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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 그 개념과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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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81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 그 개념과 목적

 

 

1. 종교교육의 개념

 

1) 종교교육과 유사(類似) 용어들

 

종교교육의 개념에 관한 논의에 앞서 가톨릭 학교 내에서 종교교육과 혼용하여 사용하는 몇몇 개념들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겠다. 선교교육(missional education), 교목(校牧, school ministry), 교리교육(catechism), 그리고 종교교육(religious education)이라는 용어가 쓰이는데,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이 용어들을 다양하게 이해하고 해석하며 적당히 사용하는 형편이다. (이 개념의 구분은 이화여고 교목인 이종용 목사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필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우선 선교교육이란 교회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학교가 교회의 선교사명 또는 복음화를 위한 도구가 됨을 전제로 한 용어이다. 곧 교회가 수행할 선교사명을 교육이라는 특별한 방법을 통해 수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교육이란 올바른 학교로 운영되고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고, 학교를 가톨릭 정신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며,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목이란 학교에서 선교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지도록 애쓰는 모든 활동을 총칭한다. 예를 들면, 학교 사목 또는 교목이란 가톨릭 학교가 ‘가톨릭’ 학교답게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는 활동이다. 직접 어떤 일을 내세워서 행하지는 않더라도 학교의 모든 일에 관계하여 올바로 진행되도록 힘쓰는 일을 뜻한다.

 

교리교육이란 그리스도 교회와 그 교리에 대한 이해와 신앙을 가지도록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종교교육이란 특정 종교에 따른, 종교 문화에 대한, 또 종교적인 교육을 통칭하는 것인데, 맥락에 따라 적절한 의미로 알아들어야 한다. 종교교육이 다양한 방법과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만, 이 글에서 종교교육이라 명명하는 것은 대부분 종교교과 수업을 의미함을 밝혀둔다.

 

2) 종교교육의 유형

 

현행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르면 종교교육은 고등학교 선택 중심 교육과정의 보통 교과에 편제된 교양과목이다. 교양과목으로서 ‘종교’의 성격은 종교에 관한 기본 지식과 보편적 이론을 이해하고 실존적인 물음과 탐구를 통하여 건전한 종교관을 정립함으로써, 종교적 가르침을 이해하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는 마음을 길러주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를 다종교 상황으로 보고, 공교육 아래서 종교교육은 종교 일반에 대한 이해가 목적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실제로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종교교육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다. 박범석은 존 듀이(John Dewey)와 정진홍의 개념적 구분을 원용하여 종교교육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나눈다. 특정 종교의 가르침과 전통을 전수하여 신앙을 독려하는 것이 중심인 종파교육(education of religion), 종교에 대한 학문적 접근으로 객관적이고 합리적 이해를 추구하는 여러 종교들과 종교 일반에 관한 교육(education about religion), 그리고 종교성(religiosity)이라는 인간 내면의 종교적 성향에 관심을 갖고 이를 체현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적 교육(religious education)이다. 

 

물론 종교교육을 개념화할 때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정의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각각 다른 종교교육의 정의가 요청되며, 때로는 그것들이 혼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종교교육을 정의할 때는 ‘움직이는’ 요소와 ‘고정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전자는 어떤 종교교육의 정의에 귀착할지라도 상당히 의존하게 마련인 상황, 목적, 대상, 내용, 그리고 방법 등을 일컫는 말이고, 후자는 종교교육의 불가분의 요소인, 본질적으로 불변하며 초월적인 성질을 담보하고 있는 ‘종교적 진리’를 일컫는 말이다.

 

3) 종교교육의 정의

 

위에서 언급한 전제들을 염두에 두고 종교교육의 정의를 내려본다면, 종교교육이란 말 그대로 ‘종교적 진리’를 습득하게 만드는 ‘교육’이다. ‘무엇’에 해당하는 교육의 내용이 종교적 진리라면, 교육은 이 진리를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관한 논의이다. 종교교육은 종교적 진리를 위한 교육학 또는 종교적 진리에 대한 교육학이다. 

