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주일학교ㅣ청소년 주일학교 청소년 관련 통합자료실 입니다.

한국 사제성소의 미래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6-02-05 ㅣ No.69

한국 사제성소의 미래

 

 

1. 세계적 추세

 

2002년 기준 교황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78년의 전체 사제 수를 100으로 놓고 볼 때 2002년 현재 유럽은 82.5, 북미는 80.5로 두 지역 모두 거의 20%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중미는 147.2, 남미는 125.5로 사제 수가 상당히 늘었고, 특히 아프리카는 173.8, 아시아는 175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그러나 서구와 북미 지역이 전체 사제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2002년 기준 64.3%) 전체 사제 수는 1978년을 100으로 놓고 볼 때 2002년 현재 97.3으로 정체되어 있다. 

 

2002년 현재 유럽과 북미의 사제 수는 각각 203,751명(전체의 50.3%)과 56,984명(14%)으로 아프리카(29,274명, 7.2%)와 아시아(45,790명, 11.3%)에 비해 현저히 많다. 단순히 신자 수를 보면 2002년 현재 북미는 78,756,000명(전체 신자 중 7.3%), 유럽은 279,915,000명(26.2%)인 데 비해 아프리카는 137,428,000명(12.8%), 아시아는 110,234,000명(10.3%)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합쳐도 유럽보다 적다.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북미가 1,382명, 유럽이 1,373명인 데 비해, 아프리카는 4,694명, 아시아는 2,407명으로 이 지역의 사제 수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2003년 기준으로 사제 수는 3,584명,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1,237명으로 북미와 유럽과 비슷한 수치이다. 2003년 현재 한국의 가톨릭 신자 수는 4,430,791명(『한국 천주교회 통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4년)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9.1%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인구에서 가톨릭 신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7.2%임을 감안하면 아직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지 못한 선교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제와 신자 수의 상대적 비율이 안정된 반면, 신자 수의 증가율은 이미 정체기(2003년 경우 1.9%)에 접어들었다. 

 

특히 연령별 신자 증감률을 보면 한국 천주교회의 성장과 관련하여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곧 1996년 이후 40세 미만의 신자는 예외 없이 증가율이 감소하고 50세 이상의 신자 증가율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03년에 들면서부터 40세 이상의 신자 수가 40세 미만의 신자 수를 초과하는 현상이 나타났다[40세 미만 2,221,175명(49.6%), 40세 이상 2,260,103명(50.4%)]. 이에 비해 사제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4년 이후 2003년까지 1,910명에서 2,943명(교구 사제 기준)으로 1,033명이 증가하여 54%의 놀라운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연도별로 보아도 매년 평균 4-5%의 안정적인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통계 숫자로만 보면 한국교회는 신자 수와 연관된 사제 수에서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 상황을 분석해 보면 미래가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 한국의 현황

 

1980년부터 1990년대에 이르러 많은 대신학교가 개교했음에도 1993년과 2003년을 비교해 보면 대신학생은 1,582명에서 1,357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사실 1995년 이후 대신학교 학생 수는 전체적으로 답보 또는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2년과 2003년의 경우 전년도 대비 증감률은 각각 -10.6%, -5.5%에 달해 성소자 감소에 대한 우려가 구체적인 현실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가능해 보인다. 그래서 아직 선교 도정에 있는 한국교회가 벌써 정체나 퇴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신자의 고령화와 더불어 성소자의 감소가 지속된다면 한국교회의 장래를 낙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2003년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특히 춘천교구, 원주교구, 안동교구, 제주교구와 같은 신자 수 10만 명 미만의 군소 교구는 네 교구를 모두 합쳐도 신자 수는 237,920명(신자 비율 6.9%), 사제 수는 290명, 본당은 142개로 대구대교구보다 작은 규모이다. 이런 소규모 교구의 2004년 고등학교 3학년 이상 성소 지원자는 평균 10명 미만에 불과하다. 이런 교구에서는 성소자 감소의 문제가 매우 직접적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이 일차적인 어려움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서울대교구의 경우는 신자 수가 140만 명을 넘고 사제 수는 1,008명, 본당 수는 254개로 사제 1인당 신자 수는 1,417명(전체 평균 1,237명), 1개 본당별 신자 수는 5,625명(전체 평균 3,260명)인 상황에서, 전체 예비 신학생은 2004년 기준으로 1,526명, 그중에 고등학교 3학년 이상 성소 지원자는 157명으로 신학교 입학생 수 50명의 3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대교구 다음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수원교구(신자 수 약 60만 명, 사제 수 378명, 본당 수 153개)의 경우는 예비 신학생의 확보와 관리에는 문제가 없으나 대신학교 지원자 수의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신자 수의 규모에 따라 차례로 볼 때 대구대교구, 인천교구, 부산교구, 광주대교구 등도 마찬가지로 예비 신학생의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교구의 규모에 관계없이 특히 입학생 숫자와 대학원 과정까지 무사히 마치고 사제품을 받기에 이르는 학생 수의 차이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상은, 모든 교구에서 예비 신학생, 신학생, 그리고 졸업 후의 평생교육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교육 방안을 마련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다.

