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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칼럼: 코다 - 우리도 당신만큼이나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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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05-03 ㅣ No.1287

[영화칼럼] 영화 ‘코다’ - 2021년 감독 션 헤이더


우리도 당신만큼이나 건강합니다!

 

 

코다(CODA).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력을 가진 자녀들’(Children Of Deaf Adult)을 말합니다. 그들은 어릴 때부터 가족의 수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로, 다른 사람들의 말은 가족에게 수화로 전달합니다. 소리 언어와 손짓 언어를 서로 연결하면서 들리는 세상과 들리지 않는 세상, 가족과 타인들 사이를 끝없이 오가야 합니다.

 

열일곱 살인 루비(에밀리아 존스 분)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촌 마을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아버지 프랭크(트로이 코처 분)와 오빠 레오(다니엘 듀런트 분), 세상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는 어머니 재키(말리 매트린 분)의 입과 귀가 됩니다. 함께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고, 잡은 고기를 팔고,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에 어김없이 나타나 통역을 해야 합니다.

 

집안에서는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는 현실, 들리지 않는다고 무신경하게 일으키는 가족들의 온갖 소음, 장애 가족이라고 무시하고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힘들고 답답하게 합니다. 모든 것을 자신에게 의지하고, 그 때문에 화가 나 소리를 질러도 듣지 못하는 가족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루비는 이런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드러냅니다.

 

영화 <코다>는 그런 그녀가 누구 못지않게 건강하다고 말합니다. 10대 소녀답게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이 있고, 설레는 첫사랑도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의무로 고민하고 방황하면서 들리지 않는 세상도 이해합니다. 그들에게는 듣지 못하는 것이 장애가 아닌 정체성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루비의 가족 역시 건강합니다. 가난하지만 힘을 합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갑니다. 어장 감독관의 횡포에 항의하고, 잡은 생선을 헐값에 경매에 넘기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일에 나섭니다. 딸의 꿈을 위해 당장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없는 어려움도 각오합니다. “넌 어부가 아니야. 여기 남아있으면 안 돼.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우리 가족은 잘 살았어.” “난 네가 너 자신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넌 용감한 아이야.”

 

단지 귀로 듣지 못할 뿐, 그들은 누구보다 루비의 노래에 감동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과 박수로, 딸이 노래하면서 수화로 전해주는 가사로, 딸의 목을 감싼 아버지의 손에 전달되는 소리의 떨림으로. <코다>는 잠깐 소리를 지우고는 우리도 그렇게 한번 들어보라고 합니다. 귀로만 듣는 우리에게는 그 시간은 적막일 뿐이지만, 루비의 가족은 소리 없는 노래에서 딸의 간절한 꿈과 사랑을 가슴으로 듣습니다.

 

프랑스의 청각장애인 베로니크 풀랭의 자전적 소설 『수화, 소리, 사랑해!』가 원작인 <코다>에 올해 미국 아카데미는 작품상을 안겼습니다. 실제 청각 장애를 가진 배우인 트로이 코처는 남우조연상까지 받았습니다. 동정이나 배려는 아닐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소중할 것인 건강한 삶, 아름다운 가족 사랑에 대한 찬사일 것입니다. 거기에 대상의 차별이나 구분이 필요할까요. 루비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처럼 비장애와 장애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양면(Both Side)일지 모릅니다. 함부로 나눌 수 없고, 나누어서도 안 되는.

 

[2022년 5월 1일 부활 제3주일(생명 주일)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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