 

그렇다면 종교적 진리라고 할 때 ‘종교적’이란 무엇인가? ‘종교적’이란 의미는 인간의 경험과 인식이 내포하고 있는 초월적, 명상적, 신비적, 직관적 차원을 표현하는 것이다. 존 듀이와 많은 학자들은 공동체나 교리 중심의 종교 개념을 비판하면서, 인간 내면의 체험적 인식으로서 종교 개념을 강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가톨릭 학교에서 ‘가톨릭’이라는 종교성을 언급한다면, 이때의 ‘가톨릭’이란 교회의 교부나 교도권에서 유출된 교회적 전통을 가리키는 용어일 뿐 아니라 그 용어의 라틴어 어원인 ‘Universitas’가 의미하는 것처럼 개체와 전체,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을 통합하는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종교교육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마르 4,1-20; 루가 8,4-15 참조)와 비교해 보자. 예수님께서는 씨를 하느님의 말씀으로, 씨 뿌리는 농부는 예수님 자신으로, 그리고 씨가 뿌려지는 밭은 말씀을 듣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하셨다. 이 비유의 관점에서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을 볼 때, ‘씨’는 가톨릭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교황청의 공식 문헌을 보면 가톨릭 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톨릭 진리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979년에 발표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현대의 교리교육』(Catechesi Tradendae)은 이를 “그리스도의 신비”로 보았고, 그리스도의 행적과 말씀과 기적의 의미를 깨닫고 그분과 친교를 이루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1997년에 발표된 『교리교육 총지침』에서는 좀 더 발전된 개념을 소개하는데, 세상에 뿌려지는 진리의 씨앗이란 하느님의 말씀, 복음, 하느님 나라, 전승들이며, 교리교육이란 근본적으로 복음화(福音化, evangelization)라고 정의하였다. 복음화란 “기쁜 소식을 인류의 모든 계층에게 전해주어 그 힘으로 인류를 내부로부터 변혁시켜 새롭게 하는 것이다”(46항).

 

종교교육을 복음화로 볼 때, 가톨릭 교회의 종교교육과 교리교육은 공통적으로 인류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세상의 문제, 특히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현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교육의 내용은 초월적 계시 진리뿐 아니라 생명, 환경, 노동, 교육, 가정, 공동선, 종교 등을 포괄해야 한다고 말한다.

 

4) 종교교육의 명칭 문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종교교육의 개념을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다면, 종교 과목의 명칭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종교’라는 명칭은 특정 종교에 대한 선전이나 합리화를 위한 교과, 또는 기존의 종교와 종교 문화에 대한 지식이라는 인상을 준다. 

 

따라서 다양한 개념들에 걸맞은 종교과목의 명칭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여기서 몇 가지를 제안해 보자. 예를 들어, 종교문화에 대한 기본 상식과 타종교에 대한 관용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교육은 ‘종교학’으로, 특정 종교의 가르침과 역사와 가치관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교육은 ‘종교’ 또는 개별 종교의 명칭인 ‘천주교’나 ‘불교’ 같은 단어가 구체적으로 들어간 과목명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 종교적인 시선으로 분석·판단을 하여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종교교육은 좀 더 구체적이고 서술적인 제목인 종교와 세계 평화, 종교문화와 테러, 종교생활과 인간 성숙, 생명의 개념에 대한 상이한 종교적 관점, 종교간 대화 등으로 부르는 길이 있을 것이다.

 

 

2. 종교교육의 목적

 

1) 가톨릭 학교는 왜 종교교육을 하는가?

 

가톨릭 학교가 종교교육을 하는 이유는 가톨릭 학교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하면, 종교교육은 가톨릭 학교가 가톨릭 교회에서 나오는 자신의 정체성에 충실하고 또 세상과 인간을 향한 자신의 사명을 다하도록 돕는다. 

 

가톨릭 학교는 ‘학교’로서의 일반적 성격을 비가톨릭 학교들과 공유하고 있다. 학교란 문화적 유산을 체계적이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학생들의 전인적 형성을 이루는 장소이다. 가톨릭 학교는 학생들에게 문화적 유산과 자기의 경험을 절대적인 가치의 맥락에서 파악함으로써 그 안에 담긴 진리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그러므로 가톨릭 학교는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모든 환경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반면에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도록 구성해야 한다. 

