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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성소 계발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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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5 ㅣ No.71

사제성소 계발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2004년도 추계 주교회의 총회를 준비하기 위한 성소국장 회의가 지난 해 8월에 있었다. 전국의 성소 담당 신부들이 모여 교구 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성소 담당 신부들이 서로 공감한 것은 아직 교구의 사제성소가 감소하고 있지는 않으나, 수도성소의 급격한 감소세에 비추어 미래에 사제성소도 그처럼 감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해서 이 자리에서는 지속적인 성소 계발을 위한 교구별 노력을 함께 나누었다.

 

지속적인 사제성소 계발을 위해, 또 앞으로 닥쳐올 교회의 위기를 헤쳐가기 위해,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우리는 사제성소 계발에 더욱 힘써야 한다. 이 글은 필자의 소속 교구인 청주교구의 사례를 통해 이런 성소 계발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사제성소 계발의 책임자인 우리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에서 지난 해 발표한 「사제 성소자 증감 동향 파악을 위한 기초 자료 분석 보고」는 청주교구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전반적으로 성소자 감소의 현상을 볼 수가 없으며, 비교적 안정적인 발전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청주교구는 신자 수 130,442명(2003년 기준), 신부 수 135명, 본당 수 58개로 상대적으로 작은 교구에 속한다. 그러나 예비 신학생 가운데 고등학교 3학년과 일반인 숫자를 합쳐 20-30명으로 안정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신학교 입학생 수도 1994년의 4명을 제외하고는 10명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청주교구는 해마다 예비 신학생 수가 총 190여 명에 이른다. 이 숫자가 가능한 이유를 가끔 생각해 보는데, 이것은 교구 성소국이 아니라 가정과 (또 다른 가정이라고 볼 수 있는) 본당의 결실이다. 성소의 보금자리는 가정이다. 일차적으로는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주님을 믿고 그분을 닮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 가정에서 예비 신학생이 많이 나온다. 

 

이어서 본당 공동체와 본당신부의 관심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부모의 관심과 기도, 그리고 사제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아이들에게 사제에 대한 꿈을 싹 틔우고, 본당은 이 싹이 꽃 피우도록 도와준다. 이런 이유로 부모와 본당신부가 성소계발을 하고, 교구 성소국은 다만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예비 신학생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학생은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여름 산간 학교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본당신부님이 캠프장을 방문하셨다. 그러고는 그 학생을 보고 “이놈 사제복 입혀놓으면 멋있겠는데, 너 신학교 가면 어떻겠니?”라고 한마디 하시고는 지나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그 학생은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단다. 지금까지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답을 하느님께서 주신다는 깊은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무조건 신학교에 지원하겠다고 성소국을 찾아왔다.

 

이 학생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소계발에서 본당신부의 역할은 매우 크다. 본당신부의 말 한마디와 따뜻한 관심은 많은 학생들에게 사제성소의 꿈을 키우게 만든다. 예비 신학생 모임이 있는 날이면 몇몇 신부는 손수 운전을 해서 아이들을 데려오고 또 데려간다. 이런 사제들의 관심과 배려로 사제성소가 감소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성소를 결정하는 데 본당에서 사목하는 사제들의 본보기는 아주 중요하다. 하느님에게 사로잡혀 있는 사제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주지 못하는 그 어떤 매력이 있다. 이 매력은 많은 학생들에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끌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사제들뿐 아니라 이미 신학교에서 양성 과정에 있는 신학생도 성소 계발에서 큰 역할을 한다. 

 

필자에게도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첫영성체를 하고는 바로 복사를 하게 되었다. 복사를 하는 동안 방학 때만 되면 신학생들이 복사들에게 자장면을 사주었다. 그러고는 신학생들이 복사들에게, 여기서 신학교에 가고 싶은 사람 손들어 보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손을 들지 않으면 배신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무언가를 얻어먹고는 그에 대한 답을 해야만 되는 분위기, 이것이 신학교를 처음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 신학생이 되어서는 한참 동안이나 후배 신학생이 없었는데, 이것이 큰 스트레스였다. 선배 신부들은 항상 이런 말을 했다. “너 후배 신학생을 만들지 못하면 성품성사 받을 생각 마라!” 

 

방학이 시작되면 신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이번 방학에도 복사들에게 자장면을 한 그릇씩 사주어라! 그리고 후배 신학생을 꼭 한 명씩 만들어라!’

 

 

2. 거룩함으로의 초대

 

학생들은 다양한 계기로 예비 신학생 모임에 나온다. 그리고 이 학생들 가운데서 신학생을 선발한다. 이 선발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예비 신학생 모임 전 기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꼭 심어주고자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거룩함으로의 초대’이다. “내 아버지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너희도 거룩한 자 되어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초대로 학생들을 이끌고자 하는 것이다. 

