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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삶의 지혜26: 치프리아누스의 주님의 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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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55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26) 치프리아누스의 ‘주님의 기도’에서

 

 

“우리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을 이루게 하소서”

 

[본문]

 

우리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과 땅에서 이루어지소서”라고 기도합니다. 이 기도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시라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우리가 행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행하시는데 도대체 누가 그분을 방해할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의 마음과 행위로 온전히 하느님께 순종하지 못하도록 악마가 우리를 방해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청합니다.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려면 하느님의 뜻, 곧 그분의 활동과 보호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아무도 하느님보다 더 힘 있는 자가 없고 오히려 하느님의 관대하심과 자비에 의해 누구나 안전합니다. 

 

주님은 당신 친히 짊어지셨던 약함을 지적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소서.”

 

그리고 제자들이 자신의 뜻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행해야 한다는 모범을 주시기 위해 이렇게 덧붙이셨습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하느님의 뜻이란 그리스도께서 행하시고 가르치신 것을 말합니다. 곧 겸손한 처신, 확고한 믿음, 절제 있는 말, 의로운 행위, 자비로운 일, 반듯한 품행, 그리고 남에게 모욕되는 일을 할 줄 모르고, 받은 모욕을 참아 받을 수 있으며, 형제들과 평화로이 지내고,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을 아버지로 사랑하고, 그분을 하느님으로 여겨 두려워하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보다 아무것도 더 중히 여기지 않으시므로 아무것도 그리스도보다 더 낫게 여기지 않으며, 그분의 사랑에 밀접히 결합되어 있으며, 그분의 십자가를 힘과 신의를 다해 가까이하며, 그분의 이름과 영예를 위해 싸울 때가 있으면 확고한 말로 고백하고, 고문을 당할 때 신앙을 지키고, 죽음을 인내로이 당함으로써 월계관을 받는 것 등입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공동상속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며, 하느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것이고,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14~15장

 

 

“예수님의 일생은 순명의 삶”

 

[해설]

 

우리가 매일 기도하는 내용인데도 너무나 자주 바치는 기도이어서 그 뜻이 쉽게 간과되는 기도중의 하나가 바로 ‘주님의 기도’인 것 같다.

 

우연이기도 하고 또한 성령의 도움으로 지난 사제 피정 중에 의정부교구 이한택 주교님의 강의 내용과 그날 아침 독서기도에서 카르타고의 주교 치프리아누스 순교자(+258년)가 주님의 기도를 설명하는 내용을 들은 순간, 나는 그 날 피정의 주제를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아버지의 뜻」을!

 

마더 데레사의 삶

 

복자품에 오르신 캘커타의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수녀님의 삶은 성모님의 삶을 그대로 본받은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그냥 복자품에, 그냥 성인품에 올리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으리라. 그분의 전 생애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감격과 감동을 낳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의 삶을 본받으려는 마음도 갖게 하였기 때문이다. 마더 데레사의 삶은 한 마디로 주님의 뜻을 내 삶 안에서 실천하기이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그리고 내 안에서, 나의 행동과 말로써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마더 데레사의 삶이었다. 

 

그런데 마더 데레사나 성모님뿐만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완벽하게 완전하게 실천하신 분이라는 것을 이번 피정에서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예수님의 일거수일투족이 아버지의 뜻을 따른 것이다.

 

예수님의 30세까지의 생애는 바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세례를 받으시고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실 때에도 예수님의 판단 기준은 하느님께 대한 순명이었다. 중간 중간에도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나는 내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이루려고 왔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고 그분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 내 양식이다.”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

 

그리고 중대한 일을 하시기 전에 예수님은 밤을 새워 기도하셨다. 즉 하느님의 뜻을 물어보시고, 그 뜻대로 실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셨고, 또 중대한 일을 마치고 나서도 예수님은 홀로 산에 들어가 기도하셨다. 이한택 주교님의 말씀대로 하느님과 함께 평가회를 가지신 것이다.

 

예수님께서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그들의 손에 죽었다가 사흘만에 다시 살아날 것임을 알려 주셨을 때, 베드로가 예수님을 붙들고 “주님, 안 됩니다. 결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하고 말렸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돌아다보시고 “사탄아,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장애물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는구나”하고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일을 강조하셨다.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고 게세마니 동산에서도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하며 기도하신 예수님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같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셔서 죽기까기, 아니,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순종하신” 분이었다.

 

이처럼 정말 예수님은 대단한 분이셨다. 그분의 일생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는 길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제 우리도 그리스도 예수께서 지니셨던 마음을, 특히 하느님의 뜻에 따르려는 순명의 마음을 우리들의 마음으로 간직해야 하겠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저를 통하여, 저의 말을 통하여, 저의 행동을 통하여, 저의 손을 통하여, 저의 발을 통하여, 저의 몸을 통하여 이루어지소서. 아멘.

 

[가톨릭신문, 2005년 10월 2일, 황치헌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 수원가톨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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