 

또한 가톨릭 학교는 ‘가톨릭’으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톨릭 학교는 학교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고유한 방법으로 그리스도적 안목을 가질 때 ‘가톨릭’ 학교가 된다. 따라서 ‘학교’로서 교육의 목표를 전인적 발전에 둘 때, 가톨릭 학교는 그 원형과 모범의 영감을 그리스도에게서 얻는다. 가톨릭 학교의 삶과 사명은 인간의 구원과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헌신하셨던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에서 1982년에 반포한 「학교 내의 가톨릭 평신도 : 신앙의 증인들」 (『사목』 89-90호, 참조) 37항 역시 가톨릭 학교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① 학교 내에 자유와 사랑의 복음적 정신으로 충만한 공동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② 청소년이 자기 인격을 발전시킴과 동시에 성세(聖洗)로 말미암아 새로운 피조물이 된 그들이 새로운 피조물로서 성장하도록 돕고, ③ 학생이 세계·생활·인간에 대해 습득하는 지식이 신앙으로 조명되도록 인류의 전문화를 궁극적 구원 소식에 질서지어 주는 것이다.

 

종교교육은 ‘인간을 위한 인간의 학교’인 가톨릭 학교가 그 사명을 완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종교교육이 교회의 종교적인 목적만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은 오해이며, 엄밀하게 완전한 교육은 필연적으로 종교교육을 내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종교교육은 직업적 투신, 진리와 정의와 자유의 옹호, 타인의 견해에 대한 개방성과 타인을 위한 몸에 밴 봉사 자세, 학생들에 대한 친밀한 헌신과 모든 사람과의 형제적 연대, 그 밖에 모든 면에서 전반적으로 윤리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2) 종교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

 

제7차 교육과정의 종교교과를 초안했던 정진홍은 종교교육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보았다.

 

① 종교에 대한 폭넓고 균형 있는 지식을 습득하여 건전한 종교관을 정립한다.

②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신앙심을 확충한다.

③ 다른 종교들을 포용하고 국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태도 배양한다.

 

이어서 이 세 가지 목표에 대해 정진홍은 종립학교에서 ‘종교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건전한 종교관이 사실상 종교교육의 목표가 된다면 신앙심 확충과 종교적 포용은 첫째 목표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한다. 또한 종교에 대한 지식 습득이 종교교육의 현재적(顯在的) 목표라면 다른 것들은 잠재적 목표가 된다고 말한다. 정진홍의 이러한 시도는 종교 수업의 세 가지 목표들이 범주적 등가성(等價性)을 가지고 나열되어 있는 상황이 지속될 때, 개념의 명료성을 확보하지 못하여 교육과정의 내용을 어떤 것으로 편성하느냐 하는 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일종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라 보겠다.

 

한편 가톨릭 교회의 문헌이 제시하는 종교교육의 목적은 분명하다. 종교교육은 무엇보다, 종교의 진리를 가르쳐서 그리스도를 닮은 인격이 형성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종교교육은 인간의 내면생활에 중점을 두고 내적, 영적 자유에 도달하는 성인(聖人) 양성을 지향하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Gravissimum Educationis) 2항은 교육을 통한 인간 성숙의 추구와 완전한 인간, 그리스도의 충만성에 도달하는 것 등을 가르치고 있다. 이때 성숙한 신앙은 인간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이런 인간성숙은 그리스도인이 완성에 이르는 데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므로 종교교육은 한 인간이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인성적(人性的)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 

 

「학교 내의 가톨릭 평신도 : 신앙의 증인들」 17항은 가톨릭 학교 내에서 수행되는 모든 교육의 목적이 인격의 총체적 양성이라고 보고 있다. 인격을 총체적으로 양성하는 전인교육이란 ‘종교교육과 더불어 직업생활의 준비, 사회의식과 윤리의식의 형성, 초월자에 대한 의식화 등 학생들의 모든 인간적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며 학생들이 ‘자유롭고 올바른 선택으로 결단을 내리고 굳건하고 책임감이 있으면서, 자기 자신을 점점 더 현실에 개방하여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한 뚜렷한 개념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가톨릭 학교가 수행하는 종교교육의 목적은 교회 문헌 안에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타난다. 바로 지식과 진리, 이성과 신앙, 지성과 사랑의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종교교육을 비롯한 모든 교육적 행위들(교육, 연구, 봉사)이 진리, 신앙, 그리고 사랑에 기초하지 않을 때 그것들은 무가치하고 불의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① 지식과 진리의 통합: 가톨릭 학교에서 수행되는 교육은 인간의 본성 안에 새겨진 진리에 대한 갈망과 염원들을 모아 고도의 수준에서 과학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적 지식과 사고에서 벗어나 참다운 ‘지식의 분별력’을 회복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다양한 학과목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지고한 진리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데 통합되어야 한다.

