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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학교 교육: 가톨릭 학교의 이념을 살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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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12-10 ㅣ No.106

[경향 돋보기 - 가톨릭 학교 교육] 가톨릭 학교의 이념을 살린 교육

 

 

들어가는 말

 

한국의 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이 모든 학교에 관통하고 있어서 이러한 현실을 과감하게 개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 아래에서 가톨릭 학교는 다른 공립 및 사립학교와 얼마나 다른 이념과 비전을 갖고 교육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실상 1974년 이래 고등학교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이후 가톨릭 학교를 포함한 종교재단의 학교가 나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교육을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고 있다. 우선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톨릭 학교를 선택하지 못하고, 교육청이 학생들을 학교에 배정함으로써 다양한 종교를 가진 학생들이 가톨릭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자신의 의사와는 달리 종교 교육기관에서 중고등교육을 받음으로써 종교 관련 문제 등이 발생하여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마찰을 빚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입시 위주, 경쟁과 효율 위주의 한국 교육 현실에서 가톨릭적 이념으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복음적인 가치를 교육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가톨릭적 이념, 복음적인 가치로 학교에서 청소년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지 살펴보는 것은 지나친 경쟁과 효율의 문화, 죽음의 문화에 사로잡힌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가톨릭 학교 문화를 보급하는 것이며, 오늘날 대부분의 학생들이 불행하여 수만 명의 학생들이 자퇴하고 심지어는 자살을 하는 암울한 교육 현실에서 청소년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무너진 한국의 교육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톨릭 학교의 이념과 가치관

 

가톨릭 학교와 비가톨릭 학교의 차이는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가톨릭 학교의 이념은 가톨릭 학교를 이끌어가는 나침반이며, 혼이며, 방향타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가톨릭 학교 교육헌장 1.1항에서는 “가톨릭 학교의 사명은 복음화와 전인교육에 공헌하는 것이다.”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어서 헌장은 “우선 신앙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교회의 사명인 복음을 선포하고 따르는 인생관을 확립하도록 도우며, 동시에 전인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도덕성과 정서를 함양하며 사랑하고 협력하는 태도를 익혀 균형 잡힌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가톨릭 학교의 교육이념을 통해 제시하는 가치관으로서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교육, 종교교육과 교리교육을 통한 그리스도인 성숙, 생명존중, 인간존중, 정의와 평화, 봉사, 문화적 포용, 종교적 관용, 환경보존, 도덕적 가치, 복음정신의 구현을 들 수 있다.

 

인간 존엄성에 대한 교육 :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을 타고난 존재로서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신분이나, 인종, 종교, 빈부귀천의 차이를 넘어 존엄하다. 인간의 존엄은 자유의지와 책임성을 지니고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윤리적인 존재이며, 또한 절대자 하느님을 찾고 선을 지향할 수 있는 종교적 존재이며, 그리스도교적 의미로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속된 존재이기에 더욱 존엄성을 갖는 것이다.

 

종교교육 : 지구별에 태어나게 한 삶의 목적을 알게 하고 신을 알도록 이끌어준다. 그리고 종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가르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인격의 완성을 추구하며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깊게 하여 신앙의 신비스러운 은총을 받아 몸과 마음, 혼과 영을 다해 하느님을 경배하고, 삶을 신망애의 향주삼덕 안에 조화시켜 새로운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생명존중 교육 : 오늘날처럼 태아살해(흔히 낙태란 이름으로 호도된다.)가 수술처럼 여겨지고 자살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에 인간의 생명은 부모의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고귀한 선물이며 인간 생명을 자연 생명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여 자신의 삶을 자연의 질서와 법칙에 비추어 바라보며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도록 인식시켜야 한다.

 

정의와 평화의 교육 : 가톨릭 학교는 이 세상을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살기 좋은 곳이 되도록 하고자, 가난한 사람을 돌보고 억눌린 이를 일으켜주며, 억압받는 이를 해방시켜 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정의와 평화의 교육을 실시한다.

 

봉사 교육 : 가톨릭 학교의 교육적 이상은 또한 “믿음과 사랑으로 봉사하는 인간”을 육성하는 데 있다. 이 세상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봉사를 본받아 가톨릭 학교의 학생들은 봉사의 참된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성숙한 인간이 되도록 교육한다.

 

문화적 대화 교육 : 가톨릭 학교는 다양한 문화 한가운데 존재하므로, 타 문화와 종교에서 발견되는 옳고 성스러운 것을 배척하지 않고 그것을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업적으로 여겨 포용하며 다른 문화를 깊게 이해하는 가운데 평화롭게 공존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고자 한다.

 

환경보존 :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의 창조물임을 알고 우리 인간은 자연을 보존하면서 관리할 권한을 맡기셨기에 우리는 우리 인간뿐 아니라 자연의 생명도 보살필 의무가 있다.

 

도덕적 가치 : 사회생활에 필요한 도덕적 가치, 특히 가톨릭적 가치 교육이 모든 교육적 행위와 환경에 스며들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며 가톨릭 신자가 아닌 학생들도 이러한 가치에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복음정신의 구현 :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복음을 지식, 문화 및 신앙 안에서 통합함으로써 복음적 가치의 획득과 진리의 발견을 지향해야 한다.

