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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신앙 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현대 가정의 다양한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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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1-04 ㅣ No.1318

[신앙 공부의 기쁨과 즐거움] 현대 가정의 다양한 문제들

 

 

위기의 가정들

 

오늘날 단란한 가정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현대 가정은 화목과 연대와 행복의 자리라기보다는 그저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만 작동되기도 합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저마다의 일에 지쳐서 대화를 잘 나누지도 못하고 서로를 돌보는 일에도 소홀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는 생계를 위한 직업의 일에 바쁘고, 자녀들은 학교와 학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많은 경우에 부모는 지쳐서 집에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 않고, 심지어 많은 가정에서는 더 이상 식사를 함께하지 않습니다. 텔레비전 중독을 포함해서 여러 방해 요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해 주는 데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사랑의 기쁨’ 50항).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꿈은 이제 지난 시절의 낭만적 향수로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의 가정은 다양한 문화적 문제에 봉착해 있고, 가정 안에는 “직업의 불안한 미래, 경제적 불안정,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50항)만 가득합니다.

 

현대 가정 안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처한 위기들 또한 다양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중독 문제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중독 등의 다양한 중독 문제는 가정을 위협하고 파괴하기도 합니다. 즉, 가족 구성원 가운데 한 사람이 처한 위기가 가족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기도 하고 가정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중독의 위기에 빠질 때 그것을 방지하고 극복하는 힘으로 작동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지쳐있는, 현실의 가정은 구성원들의 위기를 해소하지 못하고 그 위기가 오히려 가정 전체를 나쁜 상황으로 몰고 가고 가정 파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파괴된 가정 안에서 발생하는 와해의 심각한 결과”는 “정착하지 못하는 젊은이, 버림받은 노인, 살아있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원칙이 없어 방향을 잃고 살아가는 청소년”을 낳습니다(51항).

 

 

가정 폭력

 

가정 폭력은 슬픈 현실입니다. 가정 폭력은 사회 폭력을 양산합니다. 가정 안에서 폭력의 경험은 세상 삶 안에서 연장됩니다. 폭력은 폭력을 낳습니다. 멕시코 주교단은 가정 폭력, 특히 자녀에 대한 폭력이 낳는 폭력의 연쇄성에 대해 솔직하게 진단하고 있습니다. “가족 관계는 또한 개인의 폭력성의 원인을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폭력성은 종종 대화가 부족하거나 방어적 성향이 짙으며 가족들이 서로에게 힘이 되지 못하는 가정에서 나타납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가족 활동이 없고 부모의 관계가 흔히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으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 적대시하는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가정 폭력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에서 분노와 증오를 키우는 온상이 됩니다”(51항).

 

가정 폭력은 자녀에 대한 폭력뿐만 아니라 가정 안의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발생하기도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동등한 존엄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세상 안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수치스러운 폭력, 가정 폭력, 다양한 노예 형태”(54항)가 존재합니다. “일부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언어적, 육체적, 성적 폭력은 부부 결합의 본질에 맞지 않는 것입니다”(54항).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가정 안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정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남자다운 힘의 과시가 아니라 비겁한 추태입니다”(54항). 또 한편으로 오늘날 가정의 해체에 여성 해방 운동이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거짓된 것이고 진실이 아니며 남성 우월주의의 한 형태”(54항)일뿐입니다.

 

 

젠더 이데올로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더욱 분명하게 존중하는 일에 성령께서 활동”(54항)하신다는 것을 분명하게 선언합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부장주의 문화를 비판하고 여성주의의 공헌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형태의 여성주의”(54항)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여성주의(feminism) 전체가 문제가 아니라 페미니즘 안에 몇 가지 우려할 만한 요소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성과 여성의 본질적 차이와 상호성을 부정합니다. 그리고 성에 따른 차이가 없는 사회를 꿈꾸며 가정의 인간학적 기초를 없애는 것입니다. 이러한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차원의 인간 정체성과 정서적 친밀을 조장하는 교육 계획과 입법을 야기합니다. 그 결과로 인간 정체성은 개인의 선택이 되고, 또한 시간이 흐르면 바꿀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립니다”(56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 문화적 성 역할(gender)은 구분되지만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56항) 분명하게 강조합니다.

 

 

건강한 아버지상의 회복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가정에서 남녀의 평등한 관계는 구축되어야 하고, 한편으로 가정 안에서 남자와 여자는, 비록 공동의 역할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역할이 있음을 강조합니다. 특히 가정 안에서의 건강한 남성성의 실천을 강조합니다. “아버지의 부재는 가정생활과 자녀 양육과 자녀들의 사회 통합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부재로 자녀들은 육체적, 정서적, 심리적, 영적 차원에서 바람직한 아버지상을 지니지 못하게 됩니다”(55항). 물론 이러한 주장은 한 부모 가정에 대한 폄하가 아닙니다. 가정 안에서 남성의 역할에 대한 강조일뿐입니다. 지난 시대의 가부장적 부권에 대한 강조가 절대 아닙니다. “남성들이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55항)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강조하는 것입니다.

 

 

가정의 중요성

 

“가정의 약화는 개인의 성숙, 공동체 가치의 함양, 도시와 국가의 도덕적 발달에 위협이 됩니다”(52항). 가정이 안정되고 행복하면 사회가 안정되고 행복해집니다. 사회적 차원뿐만 아니라 신앙적 차원에서도 가정은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현대 사회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는 가정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52항)합니다. 하지만 교회는 사실혼이나 동성 결합을 통한 가정을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교회는 오늘의 세상에서 “거의 개인 의지의 자율성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결합 형태를 선택하는 경향”(53항)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전통적 가정의 과거 형태를 거부하는 것은 올바르지만, 혼인 자체가 부정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53항 참조).

 

교회는 여전히 가정이 가진 원천적인 힘을 믿습니다. “가정의 힘은 사랑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능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가정은 아무리 문제가 있다 하여도 언제나 사랑에서 출발하여 성장할 수 있습니다”(53항). 어떻게 행복한 신앙 가정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지. 신앙인들과 교회에 부과된 시대의 숙제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1월호, 정희완 사도요한 신부(안동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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