 

② 신앙과 이성의 통합: 가톨릭 학교에서의 교육과 연구에서 중요한 정신은 각 교과목들이 각기 다른 내용과 방법론을 다루지만 그것들이 도덕적인 규범과 일치할 때에는 신앙과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마스 데 아퀴노의 표현처럼 ‘은총이 자연에 의지하고 자연을 완성시키듯이, 신앙은 이성에 의존하고 이성을 완성한다.’

 

③ 지성과 사랑의 통합: 가톨릭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통해 파악되는 지식들은 인간의 윤리적·도덕적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늘 분석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곧 기술적인 것에 대한 윤리적인 것의 우월성, 사물에 대한 인격의 우월성,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월성, 그리고 그 어떤 것보다 하느님의 우월성을 늘 기억하면서 학문적 인식이 양심과 일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3) 종교교육이 왜 모든 유형의 학교에서 시행되어야 하는가?

 

오늘날 종교교육은 유익한가? 종교교육은 종립학교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학교에서도 역시 유용한가? 이런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종교교육은 세상의 평화와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 사람들이 가진 종교적 편견·독선·배타성은 민족과 나라,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일으켰음을 인류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다른 이들의 종교성을 존경하는 마음과 다른 종교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종교교육은 세계 평화와 공존을 위해 국민적 차원의 모든 공교육에서 실시해야 할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둘째, 종교교육은 한 국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국민적 자본을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개 국가는 국민에게 일정한 교육을 의무로 부여하면서, 국가를 위한 넓은 의미의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형성하고자 한다. 이 인적 자본은 국민의 영적인 풍요로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므로 종교는 훌륭한 인적 자본의 인프라가 된다.

 

셋째, 종교교육은 한 개인의 인성 형성에 도움이 된다. 종교교육과 인성교육 또는 도덕교육을 연결시키려는 오랜 전통은 종교적 진리 안에 인간의 충만함과 인간의 길(도덕)이 풍요롭게 포함되어 있다는 연관성에 근거한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의 가톨릭 학교에 관한 지침(The Catholic School) 19항은 “완전한 교육은 필연적으로 종교교육을 내포한다. 종교는 인격의 다른 측면들의 발전에 매우 효과적인 기여를 하게 마련이며, 그런 점에서 교육 전반에 통합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종교적인’ 문제는 학생 개개인의 인성 형성을 위한 보편적인 문제이므로, 다종교 상황의 우리나라 현실에서 학생들의 종교성과 종교에 대한 태도를 학생 지도상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은 종교교육과 학생 지도에서 중요하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종교교육은 교육기본법으로 제한되고 있는 한정된 틀을 넘어 시민교육의 내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가톨릭 교회는 「학교 내의 가톨릭 평신도 : 신앙의 증인들」 56항을 통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고 있다.

 

종교교육은 어떤 형태의 학교에나 적절한 것이니, 왜냐하면 학교의 목적인즉 모든 기본적 차원에서의 인간의 형성이요 종교적 차원은 이 인간 형성의 불가결한 완성 부분이기 때문이다. 종교교육은 실상 학생과 부모의 - 의무를 수반하는 - 권리이다. 이것은 또한 적어도 가톨릭 교회의 경우에 매우 자주 주장되어 온 신앙과 문화의 적절한 종합을 얻기 위한 지극히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가톨릭 종교교육은 본격적으로 교리교육이라고 부르는 것과 구별되는 동시에 그것을 보완하는 것으로서 모든 학교의 교과과정의 일부를 이루어야 한다.

 

* 이 글은 2005년 6월 11일 “가톨릭 학교 종교교육”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이다. 본래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 : 쟁점·개념·목적·방법”이라는 제목이었으나, 지면상 이 글의 중심 부분인 “Ⅲ. 종교교육의 개념”과 “Ⅳ. 종교교육의 목적”만을 발췌하여 싣는다.

 

[사목, 2005년 7월호, 최준규(가톨릭대학교 교수 · 교육학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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