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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인보성체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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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3-08 ㅣ No.685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인보성체수도회 (상)


가난한 이 위한 사랑의 봉사 실천

 

 

- 인보성체수도회가 6·25전쟁 이후 사회적 약자들의 자립을 돕는 가톨릭사업가 양성을 위해 설립한 ‘구산후생학교’ 제1회 입학생들. 인보성체수도회 제공.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예수님은 마지막까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증거했다. 인보(隣保)는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의미하며, 성체성사의 뜻에 깊이 박혀있는 정신이다.

 

인보성체수도회는 1956년 11월 19일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사회사업가였던 서울대교구 윤을수(라우렌시오·1907~1971) 신부에 의해 성체성사 정신의 핵심인 ‘인격존중과 평등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설립됐다. 윤 신부는 성체를 공경하고 성체성사의 정신에 따라 살겠다는 의도를 오롯이 담아 수도회 이름을 지었다.

 

설립자 윤 신부는 1932년 사제품을 받은 뒤 1937년 조선교회 최초의 ‘신부 유학생’으로 선발돼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당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한국인 최초의 박사신부가 됐다. 6·25전쟁 중 군종사제로 임명된 그는 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했는데, 이는 그가 전쟁 후 피폐해진 삶의 현장에서 사회사업을 통해 복음을 선포하는 데 전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6·25전쟁 후 폐허가 된 상황에서 고아를 비롯해 한센병 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국제카리타스 등을 통해 체계적인 사회사업을 할 수 있는 ‘구산후생학교’를 설립했다. 지속적인 사회사업을 위해서는 가톨릭 사회사업가를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학교는 사회반과 수도반으로 구분했는데, 당시 수도반 학생들이 인보성체수도회의 첫 서원자가 됐다.

 

윤 신부가 펼쳤던 모든 사업은 인보정신의 구현으로 이어졌다. 특히 윤 신부는 인간을 유일한 존재로 존경하는 정신을 가장 강조했다. 그는 유고집에서 인보사상에 대해 “우리의 이상은 병들고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이웃을 돕는 것”이라며 “이 사상을 통해서만 행복할 수 있고 인간다운 이상을 찾을 수 있으며 그리스도의 정신과 육체가 여기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수도회 사도직 활동의 특징은 가장 어려운 이에게 이웃이 돼주는 사마리아인의 모습으로 이들을 보살피고 돌보며, 어느 누구든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것이다. 실제로 윤 신부는 이런 정신에 따라 수도원을 성매매 여성과 죄수 등 모든 이들에게 개방했고 수도자들에게는 수도원을 찾는 모든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엄격히 당부했다. 또 수도자들 사이에서도 동등하게 대하도록 했다. 그리고 여기에 행복이 있다고 여겼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3월 6일, 성슬기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인보성체수도회 (중)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삶

 

 

- 매일 한 시간씩 성체 현시를 하는 인보성체수도회 수도자들. 인보성체수도회 제공.

 

 

“성령의 이끄심으로 하느님의 소유가 된 우리는 모든 것에 앞서 하느님을 찾고 사랑한다.”

 

인보성체수도회의 회헌에는 그 영성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나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서 ‘나에 대한 참된 겸손, 남에 대한 사랑’(인보정신)을 ‘마음 바르게 부지런히’ 살아감으로써 스스로 행복하고 넘치는 기쁨을 온 세상에 전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보성체수도회 영성의 핵심이다.

 

제일 먼저 제시된 ‘나 하나의 세계’는 회원 각자가 자기 안에 하나의 스승, 하느님을 모시고 변함없이 그분을 따르며 그리스도의 참다운 복음을 실현해가는 세계다. 즉, 각자의 마음 안에 세운 하느님 나라라는 의미다.

 

설립자 고(故) 윤을수(라우렌시오) 신부는 “세속의 일은 필요한 대로 보고 네 마음에는 네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야 한다”며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천국”이라는 가르침에 따라 ‘나’에서 중심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신부는 여기에서 나아가 그리스도의 나라는 타인에게 그 행복의 길을 보여줌으로써 확장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행복은 겸손과 이웃 사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동정이 있고, 남을 향해 열려 있으며, 본인이 먹고 싶은 것을 남에게 내어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행복이라는 것이다.