 

예비 신학생의 부모들이 하는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과연 내 아들이 신학교에 입학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신학교에 입학한 다음에 도중하차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비 신학생 부모 모임에서 기회가 되면 항상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비 신학생 모임에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보내십시오. 이 모임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더 건강하게, 더 성숙한 아이로, 더 큰 신앙인으로 자라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그래서 만약에 예신 모임에 나오지만 마지막 선택이 꼭 신학교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그 학생은 교회의 또 다른 일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하느님을 알아 공경하고 그분께 봉사하는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성소국장으로서 한 가지 약속을 하는데, 신학생들이 자신의 성소를 결정하는 데 피정을 통해 하느님을 만난 다음에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행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해서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도와주겠습니다.”

 

문제는 예비 신학생이나 이미 신학교에 들어간 신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만나느냐는 것이다. 다양한 성소 동기들이 있다. 이 동기들은 여행을 나서는 출발점이다. 이 여행에 목적지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방향을 잃고 이리저리 헤맬 뿐 아니라, 세상에 떠밀려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양한 성소 동기가 여행의 출발점이라면 하느님은 이 여행의 목적지이다. 거룩하신 하느님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닮아 거룩한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신학생과 예비 신학생들에게 자주 질문한다. 왜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살고자 하는가?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꿈은 무엇인가?

 

 

3. 성소를 위한 밑거름

 

목표가 정해졌다면 이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10년, 20년, 30년 뒤의 장기 계획뿐 아니라, 1-5년의 단기 계획, 그리고 한 달 계획을 비롯해 주간 계획, 일일 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이 계획과 예비 신학생들의 전인적 성숙을 위해 신체적 정서적 지적 영성적 측면에서 자신을 단련시키도록 예비 신학생용 수첩을 사용하고 있다. 성소의 꿈을 알아냈다면 이제 온 마음과 온 힘을 다해 투신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한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지방의 공업 고등학교를 다녔다. 사제직에 대한 열망은 아주 컸지만 학교 성적이 부진했다. 교구 면접에서조차 성적 때문에 통과할 수 없었다. 이 학생은 재수를 했지만 재수한 뒤에도 신학교 입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학생은 다시 입시를 준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제직에 대한 그의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 강한 열망이 학습에 온 마음을 다해 투신하게 만들어주었다. 신학교 입학 시험 뒤 한 교수 신부는 이런 말을 했다. “나는 그 학생에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제직을 위해 자신을 투신할 줄 아는 학생인 것 같습니다. 또한 성적 부진으로 신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성소의 싹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싹으로 키우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시골 본당 출신의 예비 신학생의 경우 성적이 부진해 아쉬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하느님의 일꾼으로 한 공동체의 지도자로서의 삶이 요구되기에 기본적인 학습 능력은 중요하다. 그래서 성소국은 장학금 제도를 마련했다. 장학금의 종류는 우수 장학금과 노력 장학금이다. 우수 장학금은 성적이 전교 석차 20% 이내일 때, 노력 장학금은 예신 담임 부제와 약속한 석차를 달성할 때 주어진다. 장학금을 수여하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기 위해서이다. 

 

한 학생은 2004년도에 전교 석차가 100등이나 올라 우수 장학금을 받았다. 부모의 말을 들어보니 장학금을 받고 싶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하고는 공부를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부족한 수학을 위해 특별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모를 조르더라는 것이다. 동기 유발과 적절한 배려가 주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4. 기도하기

 

성소를 계발하고 키워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이다. 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다. 따라서 언제나 기도하지 않으면 이 거룩한 부르심에 제대로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원의를 일으키시는 분도 하느님이시고, 그것을 살아갈 힘을 주시는 분도 하느님이시다. 따라서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예비 신학생들에게 수첩을 나누어 주고 날마다 아침·저녁기도를 했는지 점검하도록 한다. 그뿐 아니라 성서를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찾아 외우고, 그 구절을 수업시간마다 첫 노트 필기에 앞서 노트에 쓰기를 당부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학생 스스로 하느님 말씀을 통해 그분을 만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신의 처지에 맞는 말씀을 고르고, 그 말씀을 통해 주어지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살게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기도를 통하여 개인의 이익이나 구원만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 봉사하고자 하느님께 자신을 전적으로 봉헌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음을 알도록 도와주려 한다(요한 바오로 2세, 『현대의 사제 양성』, 41항 참조).

 

요약하자면, 하느님께 나아가고자 부르심에 응답하는 일련의 행위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그 갈망을 가꾸어주는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이 열망을 더욱 뜨겁게 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성소 지원자들은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독립적인 책임감을 가지고 이 내적 여정에 투신하며, 이는 기도 안에서 완성을 이룰 것이다.

 

성소는 우리 모두에게 내려지는 은총이며 멋진 선물이다. 또한 성소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내적 자세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내적인 응답과 외적인 관심, 개인의 노력과 기도생활 모두가 하나로 이루어진다면 성소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목, 2005년 4월호, 서철(청주교구 성소국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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