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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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학교 종교교육 심포지엄 격려사(교황청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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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7 ㅣ No.79

"가톨릭 학교 종교교육" 심포지엄 격려사

 

 

존경하는 추기경님,

존경하는 주교님,

교사 여러분,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모든 가톨릭 교육 관계자 여러분,

 

오늘 이 가톨릭 학교 교육 심포지엄에 모이신 여러분에게 인사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주제는 가톨릭 신자들뿐 아니라 전체 한국사회에도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가톨릭 학교는 한 공동체의 사회, 경제, 정치 그리고 문화 생활에 참여하도록 학생들을 준비시키는 일을 통해 사회에 독특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시민을 양성하는 일에 협조하는 가운데 가톨릭 학교는 선의, 직업의 고귀함, 타인 존중, 정의 그리고 자유 등과 같은 전통적인 시민 덕성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이러한 책임을 헌신적으로 이행하여 왔습니다.1)

 

가톨릭 학교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고자 다른 학교들과 차별화된 특별한 요소들을 변함없이 지켜왔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교육이란 특히 하느님을 향하여 시선을 고정시킨 인간의 초월성 안에서의 전인(全人) 양성 과정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2) 가톨릭 교육의 고유한 목적은 복음의 누룩으로 사회를 풍요하게 만드는 가운데 학생들을 이 세상의 바람직한 시민으로 양성하고 또한 다음 세상의 시민이 될 준비를 시키는 데 있습니다.3) 무엇보다도 영적 차원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일은, 특히 정부, 기업, 미디어, 그리고 심지어는 교육기관 자체까지도 교육을 단순히 세속적 성공과 더 안락한 생활을 위한 정보의 습득 도구로 여기고 있는 오늘날에는 더욱 절실한 것입니다.

 

1977년 사도좌는 「가톨릭 학교」(The Catholic School)라는 적절한 제목의 가톨릭 학교에 관한 첫 문헌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문헌은 여전히 생동감과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가톨릭 학교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입니다. 이 문헌에서는 가톨릭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으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그리스도인 생활 개념”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4) 그리스도께서는 가톨릭 학교 교육 철학의 부가물이 아니라 전체 교육 운영의 중심이자 지주이시며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을 계몽하는 빛이십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생명을 주었으므로 그들을 교육하여야 하는 중대한 의무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의 첫째가는 주요 교육자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세의 공동선을 위해 세속 시민사회는 청소년 교육을 장려하고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속 시민사회는 다양한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 자녀에게 부모가 최선으로 여기는 교육을 시킬 권리와 의무를 보장할 책임이 있습니다.5)

 

가톨릭 교육은 자유를 사회생활의 근본적 가치들 가운데 하나로 증진합니다. “자유는” 하느님 모습과 닮게 창조된 “모든 인간의 숭고한 존엄성의 표징입니다”(창세 1,26 참조).6) 가톨릭 교육기관은 하느님께서 우리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창조하셨고, 자유의식의 고양이 현대문화의 긍정적 업적이라고 하는, 자유의 경이로움에 관하여 가르치고 증언할 소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유는 진리와 불가분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학교는 진리와 자유 모두에, 곧 진리 안에 있는 자유에 봉사합니다. 진리와 분리된 자유를 가르치는 것은 참다운 자유가 아니라 거짓 자유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잘못은 심각한 사회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돌아가신 요한 바오로 2세 선임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확실히 이러한 잘못은 결국 “참된 인간 공존의 붕괴를 야기합니다.”7) 사회는 상호 결속이 없이 모두가 서로를 상대로 한 전쟁을 하는 개인들의 집합체가 되어버립니다. 타인에 대한 선의와 존중은 무시됩니다. 개인의 자유가 지켜야 할 도덕적 진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은 협상의 대상이 되어버립니다.

 

오늘날 젊음이들은 무제한의 자유에 대한 찬양에 익숙해져 있지만, 그러한 자유가 건전하지 않다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그들은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한계를 정해주기를 바라며, 선택은 개인의 일시적 감흥이나 미디어나 친구의 강요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양심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확언하여 주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때로는 복잡하고 새로운 윤리 문제들을 꿰뚫어 사고할 줄 알며,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양성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유의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종교교육입니다. 때로는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에 관한 불확실성, 의견차 또는 불안감이 있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가톨릭 학교는 ‘사회 기관’으로서, 목적, 방법, 성격이 다른 모든 학교와 동일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톨릭 학교는 “그리스도교 공동체”로서 교육 목적이 그리스도와 복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 두 측면의 조화를 이루는 일이 항상 간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일에는 문화를 전수하는 중요한 노력과 복음의 강력한 증인이 되는 일 사이의 긴장이 모두에게 해가 되는 갈등으로 변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합니다.

 

종교교육과 교리교육, 또는 복음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성과 동시에 명백한 구분점이 있습니다. 밀접한 연관성은 학교가 학교로 머물면서도 문화와 그리스도교 메시지를 통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구분점은 종교교육과는 달리 교리교육은 청중이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구원의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교리교육은 학교에서는 불가능한 시공간의 차원에서, 곧 전 생애를 통해 신앙을 철저히 실천하는 곳에서 이루어집니다.8)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의 위치는 오늘 여러분의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여러분 모두와 한국의 가톨릭 교육기관 모두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줄 이 연구를 통해 용기를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가톨릭 교육성은 이 심포지엄이 가톨릭 교육의 목적을 촉진하고 이 목적을 오늘날 한국의 가톨릭 학교 안에서 실현하는 실천적 도구를 개발해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과 한국의 가톨릭 학교 공동체에 종사하는 모든 분, 곧 교사, 학생, 교직원, 학부모 그리고 후원자분들을 위해 제가 기도드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여러분 모두를 지혜롭게 하시어 여러분이 주님의 구원과 진리의 메시지를 더욱 잘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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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가톨릭 학교 교육의 종교적 차원」, 1988년, 45항 참조.

2)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가톨릭 학교」, 1977년, 29항 참조. 『사목』 57호(1978. 5.)에 “가톨릭 학교에 관한 지침”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말 번역문이 실려있다. - 편집자 주.

3)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교육의 중대성」, 8항.

4) 「가톨릭 학교」, 34항.

5) 「교육의 중대성」, 3항 참조.

6)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사회교리 개요』, 2004년, 199항.

7)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생명의 복음』, 20항.

8)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가톨릭 학교 교육의 종교적 차원」, 1988년, 67-68항.

 

[사목, 2005년 7월호, 제논 그로콜레브스키(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장관 ·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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