 

인보성체수도회 수도자들은 이 영성에 따라 가난하게 살면서도 행복할 줄 알고 남을 돕는 데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결국 수도회의 이상은 ‘병들고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인보사상’에 있으며, 이 안에서만 행복할 수 있고 그리스도의 정신과 육체가 여기 있음을 믿는다.

 

마지막으로 회원들이 영원한 생명을 향해 가는 두 가지 방법은 ‘마음 바르게’ 그리고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다. 이렇게 살면 누구나 다 자신감이 생기고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으며, 마음의 불안도 사라져 행복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신부 설명에 따르면 마음이 바르다는 것은 거짓이 없다는 뜻이고, 부지런하다는 것은 자기 임무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모든 기도생활은 결국 스스로 마음을 바르게 하고 부지런히 임무에 충실하게 살기 위함이다. 그리고 회원들은 이 모든 것을 오직 진리의 근원이며 진리 자체인 하느님으로부터만 배워 실천한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본인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하느님의 거룩한 섭리로 받아들이며 하느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삶, 그 안에서 용기를 얻고 즐거움과 행복을 맛보는 삶이 곧 회원들이 살아가는 방식이자 이들의 영성이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3월 13일, 성슬기 기자]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인보성체수도회 (하)


사회적 약자 위한 사회사업에 투신

 

 

- 인보성체수도회가 운영중인 청소년 무료식당 ‘서울 인보의집’. 인보성체수도회 제공.

 

 

“우리는 가난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그들의 어려움에 함께하는 사회사업으로써 방방곡곡에 그리스도를 선포한다.”

 

인보성체수도회 회헌 6조에는 수도회의 사도직 활동의 핵심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도자들은 “가난하게 살면서도 행복할 줄 알고 남을 돕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그리스도의 이상”이라고 강조한 설립자 고(故) 윤을수(라우렌시오) 신부의 ‘행복 영성’에 따라 시대의 변두리로 나가 그 시대에 가장 나약하고 도움이 절박한 사회적 약자들을 찾아 나선다.

 

나아가 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지, 이들의 손을 어떻게 잡아줄지 고민하며 하느님이 스스로를 내어주면서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아가페적 사랑을 이들에게 실천한다. 특히 설립자 신부의 영적 유산을 이어받기 위해 투신하며 역동적으로 활동한다.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사회사업을 펼쳐온 수도회는 지난 40여 년간 설립자 윤 신부의 영성과 정체성을 고민하며, 시대의 표징에 걸맞은 카리스마를 적용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기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변화된 사회현실 안에서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펼치기 위해 늘 깨어있다.

 

최근 수도회는 난민과 청소년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정해체로 길거리에 떠도는 아이들 그리고 생태환경 분야에 헌신하고 있다. 먼저 난민과 이주민들이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판단한 수도자들은 지난해 2월 이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쉼터인 ‘착한 사마리아인의 집’을 마련했다. 의정부시 가능동에 위치한 이곳에서 수도자들은 이들과 같은 생활조건으로 함께 살아가며 이들의 이웃이 돼주며, 이들을 환대해주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이 근처에서 36개월 미만 난민 어린이들을 맡아주는 사도직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청소년(9~24세)들을 위한 무료식당 ‘얘들아~! 밥먹자~!’ 프로젝트도 한창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서울 인보의 집’은 서울 후암동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청소년들에게 원하는 식사 메뉴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 등의 청소년들을 위해 매주 금요일, 3가지 밑반찬과 간식을 집집마다 방문해 전달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와 관련해 모금운동을 한 적은 없지만, 소식을 알고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한 주교를 비롯 많은 부모들의 후원이 이어져 올해 4~5월에는 신림동 고시촌 등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찾아가는 ‘푸드 트럭’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또 생태환경을 위한 자연 살리기 운동도 실천하고 있다. 2020년 6월 시작한 ‘인보자연숲교육센터’(충남 예산군 덕산면)는 교육과 치유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부모로부터 버려진 어린 아이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물론 아이들에게 통합 교육을 제공하며 자연을 통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가톨릭신문 수원교구판, 2022년 3월 20일, 성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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