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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삶의 지혜13: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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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9 ㅣ No.142

교부들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 (13)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에서

 

 

아름다운 애찬 기도와 성찬 기도


[본문]

 

9. 감사에 관해서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은 이렇게 감사드리시오. 우선 잔에 대해 감사드리시오.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종 예수를 통해 저희에게 알려 주신 대로 아버지의 종 다윗의 거룩한 포도나무에 대해 아버지께 감사드리옵니다. 아버지께 영광이 영원히 있사옵니다. 빵 조각에 대해서도 감사드리시오.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종 예수를 통해서 저희에게 알려 주신 생명과 지식을 두고 아버지께 감사드리옵니다. 아버지께 영광이 영원히 있사옵니다. 이 빵조각이 여러 산 위에 흩어져 있다가 모여서 하나가 된 것처럼, 아버지의 교회도 땅 끝에서부터 아버지의 나라로 모이게 하옵소서. 영광과 권능이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원히 아버지 차지인 까닭이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 받은 이들이 아니면, 아무도 여러분의 감사 식사에서 먹지도 마시지도 말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도 이것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마시오』라고.

 

10. 여러분은 만족히 먹은 후에 이렇게 감사드리시오. 거룩하신 아버지, 저희 마음에 머무르게 하신 아버지의 거룩한 이름에 대해, 또한 아버지의 종 예수를 통해 저희에게 알려 주신 지식과 믿음과 불멸에 대해 아버지께 감사드리옵니다. 아버지께 영광이 영원히 있사옵니다. 전능하신 주님, 주님께서는 주님 이름 때문에 만물을 창조하시고, 저희에게 양식과 음료를 주시어 즐기게 하심으로써 주님께 감사드리도록 하셨사옵니다. 또한 주님의 종 예수를 통하여 저희에게 신령한 양식과 음료로써 영생을 베풀어 주셨사옵니다. 주님, 주님의 교회를 기억하시어 온갖 악에서 교회를 구하시고 주님의 사랑으로 교회를 온전케 하옵소서. 또한 교회를 사방에서 모으시어, 거룩해진 교회를 미리 마련하신 주님의 나라로 모으시옵소서.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주님 차지인 까닭이옵니다. 은총은 오고 이 세상은 물러가라! 다윗의 하느님 호산나! 어느 누가 거룩하면 오고 거룩하지 못하면 회개하라, 마라나타! 아멘. 여러분은 예언자들로 하여금 원하는 대로 감사드리도록 허락하시오.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 9~10장

 

 

“밥은 성체요 국은 성혈인 셈이다”


[해설]

 

때는 서기 100년경, 바야흐로 예수님의 직제자들의 시대가 마무리될 무렵에 시리아 지방의 어느 그리스도인이 그리스어로 「열두 사도들의 가르침」(정양모 역주, 분도출판사, 1993)이란 소책자를 펴냈다. 이 소책자에서 우리는 1세기 말엽 시리아 교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는 9장과 10장을 번역 소개하는데, 짐작컨대 9장은 애찬 기도이고, 10장은 성찬 기도였을 것이다.

 

이 무렵에 교우들은 매 주일 모여 먼저 애찬(사랑의 잔치)을 들고 나서 성찬(거룩한 잔치=미사)을 거행했다고 여겨진다. 요즘 가톨릭에서는 애찬을 없애고 성찬(미사)만 드린다. 우리나라 개신교와 성공회에선 먼저 예배 또는 미사를 드린 다음에 교우들이 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게 곧 1세기 교회의 애찬인 셈이다.

 

우선 9장의 애찬감사기도부터 살펴보자. 애찬 때 교우들은 먼저 포도주(전작)를 마신 다음 빵을 나누어 먹었다. 여기서는 주례가 교우들에게 빵을 나누기 직전에 바친 기도만 살펴보겠다(4절). 예나 이제나 중동 사람들이 먹는 주식은 밀이나 보리로 만든 빵이다. 중동인들은 10월 말 또는 11월 초순에 모처럼 단비가 촉촉이 내리면 산이나 들에 밀이나 보리를 파종했다가 이듬해 5~6월에 수확한다. 산이나 들에 흩어져 있던 밀이나 보리 낱알들이 모여서 한 덩어리 빵이 된 것처럼, 교우들도 사방에 흩어져 살지만 하느님 아버지의 교회에 모여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하느님의 나라에서 영원무궁 하느님을 기리는 한 겨레가 되기를 염원한다. 나는 교회에 대해 이 보다 더 아름다운 심상을 알지 못한다. 「교회」라는 낱말의 그리스어 원어 「에클레시아」에는 「불러 모은다」(召集)는 뜻이 들어 있다. 그러니 교회는 하느님께서 불러 모으신,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뜻이다. 교회의 이런 실상은 교우들이 애찬 및 성찬을 함께 들 때 이미 생생히 드러나지만, 장차 하늘나라에서 잔치를 벌일 때 더더욱 환히 드러나리라는 것이다.

 

이제 10장의 성찬 감사기도를 살필 차례다. 성찬(=미사) 때 드리는 감사기도의 내용은 두 가지다. 우선 하느님께서 음식과 음료를 내리시어 우리로 하여금 식도락을 즐기게 하신 은혜를 두고 감사드린다(3절).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예수의 성체와 성혈, 곧 신령한 음식과 신령한 음료를 주시어 우리로 하여금 영생을 얻게 하셨으니 더더욱 감사드린다(4절). 『받아 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받아 마셔라, 이는 내 피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겨 보라, 예수는 당신을 우리의 먹이로 내어 놓으신다는 뜻이다. 예수님은 우리의 에너지원, 우리의 자양분이 되셨다는 뜻이다. 

 

어디 예수님뿐이랴, 아버지 어머니들도 예수님마냥 자신들을 먹이로 내어 놓으신다. 자식들은 부모가 온갖 고생과 수모를 겪으면서 애써 마련한 음식을 먹고 자란다. 그러니 밥은 성체요 국은 성혈인 셈이다. 그러나 철부지 자식들은 그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고 밥상을 대하면 맛이 없다느니, 양이 적다느니 마냥 투정부리기 일쑤다. 옛 이야기 하나 그른 것 없다. 

 

『옛날 옛날에 새끼 우렁이가 야금야금 어미 우렁이를 다 파먹어서 마침내 어미 우렁이는 껍데기만 남았다. 그래서 텅 빈 어미 우렁이가 냇물에 동동 떠내려가자, 그것을 본 새끼 우렁이가 「야, 우리 엄마 보트 놀이 잘 한다」고 깔깔 웃더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개신교회나 성공회는 매 주일 예배 또는 미사 후에 교우들에게 소찬이나마 식사를 대접한다. 맨입으로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예배당이나 성당을 지을 때 아예 애찬식당을 함께 짓는 곳도 많다. 그러나 우리 천주교회는 애찬을 아주 잊어버렸다. 교우들 숫자가 너무 불어나서 도저히 애찬 회식을 벌일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까? 그러나 작은 공동체에선 마음만 먹으면 애찬 회식을 마련할 수 있겠고 그렇게 한다면 주일 분위기가 메마르지 않고 퍽 기름질 것이다. 밥상에서 인심난다는 옛말 하나도 그르지 않다.

 

[가톨릭신문, 2005년 6월 26일, 정양모 신부(한국교부학연구회 · 성공회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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