 사시고, 교회는 성령으로 존속한다. 원시교회는 자신 안에 거하시는 성령을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신하고 있었다. 신앙 고백문들은 교회와 성령과의 이러한 연관성을 나타내고 있다. 교부들은 일찍부터 신앙고백문 안에서의 교회의 위치에 주목하였는데, 성령에 대한 신앙 바로 다음에 교회에 대한 신앙이 나오는 것은 교회와 성령은 갈릴 수 없이 결합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명백하게 자신을 하느님의 거룩한 영이 세우신 거룩한 집이요, 성전으로 이해하였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그들 가운데 다시금 거처를 취하셨기에 자신을 하느님의 새로운 백성으로 파악하였다. 거처 혹은 집이라는 관념은 성부와 성자 하느님과의 관계 하에서만이 아니라 뚜렷하게 성령께 관련되어 사용되었다.(요한 14,15-17; 1고린 3,16-17; 6,19; 1요한 4,12-13 참조)

 

성령의 성전이라는 개념은 바울로에게 나타난다. 그에 의하면 모든 신자들은 그 자체로 성령의 성전이므로 순결함과 거룩함으로 불리움을 받고 있다. :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성령이 계시는 성전이라는 것을 모르십니까? 여러분의 몸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값을 치르고 여러분의 몸을 사셨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자기 몸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1고린 6,19-20)

 

사람의 몸은 플라톤적인 인간학에서 말하는 식으로 영혼이 갇혀있는 감옥이 아니라 하느님의 성령이 사시는 곳으로, 성령께서는 당신의 내주를 통하여 그를 살리시고(로마 8,11 참조) 거룩하게 하신다.(1고린 3,17) 베드로의 첫째 편지의 저자는 영적인 집을 말하기까지 하는데, 이도 역시 성령의 성전을 뜻하고 있다. : “여러분도 신령한 집을 짓는 데 쓰일 산 돌이 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사제가 되어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실 만한 신령한 제사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드리십시오.”(2,5) 이 성령의 성전은 “열려 있음과 자유로움과 다양한 은사들로써 꾸며진 종말적인 구원의 공동체로서, 이미 역사 한 가운데서 하느님의 영의 창조적인 활동을 증언하고 볼 수 있도록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러한 사상과 관련하여 교회를 뚜렷이 성령의 성전으로 표현한다. : “성령께서는 교회 안에 그리고 바로 성전인 신자들의 마음 안에 머무르시고(1고린 3,16; 6,19 참조), 그 안에서 기도하시며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증언하여 주신다.”(갈라 4,6; 로마 8,15-16.26 참조) - <교회헌장 4>

 

공의회는 다른 곳에서 성령의 성전을 하느님의 백성과 그리스도의 몸처럼 강조한다. : “이렇게 선교 활동을 통하여 하느님의 계획이 완성된다. 이 계획을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파견하신 성부의 영광을 위하여 순명과 사랑으로 수행하셨다.(요한 7,18; 8,30.44; 8,50; 17,1 참조) 이는 온 인류가 하느님의 한 백성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한 몸으로 모이며 성령의 한 성전을 함께 세우도록 하시려는 것이었다.” - <선교교령 7> “사제는 주교에게 거룩한 서품과 파견을 받아 사제이시며 왕이신 스승 그리스도를 섬기도록 발탁됨으로써 그리스도의 직무에 참여한다. 이 직무를 통하여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그리스도의 몸, 성령의 궁전으로 이 지상에 끊임없이 세워지고 있다.” - <사제생활 교령 1> [월간 빛, 2004년 11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성령과 기(氣) : 봉사하는 교회의 조력자이신 성령 (2)

 

 

2. ‘성령’과 구세주를 신앙하는 하느님 백성의 ‘카리스마’들

 

가. 신약성서에서의 카리스마들과 교회의 근본구조

 

* 교회의 영적인 구조로서의 카리스마

 

‘하느님의 은사(恩賜)’를 뜻하는 카리스마(charisma)는 하느님의 행위로서의 ‘은총의 선물’ 혹은 ‘호의(charis)의 결실’을 가리키는데, 좁은 의미로는 ‘성령께서 특별한 선물로 내려주시는 은혜’를, 넓은 의미로는 ‘하느님이 인간에게 선사하신 구원의 선물 전체’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신약성서는 성령의 부여를 일회적인 과정이라기보다 여러 번의 사건으로 고찰하고 있는데, 원시교회는 특별한 영적인 체험을 하면서 비로소 성령이 자신 안에서 활동하신다는 것을 서서히 의식하게 되었다.