 

 

가톨릭 학교의 교육 내용과 방법 10계명

 

입시 위주, 경쟁과 효율 위주의 한국 교육 현실에서 가톨릭적 이념과 가치관으로 교육을 한다는 것은 비종교계 학교와는 다른 무엇을 교육을 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가톨릭적 교육이념과 가치관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방법과 내용을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톨릭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들로 하여금 전인적으로 성숙할 수 있도록 신체적, 지적, 정의적, 그리고 영적인 면들을 균형 있게 계발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내용과 방법을 실천할 때 복음적이고 가톨릭적인 교육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자아계발 교육 : 성형수술을 통해 얼굴모습과 몸만들기 등에 열광하는 오늘날 자기 자신의 내면을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아의 모습을 살펴보는 동시에 자신을 표현하고, 성찰함으로써 자아의 모습과 본래의 모습을 잘 파악하여 삶의 의미를 찾고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신체 교육 : “건전한 신체 안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속담처럼 생명의 에너지, 특히 성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청소년기에는 1주일에 5회 정도의 신체운동을 통하여 에너지를 발산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신체교육이 없는 입시 위주의 공부는 대부분의 아이들로 하여금 인터넷 등을 통한 음란 성문화로 눈을 돌리게 하고 있다. 주기적인 신체운동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전하게 할 뿐 아니라 집중력도 강화시켜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으므로 주 3회 이상, 1시간 정도 반드시 신체운동이 의무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

 

셋째, 독서 교육 : 독서의 생활화를 통하여 학생들은 존경하는 인물을 찾아 본받게 되는 동시에,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을 신장시켜 생애교육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교육을 통해 양서의 선택, 독서방법 등에 관한 능력을 기를 수 있으며 문장력, 말하기 쓰기 등의 능력을 길러 전인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봉사 교육 : 언행일치와 모범을 통한 교육은 스승 예수께서 우리에게 보이신 섬김의 삶을 통해 알 수 있으며, 사랑, 평화, 기쁨,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 등의 영적인 가치를 사회복지기관, 병원,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봉사를 통해 가르칠 수 있다.

 

다섯째, 역사 교육 : 자신과 가족, 민족 및 국가의 삶의 역사를 모르면 가치의 혼돈 현상이 발생한다. 우리 삶속에서 부딪히는 사건들을 역사 속에서 판단하고 비추어 바라볼 수 있는 역사의식의 계발은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다문화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와의 대화 및 사회 정의와 평화를 위한 교육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여섯째, 생명 및 환경 존중 교육 : 인간 생명은 자연 생명의 일부로서 자신의 삶을 자연의 법과 질서에 비추어 바라보며 생명을 지닌 존재로서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성교육을 통하여 인간관계 중에서 남녀관계 안에서의 올바른 태도를 갖도록 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성의 숭고함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곱째, 인격적인 만남을 통한 가치 교육 : ‘나’를 이해할 때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할 수 있으며, 너와 나의 관계성 안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다. 학교라는 그리스도교 교육 공동체 안에서 인격적인 접촉과 삶을 통해 인격이 성숙되고 신앙이 생겨나고 자라게 된다.

 

여덟째, 공동선 교육 : 하느님 나라라는 공동선의 비전을 공유하고 이 비전을 세상 속에 뿌리 내릴 수 있는 공동체의 기본 정신과 기본 생활 습관을 배우고 익히게 하며, 동시에 인간의 탁월한 존엄성을 인종, 성, 종교, 및 사상의 차이와 관계없이 존중하고 보장함으로써, 세상의 평화와 사회 정의를 실현하며 공동선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아홉째, 영성교육 : 전인적 교육(holistic education)의 한 축으로서 영성교육은 실천과 체험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적독서(성경 말씀 나눔 모임, 발표대회), 긍정적인 의식 훈련(기도, 명상, 묵상, 관상), 영성수련 활동(동아리 모임, 야영활동, 피정) 및 행사(성탄, 부활, 성모성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삶의 현장에서 믿음, 희망,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열째, 소명 발견 교육 :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여 일하는 사람이다. 우리 인간의 존재 가치와 의미는 내가 사랑해야 할 대상이 있고 나를 사랑하는 대상과의 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것이므로 자신의 장점, 희망, 열정 및 탤런트를 찾아서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자신의 천직을 찾게 한다면 한국 교육 병폐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며 한국의 교육이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소명 발견은 자아계발, 독서 교육, 봉사, 역사 교육과 영성 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 연계하여 자신을 성찰하면서 전문가와 면담, 멘토와의 대화 등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나가는 말

 

‘가톨릭 학교의 이념을 살린 교육이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해 필자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적인 환경을 직시하면서 복음적인 가치를 재해석하여 시대의 흐름에 맞게 재구성하여 위의 10가지 가톨릭적 교육 내용과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구상의 씨앗이 열매를 맺으려면 가장 중요한 첫 삽은 어디에서 떠야 할 것인가? 필자의 견해는 그 무엇보다도 교사가 먼저 가톨릭적 교육 내용과 방법을 공부하고 실천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적 수준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들을 가르치는 관심 이전에 자신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아울러, 교사로서의 소명의식과 성실성에 더 큰 관심을 갖게 하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비우고 내적 성찰을 통해 배우는 자세로 전인적인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승이신 예수님처럼 가르침과 내적인 깨달음을 체험함으로써 더 큰 배움을 배우는 자가 진정한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종교계 학교와는 차원이 다른 가톨릭 학교의 교육이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는 바로 교사에 대한 위의 10가지 교육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교사가 자신의 교직이란 삶에서 자신의 체험을 통해 가르침을 확신할 때 소명의식을 확신할 수 있으며 그러한 교사가 교실 현장에서 가르칠 때 교육은 힘이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무너진 교육현장이 다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가 가톨릭 학교 현장에서 확산될 때 오늘날 한국의 교육 현실도 조금씩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말씀처럼 항상 작은 누룩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 조은상 토마스 - 아퀴나스 좋은 세상 행복연구소 소장.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인재개발을 전공으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인재개발론”, “행복한 선교 리더십” 등의 책을 냈다.

 

[경향잡지, 2010년 10월호, 조은상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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