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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 계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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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5 ㅣ No.72

성소 계발 프로그램

 

 

아직까지 한국교회는 전체적으로 성소자 수급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진단된다. 그렇지만 신자 수 증가율이 둔화되고,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현실에서 안도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더구나 냉담률은 계속해서 늘고, 교회에 나오는 사람들조차도 주일미사에만 의무적으로 참례하며, 신앙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자가 계속해서 풍부하리라고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성소 계발이란 것은 교회생활 전체에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신자 공동체가 복음화되고, 참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성소자도 늘 것이다. 다만 하느님을 따르는 길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음을 적절히 안내해 주어 각자의 성소를 찾아내도록 돕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는 본당 신부님이나 주변에서 성소에 대해 제안하지 않는 이상, 진지하게 성소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일학교 교과 과정에 자신의 성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사제와 수도자가 되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방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수님께서는 가만히 앉아서 제자들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으셨다. 직접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들을 알아봐주시고, “나를 따라 오너라.” 하고 부르시며, 그들이 갈 길을 보여주셨다. 예수님의 방법을 본받아 더욱 적극적으로 성소자들을 찾아나서자.

 

소신학교 제도가 없어진 이래 예비 신학교 제도가 이제 전체 교구로 확산되었지만, 성소 계발이 교구에만 맡겨지면서 정작 성소의 못자리가 되어야 할 가정과 본당에서의 성소 계발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상태가 되었다. 무엇보다 먼저 교회 전체가 복음의 빛으로 활기에 넘치도록 힘쓰면서, 동시에 가정과 본당, 교구가 체계적으로 연계하여 성소를 계발하고, 이들을 양성하는 방안을 강구해야겠다. 이러한 노력에 발판이 되고자 각 교구와 본당에서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정리하여 보았다.

 

 

1. 교구 단위 프로그램

 

성소 계발을 위해 각 교구에서는 대체로 전담 부서를 따로 두고, 이를 중심으로 예비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부산교구, 마산교구, 전주교구, 수원교구, 청주교구, 안동교구에서는 성소국을, 인천교구는 성소부, 대전교구는 성소계발사목부, 원주교구는 청소년국 산하에 성소부, 대구대교구, 인천교구는 사목국 산하에 성소부, 의정부교구는 성직자실 산하에 성소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춘천교구, 제주교구는 교육국에서 성소 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교구 사정에 따라 예비 신학교의 활성화 정도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지역별 본당별 모임이 활발한 교구도 있다. 또한 해마다 성소주일이면 신학교를 개방하고 주일학교 학생들을 초청하여 행사를 갖는다. 그렇지만 한 달에 한 번 갖는 예비 신학교 모임이나 일 년에 한 번 시행하는 성소주일 행사만으로는 미흡한 부분이 많다. 그 가운데 몇몇 눈에 띄는 프로그램과 예비 신학교 운영 방식을 소개해 본다.

 

1) 예비 신학교 운영

 

대체로 각 교구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예비 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먼저 각 본당 신부님의 추천을 받아 예비 신학교에 등록하고,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각각의 커리큘럼에 맞추어 교육을 받는다. 등록제를 실시하고, 생활기록부를 만들어 예비 신학생들의 생활 전반을 꼼꼼히 챙기는 교구도 있다. 마산교구에서는 적은 액수의 등록비를 받는 등록제를 실시한 결과 출석률과 참여도가 월등히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다.

 

수원교구에서는 지역 모임을 활성화하고, 기도생활, 성사생활, 성서 읽기에 대한 신앙생활 실천표를 작성하여 부모와 본당 신부에게 확인을 받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가정과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상담, 피정 등을 가지며, 성소국 담당 신부가 각 본당을 순회하며 미사를 하고, 예비 신학생의 가정을 방문하기도 한다.

 

2) 부산교구 ‘JA&VA 21’

 

부산교구 성소국에서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인성 함양과 신앙 성숙을 돕는 프로그램인 ‘JA&VA 21(Junior Adsum & Vocatio Adsum 21, 부르심에 응답하는 21세기 청소년)’을 자체 개발하여 시행해 오고 있다. 이는 기존의 예비 신학생 제도와 중등부 주일학교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면서 청소년의 성소 식별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중학생들이 1년에 3단계씩 3년 동안 9개 단계를 이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기 중에 두 번, 겨울방학에 한 번, 총 1년에 세 번 1박 2일의 교육을 받는데, 첫 해에는 자아를 발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타인과 공동체, 미래에 대한 선택의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짜여있다. 

 

2002년 중학교 1학년 348명이 시작하여 3년에 걸쳐 9단계 교육을 모두 수료한 학생은 175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99명이 예비 신학생으로 지원했다. 

 

타 교구의 경우 중학생 때부터 예비 신학교를 운영하는 반면, 부산교구에서는 중학생 때에는 신앙의 성숙과 인성 교육 등 종합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성소로 이어지도록 하여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인 예비 신학교 과정을 시작하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성소자 발굴의 폭을 확대하고, 각 본당 주일학교 활성화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하여 중등부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3) 지역 단위의 프로그램

 

의정부교구에서는 중학생은 본당에서, 고등학생은 지구 단위로 모임을 가지며, 지구마다 성소 담당 신부와 수녀, 신학생을 정하여 자생력을 높이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각 지구 성소 담당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다.

