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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바로 지금(Jus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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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6-06 ㅣ No.1940

[알아볼까요?] ‘바로 지금’(Just Now)

 

 

지난해 한국 최초, 국내의 기후위기 상황을 담은 다큐 영화 ‘바로, 지금’(Just Now)이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영화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긴급한 메시지가 느껴지는데요. 국내에서 기후위기와 관련된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화 제작을 준비한 작은형제회 정평창보(JPIC)와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는 2018년부터 매월 ‘기후변화 씨네톡’ 영화상영회를 진행하면서 한국에 있는 시민 사회 종교인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관련된 영화들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라 국내에 있는 시민들이 공감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단체들은 국내에서 직접 기후 위기 영화를 제작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영화 제작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필요했습니다. 기업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형식이 아니라, 국내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제작비를 마련하여 많은 분들이 이 영화에 참여하도록 요청드렸어요.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후원 모집은 뜨거운 성원과 모금으로 영화 제작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후원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특별히 수원교구 최덕기 주교님께 고마움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관한 전문적인 영화가 한국에서 아직도 제작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업적인 영화가 대부분인 요즘 현실 안에서 다큐멘터리 영화가 설 자리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특히 기후위기라는 어둡고 절망적인 주제를 누가 제작할 수 있을까요? 2022년 6월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이라는 연극이 명동 예술극장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어요. 이후 예술계에서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인데요. 기후위기와 관련된 국내 영화가 이제야 만들어져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바로, 지금’이라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바로, 지금’은 세 편의 이야기를 담은 옴니버스 다큐멘터리로 제작됩니다. 첫 번째 내용은 에어컨도 창문도 없이 여름을 나는 도시 쪽방촌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상주 여성 농민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정열 안나 농부의 시선으로 기후위기와 농업의 상황을 표현할 예정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고 활동하는 청년과 60대 기성세대와의 만남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1. ‘그해 여름, 종로 사람들’

 

첫 번째 내용은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펼쳐지는 마을 주민들의 삶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작품을 맡은 남태제 감독님께서는 가장 무더운 시기인 지난해 7월부터 8월까지 쪽방에 직접 거주하며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쪽방촌 주민 세 분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분들이 폭염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삶의 현장을 기록하고, 쪽방촌 주민자치조직인 돈의동 주민 협동회가 마을 식당과 마을 주치의 등 돌봄 시스템을 정착시켜 가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쪽방촌의 주민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이 가장 적음에도 폭염으로 인한 생존의 위기 맨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의 처지에 낙담하고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민 돌봄 공동체를 만들어 주거 문제에서도 직접 대안을 모색합니다.

 

2. ‘논밭 비상사태’

 

두 번째 내용은 ‘할매꽃’을 연출한 문정현 감독님이 제작을 맡았습니다. 기후위기 속 농촌과 농부 이야기를 담은 ‘논밭 비상사태’, 에피소드는 경북 상주의 여성 농민 김정열 안나 자매님을 주인공으로 펼쳐집니다. 안나 자매님은 봄에 가뭄으로 작물들이 한차례 위기를 겪었고, 여름에 들어서는 선녀벌레와 노린재 등 신종 병충해와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농부님은 기후위기로 인해 점점 농사짓기가 어려워지고, 국내외의 기후위기 대응 농업 정책들이 논밭 농사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아쉬워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여성 농민들, 인근 상주시의 소비자들과 힘을 합쳐 토종 농사에서 길을 찾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안나 자매님께서는 몇 달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를 비판하기 위해 한국 농부를 대표해서 제네바에 다녀왔으며, 국제 농민운동 조직인 비아캄페시나(La Via Campesina) 국제조정위원의 자격으로 소농·농촌여성·농촌노동자·중소 생산자의 생존과 권리 향상, 기업과 자본으로부터 농업과 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정현 감독님과 김정열 농부님의 협업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의 여성 농민이 겪는 존재의 불안, 그리고 의지로 다듬어가는 희망을 영상을 통해 마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마주, 보다’

 

마지막 작품은 ‘왕십리 김종분’(2021년) 작품을 연출한 김진열 감독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활동을 펼쳐나가는 노년의 시민 민윤혜경 님(60플러스 기후행동 회원)과 청년 강은빈 님(청년기후긴급행동)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민윤혜경 님은 한국 사회의 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본인의 삶이 많은 혜택을 받은 삶이었다고 고백하고,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온 지난 시간을 성찰하며 기후위기 활동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강은빈 청년은 같은 세대 청년들과 함께 기후위기의 책임이 큰 기업에 대항하는 활동을 진행하며 다양한 모임과 직접 행동을 하고 있는데요. 기후위기의 무거운 삶의 주제 앞에서 다양한 세대가 움직이고 있음을 우리는 두 사람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의 기후위기 상황을 담은 다큐 영화 ‘바로, 지금’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영화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영화는 올해 7월쯤 제작이 완료되어, 늦어도 8월에는 공동체 상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전국에 계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께서도 각 본당과 지역 영화관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를 비롯한 수많은 생태적 재난 상황은 먼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주변까지 찾아왔습니다. 이번 영화의 제목과 같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지금(Just Now) 행동할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3년 6월호, 김종화 알로이시오 신부(작은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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