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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삶의 지혜35: 레오 대 교황의 사순시기 강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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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64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35) 레오 대 교황의 ‘사순시기 강론’에서

 

 

“단식은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에 동참하는 것이다”

 

[본문]

 

“하느님의 지배를 받는 영혼은 육체의 주인이 되는 것이 마땅합니다. … 만일 우리가 단식하면서 우리 생활이 완전한 절제에서 오는 순결함과는 동떨어져 있다면, 불신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 단식의 핵심은 음식의 절제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일 마음이 불의에서 되돌아서지 않고 혀가 악담을 끊어버리지 않는다면, 육체에 음식을 줄이더라도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합니다.”

 

레오, ‘사순시기 강론’ 4, 2

 

“단식의 경기장에서 음식만 절제하면 만족스런 결과를 얻으리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육체에 음식을 줄이면 영혼은 강해집니다. 사람이 외적으로 약간 고통을 당하겠지만 내적으로는 영양을 섭취하게 됩니다. 육체에게는 육적 풍만이 줄어들지만 정신은 영적 즐거움으로 강인해질 것입니다.”

 

레오, ‘사순시기 강론’ 1, 5

 

 

“단식에는 자선과 선행이 뒤따라야”


[해설]

 

레오 대 교황(440 ~461)은 452년에 훈족이 로마를 침공하려고 하자 훈족왕을 만나 설득하여 로마침략을 포기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455년에 반달족이 로마에 쳐들어왔을 때에도 반달족을 설득하여 로마를 구해냈다. 

 

그 결과 반달족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은 모두 황폐화되었지만 로마만은 그 화를 면했던 것이다. 닥치는 대로 모든 것을 파괴한다고 해서 ‘반달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처럼 레오 대 교황은 야만족의 침략으로 멸망의 위험에 처한 로마를 구해냈을 뿐만 아니라 고대 로마제국의 소중한 문화 유산과 그리스도교를 게르만족과 켈트족에게 전해 주었다.

 

레오 대 교황은 박해시대의 영성과 단식의 영성을 연결지어 설명함으로써 단식의 의미와 가치를 발전시켰다. 박해시대에 순교가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것이었다면, 박해가 끝난 평화시대에 하는 단식도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짊어지듯이 단식을 통해서 주님의 수난에 동참해야 한다.

 

고대 교회에서는 단식일에 식사를 몇 끼 해야 하며 식사량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각자 자신의 건강상태나 신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음식을 절제하였다. 또한 레오 대 교황의 시대에는 아직 금육(禁肉)이란 개념이 없었다. 오늘날에는 재의 수요일과 성 금요일에만 단식을 하지만, 당시 로마 교회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단식을 했고, 사순시기에는 주일을 뺀 모든 날에 단식을 하였다. 하지만 단식이란 음식을 절제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늘날 건강이 나빠서 단식하거나 미용이나 웰빙으로 단식하는 경우가 있고, 투쟁이나 수행을 위해 단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레오 대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단식에는 반드시 영적 단식과 자선과 선행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영적 단식이란 죄와 악행을 끊어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병자나 육체적으로 단식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영적 단식은 반드시 해야 한다. 레오 대 교황은 단식을 한다 하더라도 순결한 생활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결실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과 이단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육적 단식’과 ‘영적 단식’을 절묘하게 연결시켰다. “육신이 음식을 단식하듯이 영혼도 악행을 단식하게 됩니다.”(레오, ‘사순시기 강론’ 12, 2)

 

교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단식을 하거나, 단식을 하지 않으면 죄가 된다고 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단식이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단식한 것을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다면, 형식주의적이고 율법주의적인 단식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단식하여 절제한 것을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에게 베풀라고 가르쳐왔다. 

 

이 같은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에 따라, 레오 교황은 “사순시기를 맞이하여 단식을 하는 지금이야말로 더욱더 자비의 행위들로 열심히 완덕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사순시기 강론 8, 4)라고 강조하였다. 

 

단식에는 자선과 선행이 뒤따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순시기를 지내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의무며 본분인 것이다. 따라서 매일 단식을 해야 하는 사순시기는 슬프고 괴로운 시기가 아니라 빠스카의 신비에 동참하는 것으로 빠스카의 기쁨을 앞당겨 누리는 기쁨의 시기인 것이다. 

 

단식과 자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단식의 완성은 자선의 실천에 있다. 

 

따라서 단식한 금액을 가난한 이들에게 되돌려 주는 자선 행위야말로 단식을 완성하는 행위이며, 자비로우신 하느님을 본받는 것이다. 자선은 그리스도교의 오래된 아름다운 전통이었다. 전통적으로 교회는 세례성사(‘세례의 물’)와 참회의 성사(‘참회의 눈물’)와 더불어 자선을 사순시기에 맞는 가장 적절한 행위라고 강조하였다. 죄사함을 받는 구원의 시기가 바로 사순시기인 것이다. 

 

“물이 불을 끄는 것처럼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 30)라는 말씀을 근거로, 레오 대 교황은 “세례의 물과 참회의 눈물이 죄를 씻어주지만 자선도 죄를 없애줍니다”(레오, ‘사순시기 강론’ 11, 6)라고 설명하면서, 신자들로 하여금 단식의 길로 들어서도록 초대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5년 12월 4일,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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