 

수원교구 서부지구의 경우에는 지난 해 5월 ‘부르심과 선포-씨앗과 텃밭의 아름다운 행보’라는 주제로 지구 내 본당 복사단과 예비 신학생, 부모를 초청하여 성소학교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연극, 율동이 어우러진 청소년 미사, 공연, 레크리에이션과 함께 부모를 위한 특강과 신학교 생활에 관한 VTR 시청, 성소국장 신부와의 대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특히 이 행사를 위해 각 본당 성소분과장과 주일학교 교사들이 합심하여 준비함으로써 지구 전체가 성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4) 소식지 발행

 

많은 교구에서 예비 신학생을 대상으로 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부르심」, 수원교구의 「추수꾼」, 부산교구의 「부름받은 나무」, 춘천교구의 「씨감자」, 인천교구의 「겨자씨」가 있으며, 안동교구에서는 교구 소식지 「틔움」이 성소후원 회지의 역할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이 소식지들은 대체로 월간으로 발행되며, 예비 신학생들의 신앙과 삶의 나눔, 선배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교리, 전례 관련 내용, 성소 모임 안내 등을 담고 있다. 이는 성소자들이 생각을 나누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2. 본당 단위 프로그램

 

현재의 예비 신학교 위주의 성소 계발 풍토에서 대부분 본당과 가정은 성소 계발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지만 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성소자들을 돌보아야 하는 은총과 책임을 받고 있다(『현대의 사제 양성』, 41항 참조). 가정과 본당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성소 계발의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먼저, 본당 성직자, 수도자, 교리교사들이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고 성소자 발굴을 위해 힘쓰도록 한다.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종합적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청소년 신앙생활 전반에 대해 점검함과 동시에 성소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을 찾아내도록 한다. 이런 청소년들을 교구에서 실시하는 예비 신학교에 연결시켜 준다. 

 

또한 본당신부는 예비 신학교에 추천서를 써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정기 모임을 갖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한다. 수원교구에서 예비 신학생이 작성한 신앙생활 실천표를 부모와 본당 신부에게 검사를 받아 제출하게 하는 제도는 가정과 본당을 연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 밖에도 성소자 봉헌 예절, 본당 출신 성직자 수도자와 함께하는 만남의 잔치, 성소자를 위한 기도 모임 등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1) 본당 단위 예비신학생 모임: 서울대교구에서는 「부르심」에 본당 예비 신학생 모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양식을 다달이 싣고 있고 있다. 이는 시작성가, 성소를 위한 기도, 성서 읽기, 묵상, 나눔, 지도자의 시간, 공지사항, 마침성가의 순서로 짜여있다. 이러한 본당 성소자 모임은 본당의 사제가 직접 담당하는 것이 가장 좋다.

 

2) 성소자 봉헌 예절: 주님 봉헌 축일(봉헌생활의 날) 등을 이용하여 성소자 봉헌 예절을 거행하여 성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봉헌자들의 행렬, 봉헌문 낭독, 성소자를 위한 기도, 안수의 순서로 진행한다.

 

3) 복사단 활성화: 사제들 바로 곁에서 전례에 봉사하기 때문에 성소의 길을 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복사단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본당신부와 함께 복음 묵상 나눔, 기도 모임 등 정기 모임을 갖는다.

 

4) 본당 성소후원회 운영: 본당 단위의 성소후원회를 조직하여 교구와 연계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물적 영적 측면 모두에서 성소 계발에 힘쓴다. 한 달에 한 번 성소자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정기적으로 기도 모임을 가지며, 피정을 갖기도 한다. 물질적으로는 교무금 1개월치나 커피 자판기 수익금 등을 성소후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5) 본당 출신 성직자·수도자와 함께하는 만남의 잔치: 본당 출신 성직자, 수도자를 본당에 초청하여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그들이 부르심을 받고, 성직자,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과정과 현재의 삶을 진솔하게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같은 본당 공동체에서 성장한 이들에게 듣는 이야기는 더욱 친밀하게 다가올 수 있다.

 

6) 성소자를 위한 기도 모임: 특별히 성체성사의 해 동안 매월 첫 목요일에 성시간을 갖고 성체께 대한 사랑과 흠숭을 드리는 가운데 성직자, 수도자, 성소자를 위해 기도한다.

 

7) 부모 모임: 성소를 더욱 확고하게 성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가정과 부모를 위한 교육, 모임 등을 정기적으로 갖는다.

 

8) 설문조사: 주일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소 계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생활과 가정 기도생활, 성소 관심도 전반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성소 희망자를 분류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성소 희망자의 부모에게 이를 알리고, 더욱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한다. 이러한 설문조사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성소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수 있다.

 

9) 성소자 가족 잔치: 본당의 성직자, 수도자, 신학생의 부모와 가족을 초청하여 행사를 갖는다. 이때 성소자 가족으로 겪었던 어려움, 성소자를 위한 가족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성소 계발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소자들이 그들 본당에서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성직자의 모습을 보고 성소의 길로 들어섰다고 대답하는 것을 볼 때, 본당신부가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뿜는 사제의 모범을 보여주며, 청소년들을 따뜻한 관심과 배려로 대하는 것이 성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성소를 분별하고 사제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밝혀주시고 힘을 주시는 분은 예수님의 성령이시다. 하느님께서 친히 당신의 사제를 뽑아 세우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교회 공동체가 한마음으로 기도한다면, 성소의 위기라는 말이 현실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목, 2005년 4월호, 이준혜(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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