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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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김대건 ·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주년: 열정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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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07-19 ㅣ No.1999

[특집 – 김대건 · 최양업 신부님 탄생 200th] 열정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그리스도의 수난)>가 나왔을 때 어떤 사람이 이 영화의 제목을 “그리스도의 열정”으로 번역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패션(passion)은 일반명사로 ‘열정, 감정’이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보통 ‘열정’이라고 하면 매우 일시적이고 강렬하며 폭발적인 감정을 가리킬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열정적으로 한다는 것은 힘이 들기에, 어떤 일의 가장 절정을 가리킬 때나 ‘열정’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꾸준한 모범생에게는 왠지 이 ‘열정’이라는 말이 잘 어울려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최양업 신부님의 경우가 그럴 것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유학을 하던 신학생 시절부터 모든 스승으로부터 뛰어난 재능, 올바른 판단력, 규칙적인 생활로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제품을 받고 선종하는 날까지 함께 있던 선교사들에게도 모범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현지인 사제 최 토마스 신부는 굳건한 신심과 영혼의 구원에 대한 불타는 열의, 그리고 대단히 값진 그의 훌륭한 분별력으로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존재였습니다.”(베르뇌 주교의 평가) 1849년 4월 15일 사제품을 받은 최양업 신부님은 만주 지역에서 7개월간 교리 교육, 강론, 병자 방문, 고해성사 등 성무 활동에 성실히 임하며 새사제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선에 들어오자마자, 다블뤼 신부의 종부성사(병자성사)로 시작하여 6개월을 강행군하며 3,815명의 교우들을 방문하였습니다. 초행길인 데다가 박해 시기의 산골 교우촌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새신부의 초인적인 힘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다음 해에는 무려 127개 교우촌을 찾아가 5,936명을 만납니다. 그의 열정적인 성무 활동을 편지에서 찾아봅니다. “한 공소에 고해자가 40~50명이 있어도 그들 모두에게 하루 안에 고해성사를 집전해주어야 합니다. 반면에 고해자가 2명이나 3명밖에 없는 공소에서도 다음 날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에게 성체를 배령해주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를 묵어야 합니다. 저는 밤에만 외교인들 모르게 교우촌에 도착하여야 하고, 공소 순방이 끝나면 한밤중에 모든 일을 마치고 새벽녘 동이 트기 전에 그곳을 떠나야 합니다.”(1851년 10월 15일 서한)

 

최양업 신부님의 사목 방문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지속됐으며, 여름에 쉬는 시간에도 신부님은 천주교 서적의 한글 번역과 순교자들에 대한 기록을 수집하여 다블뤼 주교님께 전해드리는 일을 맡았습니다. 또 조선인 신학생들을 선발하여 스승들에게 보내며 ‘회개와 겸손을 가르쳐주십사’ 하고 부탁했습니다. 가장 절친한 페롱 신부님은 최양업 신부님의 선종 이유를 ‘과로’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전합니다. 좀 더 성사를 주고 싶은 마음에 한 달에 겨우 3~4일 밖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고 보고합니다. 그러한 최양업 신부님을 “패션 오브 토마스”, 곧 “토마스 신부의 열정”이라 번역하고 싶습니다.

 

[2021년 7월 18일 연중 제16주일(농민 주일) 서울주보 5면,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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