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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삶의 지혜21: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티모테오 1서 강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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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50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21)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디모테오 1서 강해’에서

 

 

당신에게는 땅이 많은데 왜 당신의 이웃은 땅이 한평도 없단 말인가!


[본문]

 

당신은 재산을 어떻게 모았는지 말해보시오. 조상들로부터 받았습니까? … 그렇다면 그 조상들이 재산을 정당하게 모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일 수 있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결코 증명할 수 없습니다. 부(富)의 시작과 뿌리에는 일종의 불의(不義)가 들어 있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땅을 주셨습니다. 따라서 땅은 공동 소유입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많은 땅을 갖고 있고, 당신의 이웃은 땅이 한 평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 땅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고 말하고 싶겠지요. 그렇다면 당신의 아버지는 그 땅을 누구한테서 물려받았습니까?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았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계속해서 조상들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재산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해봐야 할 것입니다.

 

당신이 결코 도둑질을 하지 않고 재산을 정직하게 모았다고 합시다. 그리고 당신의 조상들이 갖고 있던 금이 땅 속에서 치솟았다고 합시다. 그래서 어쨌단 말입니까? 당신은 부는 선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겠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부는 악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겠지요. 그래요. 부는 결코 악한 것이 아닙니다. 부를 쌓아 두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준다면 말입니다. 나누어주지 않는 부는 결국 악의 올가미가 됩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항변하고 싶겠지요. 선행을 베풀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악행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악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말입니다.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런데 주님의 소유, 즉 공공 재산을 당신 혼자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악한 것 아닙니까? 혹시 당신은 땅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합니까? 만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우리 모두의 한 분이신 주님의 소유라면, 그것은 또한 우리를 포함한 주님의 모든 종들의 것이 아닙니까? 주님의 것은 무엇이나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디모테오 1서 강해」 12장 4절

 

 

베풀지 않으면 하늘나라 갈 수 없어


[해설]

 

오늘은 땅 투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대한민국은 땅 투기와 아파트 투기 등으로 열병을 앓고 있다. 아니, 열병이라는 표현보다는 오히려 망국병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런 우리들에게 약 1500년 전에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였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경고한다. 부를 사유화하거나 독점하지 말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고 사회에 환원하라!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누구인지 잠시 알아보자.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그러나 워낙 강론을 잘하자 사람들은 그에게 「황금의 입」(金口)이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붙여주어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되었다.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가 갑자기 서거하자,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가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로 임명된다(398년). 그러나 총대주교좌를 수락하지 않자 아르카디우스 황제(395~408년)는 요한에게 콘스탄티노플로 출두하라는 소환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콘스탄티노플의 총대주교가 되었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은 동로마제국에서 가장 화려하고 잘사는 도시, 부가 넘쳐나는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그렇게 화려하고 부자들이 넘쳐나는 도시였지만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한 끼니를 때우기 위해 거리를 헤매면서 동냥을 하고 있었다. 선임 총대주교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신임 총대주교는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생활보다는 오히려 가난하고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성직자들을 개혁하고, 황실의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비난하면서 부자들에게 자선을 베풀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그러나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함과 황실의 미움으로 결국 요한은 총대주교좌에서 물러나 유배를 가게 된다(404년). 

 

동.서방 교회의 교부들은 재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라고 자주 권고하였다. 부자가 자신의 탐욕을 절제하지 못한 채 재산을 함부로 남용한다면, 부 자체가 부자들에게 악의 근원이 되고 불행의 씨앗이 된다고 말하면서 교부들은 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태양은 가난한 자와 부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두루 비춘다. 이런 공평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부자들은 재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교부들은 말한다.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자선을 베푸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며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교부들은 강조한다. 

 

어디가 개발지역이다 하면 벌떼처럼 몰려가 각종 투기를 조장하여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온갖 부당한 방법으로 자식들에게 재산을 불법증여 해주는가 하면, 각종 편법을 다 동원해서 심지어 공적 자금까지 빼돌리는 사람들에게 요한 크리소스토무스는 말한다. 그런 모든 행위가 악행의 뿌리이고 우리를 하늘나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고 자선을 베푸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의무이다. 부자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많이 더 자주 베풀어야 한다고 교부들은 말한다. 재산은 하느님의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청지기로서 잠시 그것을 보관하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가톨릭신문, 2005년 8월 21일, 노성기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 광주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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