 

카리스마 개념은 은총의 선물이란 뜻과 함께 바울로의 서간(로마 1,11; 6,23; 11,29; 12,6; 1고린 1,7; 7,7; 12,4.9.28-31; 2고린 1,11; 1디모 4,14; 2디모 1,6)과 베드로1서(4,10)에서만 나타나는데, 사람은 각자가 자신의 소질과 영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를 통해 공동체 안에서의 질서가 세워지게 된다. 공동체의 이러한 영적인 근본구조를 표시하기 위해 바울로는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처음 선택했는데, 오늘날 전해오는 희랍어 문헌에서 이를 볼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개념으로 일종의 카리스마의 신학을 드러나게 정립한다. 그가 말하는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카리스마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1고린 12,4 - 11.12 - 31ㄱ 참조)

 

“(1)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는 카리스마들이 있는데, 이는 자유롭게 행하시는 하느님의 영으로부터 공동체에 선사되어진 여러 선물들을 말한다. (2) 이러한 선물들은 주님을 위한 봉사들로서, 영은 철두철미 그분께 속하여 있다. 그 영은 주님에게서 발한다. 최종적으로 영과 그 영의 선물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분은 하느님 자신이다. (3) 동시에 이 영의 선물들은 공동체를 위한 봉사들이고, 모든 사람의 공동이익을 위해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그 기준이 되는 시금석은 공동체의 안녕과 건설이다. (4) 이러한 카리스마들은 근본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선사되어져 있다. (5) 여러 종류의 카리스마가 필요한데, 그것은 공동체가 각 개별 구성원들의 결합체이기 때문이며, 또 믿음이 그 생활전체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6) 이러한 상호적 봉사 안에서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과 모든 선물들이 필수적인데, 나약한 구성원들과 선물들까지도 그러하다.”

 

* 카리스마와 성령

 

바울로는 ‘카리스마’와 ‘프네우마(pneuma, 영, 성령)’ 사이에서 인과적인 연결을 본다.

 

“은총의 선물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것을 주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십니다. 주님을 섬기는 직책은 여러 가지이지만 우리가 섬기는 분은 같은 주님이십니다. 일의 결과는 여러 가지이지만 모든 사람 안에서 모든 일을 이루어 주시는 분은 같은 하느님이십니다.”(1고린 12,4 - 6)

 

그러므로 여러 가지의 카리스마를 선물하시는 분과 그 카리스마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분은 같은 성령이시다. 카리스마들은 한 성령의 선물들로서, 이는 한 분이신 주님께 봉사하는 선물들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계속되는 성령의 선물들을 위하여 살아가고, 그 선물들을 위해 자신을 개방하고, 그 선물들을 얻기 위해 노력하며, 무엇보다 성령을 억압하지 않을 사명이 있다.(1테살 5,19 참조)

 

모든 이가 일상의 가장 미소한 봉사 안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카리스마에 있어서 자신의 몫이 있는데, 이는 그 모두가 공동체의 건설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에도 예외가 없다. 모든 이가 자신에게 고유한 선물을 받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은 각각 다릅니다.”(로마 12,6)

 

* 카리스마와 사랑 그리고 회개와 세례

 

“여러분은 더 큰 은총의 선물을 간절히 구하십시오. 내가 이제 가장 좋은 길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 … ] 힘써 남을 사랑하고 성령의 선물을 간절히 구하십시오. 특히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은혜를 간절히 구하십시오.”(1고린 12,31; 14,1)

 

“모든 일에 앞서 서로 진정으로 사랑하십시오. 사랑은 허다한 죄를 용서해줍니다. [ … ] 각자가 받은 은총의 선물이 무엇이든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남을 위해 봉사하십시오.”(1베드 4,8.10)

 

바울로는 사랑을 인간을 위한 최선의 길로 제시하고 있으며(1고린 13,8 참조), 베드로1 서간의 저자는 서로 사랑하며 서로에게 봉사하라고 호소한다. 이와 더불어 그들은 카리스마(은총의 선물)들을 존중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카리스마들은 결코 교회 안에 있어서의 특별하고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보통의 현상이다. 카리스마들은 일상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카리스마는 단지 특별한 것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오히려 삶 속의 일상적인 것을 통하여 나타난다.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도 더 큰 카리스마들을 얻기 위해 힘써야하며, 눈에 띄는 기묘한 카리스마가 아니라 일상적인 카리스마들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카리스마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훌륭한 카리스마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겸손한 카리스마는 바로 사랑이다. 사도행전은 사랑 외에도 회개와 세례를 성령의 선물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강조하고 있다.

 

“회개하시오. 그리고 여러분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시오.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입니다.”(2.38)

 

이와 관련하여 회칙 “생명을 주시는 주님(Dominum et vivificantem, 1986)”도 영적인 선물의 수령을 위한 참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회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죄를 밝히 드러내야 합니다. 회개는 양심의 내적 심판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거기서 진리의 영이 인간의 가장 깊은 마음속에 작용하심을 나타내는 증거를 볼 수 있으며, 이는 동시에 은총과 사랑의 새로운 선물이 시작됨을 뜻하기도 합니다.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31항)

 

다음 호에서는 계속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카리스마들”, “성령을 통하여 작용하는 카리스마들과 직무”에 대하여 살펴보겠다. [월간 빛, 2004년 12월호,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의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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