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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62: 영국 고딕의 시작 - 캔터베리 대성당(고딕 증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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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30 ㅣ No.816

[성당 이야기] (62) 영국 고딕의 시작


캔터베리 대성당(고딕 증축, Canterbury Cathedral)

 

 

1066년 정복왕 윌리엄은 영국에 노르만 왕조를 세우고, 프랑스의 완성된 로마네스크를 수입하여 문화적 부흥을 일으켰습니다(→ 성당이야기 29회). 이것이 영국 로마네스크의 시작입니다. 그 후 백 년이 지나 다시 ‘고딕’이란 새로운 양식이 전해졌는데, 이때도 초기가 아닌 완성 단계의 프랑스 고딕이 유입되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의 이러한 관계에는 노르망디라는 연결고리가 있는데, 그 역사는 다음 회에 설명하겠습니다. 아무튼 이 지역을 거쳐 프랑스 고딕이 영국으로 건너갔고, 반대로 레요낭 양식과 플랑부아양 양식이 프랑스로 유입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건축사학자들은 영국의 고딕이 일방적으로 프랑스 고딕의 영향 아래에 있다기보다는 나름의 지역적 독립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특히 평면과 공간의 구성에서 고유한 형태를 지니며, 기하학적 장식이 발달한 점도 영국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영국의 고딕은 프랑스처럼 건축 구조의 발달 단계에 의해 구분하지 않고, 양식의 변화에 따라 초기 영국 양식, 장식 양식, 수직 양식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초기 영국 양식’의 대표적인 성당은 란프랑쿠스에 의해 1070년,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캔터베리 대성당입니다(→ 성당이야기 30회). 이후 성 안셀모는 성가대석을 네이브의 길이에 버금가는 규모로 확장하고 그 안에 트란셉트를 하나 더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대성당은 성당 두 개를 종방향으로 이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백 년이 지난 1174년, 화재로 성당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는데, 이때 복원에 사용된 고딕 양식이 최초의 ‘초기 영국 양식’입니다. 그리고 이스트엔드의 사각형 소성당 자리에 삼위일체 소성당이 증축되었습니다(1180년).

 

따라서 캔터베리는 노르망디의 영향을 받은 로마네스크의 공간에, 초기 고딕의 6분 볼트와 기둥 체계가 기본 구조를 이루고, 여기에 영국 전통의 기하학적 장식이 더해져 완성되었습니다. 평면은 처음에 라틴크로스의 바실리카 양식으로 구성되었으나, 이후 성가대석을 확장하면서 영국의 수평성이 표현되었고, 네이브월 역시 기하학적 장식으로 구성하여 수직성보다 수평성을 강조하였습니다. 따라서 웨스트워크의 대성당 입구에 들어서서 전실을 거쳐 긴 네이브를 지나가면 첫 번째 트란셉트를 만나고, 이곳이 다시 전실이 되어 원래는 성가대석이었던 두 번째 네이브를 지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두 번째 트란셉트를 통과하여 성가대석에 도착하면, 삼위일체 소성당이 나오고 그에 딸린 코로나 앱스로 이스트엔드가 끝나는데, 성당의 총길이가 157미터에 달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영국 고딕의 전형이 되어 링컨, 솔즈베리, 웰스, 웨스트민스터 등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음 회에는 그중에서 영국의 대표적인 성당인 웨스트민스터를 방문하겠습니다.

 

[2021년 10월 31일 연중 제31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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