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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삶의 지혜25: 토마스의 예수 유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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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54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25) ‘토마스의 예수 유년기’

 

 

[해제]

 

지금의 신약성서에 들어 있지 않은 복음서·사도행전·사도들의 서간과 묵시록 따위가 교부시대에 많이 나돌았는데 통칭해서 신약 외경이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토마스의 예수 유년기」이다. 그 내용인즉, 어린 예수가 다섯 살부터 열두 살 사이에 행한 여러 가지 기행을 적은 것이다. 어린 예수는 하느님의 기운을 듬뿍 받은 신동이라 병자를 고쳐주고(8.10.15.16장), 죽은 이를 되살린다(9.17.18장). 그런가 하면 초능력으로 자연에 이변을 일으킨다. 자연이적도 마음 내키는 대로 행한다(2.11~13장). 한마디로 예수는 자랄 때부터 지혜와 능력이 뛰어난 신동이었다는 얘기다. 우리 속담에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다. 예수는 공적으로 활약하실 때 비로소 기적을 행하신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영능을 발휘하셨다는 것이다. 

 

누가 이 소품을 썼는지 작자는 영영 알 길이 없다. 다만, 150년경에 시리아 지방의 어느 그리스도인이 예수를 사랑하고 존경한 나머지, 공관복음서를 참고하고 거기에 상상의 날개를 펴서, 예수 소년 시절을 소재로 해서 그리스어로 예수 공상소설을 썼다고 보면 무난하겠다. 이제 「토마스의 예수 유년기」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하겠다.

 

 

“명하노라, 죽지말고 살아서…”


[내용]

 

예수 아기가 다섯 살 때 있었던 일이다. 안식일에 예수 아기가 냇가 얕은 여울에서 진흙을 개어 참새 열두 마리를 만들며 놀았다. 어느 유다인이 지나가다가 이를 목격하고 곧장 예수의 아버지 요셉에게 가서, 예수 아기가 참새를 열두 마리나 만들었으니 안식일법을 어겼다고 고자질 했다. 이에 요셉이 와서 보고 예수를 꾸짖으니까, 예수는 가타부타 일체 대꾸하지 않고 손뼉을 딱딱 쳤다. 그러자 진흙으로 빚은 열두 마리 참새가 모두 날개를 쫙 펴고 짹짹거리면서 훨훨 날았다(2장).

 

예수 아기가 여섯 살 때 있었던 일이다. 성모 마리아가 예수에게 물 항아리를 주면서 샘에 가서 물을 길어오라고 했다. 예수 아기가 물을 길어 오다가 혼잡한 군중에게 부딪쳐 그만 항아리가 박살났다. 그러자 예수는 겉옷을 벗어 땅에 펼쳐놓고 쏟아진 물을 담아서 마리아에게 갖고 왔다. 마리아는 이 기적을 목격하자 예수 아기에게 키스하고 이 신비스런 일을 마음속에 고이고이 간직했다(11장).

 

예수 아기가 여덟 살 때 있었던 일이다. 파종 때 요셉과 예수는 밀을 심으러 갔다. 예수는 밀알 한 개를 심었는데 이듬해에 수확해보니 밀이 백 섬이나 되었다. 그러자 예수는 나자렛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을 불러서 그 많은 밀을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요셉에게 드렸다(12장).

 

요셉이 아들 야고보에게, 땔감나무를 해오라고 하자 예수 아기도 따라나섰다. 야고보가 물거리 땔감나무를 모으다 그만 독사에게 물려 뻗어버렸다. 그런데 예수 아기가 야고보의 상처 자국에 입김을 불자 야고보는 깨끗이 나았고 독사는 갈기갈기 찢겨져 죽었다(16장).

 

옆집 머슴애가 죽자 그 어머니가 구슬피 울었다. 예수 아기가 가서 머슴애의 가슴을 만지면서 『명하노라, 죽지 말고 살아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라』하니까 머슴애는 눈을 뜨고 웃었다. 예수는 아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를 데려가서 우유를 먹이시오. 그리고 저를 기억하세요』(17장).

 

사람들이 집을 짓다 말고 몹시 소란을 피웠다. 예수께서 가까이 가서보니 일꾼 하나가 죽어 있었다. 예수는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명하노니, 일어나서 일을 하시오』 그러자 일꾼은 벌떡 일어나서 예수 앞에 무릎을 꿇었다(18장).

 

예수가 열두 살 때 있었던 일이다. 과월절을 맞아 예수는 부모와 함께 예루살렘 성전으로 순례 갔다. 예루살렘에서 과월절 축제를 지내고 가족이 고향으로 가는 도중에 예수는 홀로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친척들과 동행하려니 여기고 하루 동안 길을 가다가 예수를 찾아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가서 찾아보았다. 사흘 만에 성전에서 아들을 되찾았는데, 놀랍게도 예수는 원로들과 율사들과 더불어 율법과 예언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다. 성모께서 아들에게 『몹시 놀라서 너를 찾아다녔다』고 하자, 예수는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제가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대꾸하였다. 율사들과 바리사이들이 마리아에게, 『당신이 이 아이의 어머니요?』라고 묻자, 마리아는 『예, 그렇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저들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부인들 가운데서 복되십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당신 태중의 아기에게 복을 내리셨으니까요. 이 아이에게 드러나는 영광과 영예와 지혜를 우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예수는 일어서서 어머니를 따라가서 부모에게 순종했다. 부모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예수는 슬기와 키가 자랐다(19장). 

 

19장 이야기는 루가 복음서 2장 41~52절에 나오는, 12세 소년 예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베끼면서 조금 변조한 것이다.

 

 

[성찰]

 

영웅 위인들의 잉태·탄생·성장·종생에는 으레 전설이 따르는 법이다. 

 

예로, 석가모니의 소년 시절에 다음과 같은 자연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어느 날 석가가족의 부왕과 어린 왕자가 농사를 참관하러 갔다. 어린 왕자는 염부수라는 나무 그늘 아래서 쉬다가 그만 무아경에 빠져들었다. 한참이 지나서 보모들이 와서 보고 깜짝 놀랐다. 다른 나무들의 그늘은 다 옮겨갔지만 염부수 그늘은 여전히 어린 왕자를 가려주고 있었던 것이다(케네스 첸 지음, 길희성.윤영해 옮김, 「불교의 이해」, 분도출판사 1994, 34쪽).

 

멀리 갈 것 뭐 있겠나. 하찮은 내 어린 시절도 전설로 아롱져 있는데. 일례로 경북 상주 우리 집에선 어머니와 내가 성경구절로 대화했다는 얘기다. 아침에 어머니가 나를 깨우시려고 『소년아, 일어나라』라고 하면, 나는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으니까 『여인이여, 저의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습니다』라고 대꾸했다는 것이다. 누가 이런 허무맹랑한 낭설을 만들었을까, 몹시 궁금하다. 실화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상상의 날개를 펴는 게 인생인가보다. 단지 상상이 지나쳐서 공상·환상·망상으로 빠지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가톨릭신문, 2005년 9월 18일, 정양모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성공회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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