 

 

3. 대책의 필요성

 

1980년대 초에 소신학교가 폐지된 뒤에 예비 신학생 모임이 성직 지망자 관리의 중심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제도가 교구별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교구의 규모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다. 곧 서울대교구와 같은 대형 교구에서는 예비 신학생 관리, 대신학교 신입생 선발, 사제 양성 등에서 양적으로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나 소규모 교구에서는 체계적인 예비 신학생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교구별로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성소자 감소에 대한 한국 천주교회의 일관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성소의 근본 개념에 입각하여 한국 천주교회의 현실을 판단해 볼 때 드러나는 부족한 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985년 교황청 가톨릭 교육성이 발행한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 5항에 따르면 사제성소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사제성소는 더욱 넓은 성소에 결합되어 있다. 세례성사로써 그리스도께서는 생명과 사랑과 진리의 일치를 위하여 선정하신 하느님의 백성을 또한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한 도구로 삼으시고 세상의 빛과 땅의 소금으로(마태 5,13.16 참조) 삼아 온 세상에 파견하신다. 당신의 풍요하심과 직무상 필요에 따라 교회에 유익하도록 여러 가지 은혜를 나누어(1고린 12,1-11 참조) 주시는 성령께서 일으키시는 이 성소는 지체들이 서로 다르고 그 직무가 서로 다른 그리스도의 몸을 건설하기 위하여 질서 지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1987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에서 발행한 「대신학교 교육 지침」에서는 신학생을 선발할 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성소 담당자들과 지원자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엄청난 주의를 기울여 지원자들의 성소 동기를 철저하게 심사하여야 한다. 그리스도를 따르겠다는 지향의 진실성을 특별히 참작하여, 균형을 갖춘 인격,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성숙성, 사도적 열성 등을 분별하여야 하며, 가족들의 개입 가능성이나 언제나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지위 향상에 대한 열망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교수들은 전 교육기간에 걸쳐 신학생들의 성소 분별에 엄정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이러한 성소 분별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며, 그 무엇보다도 신생 지역 교회에서는 성소 지원자들과 신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분별을 통하여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로 인해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렇게 교회에서 설정한 원칙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에서도 「한국 사제 양성 지침」을 마련하여 사제 양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지침의 2장 6-11항에는 한 사람의 사제를 양성하는 데 교구, 일선 사목 현장, 중등 교육, 가정, 성소 지도 신부, 신앙 지도 생활 등 각 분야에서 실행해야 할 내용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대형 교구나 군소 교구 모두 청소년들에게 성소의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데에 필요한 통합적 교육 프로그램의 부재와 더불어, 사회의 급속한 세속화라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하고 있는 것이다. 곧 청소년들 사이에는 특히 대중매체의 악영향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한 헌신과 봉사보다는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구해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배금주의와 출세지향주의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산업화와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핵가족화로 청소년들이 공동체적인 모습을 지향하기보다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 가정에 1명의 자녀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성직을 택하면 집안의 대가 끊어지는 경우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는 유교적 전통이 아직 강한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4. 여섯 가지 제안

 

한국 천주교회가 당면한 현실 문제들을 볼 때 앞에서 제시된 지침이 완전하게 준수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사실 성소자 교육에서 지도신부의 역할은 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성소자의 입장에서 사제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에서 대부분의 예비 신학생 교육은 수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인천교구 김병상 몬시뇰의 지적대로 “예비 신학생들이 수녀원 특유의 영성으로 길러지고, 남자 학생으로 지니고 있는 남성 특유의 모습이 여성적이 되며, 사제들의 형제적 삶을 생각하기보다는 수녀님들이 지니고 있는 모성적인 모습을 기대하는 것 ”(“사제 성소자의 선발과 교육”, 『사목』, 152호(1991. 9.), 77면)같이 판단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본당이나 행정 등의 업무로 바쁘더라도 한국 천주교회의 미래인 예비 신학생의 교육은 반드시 사제의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조직상으로는 예비 신학생을 위해 부제, 수녀, 신학생이 한 팀을 이루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부제들과 신학생들은 자신의 학업에 몰두하여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여유가 없다. 그리고 예비 신학생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사제이기 때문에 사제의 직접적 교육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적할 점은 예비 신학생 담당 전문 사제의 양성이다. 예비 신학생 담당 사제가 자주 교체될 경우 교육의 전문성과 지속성에 커다란 문제가 있게 되고 이는 예비 신학생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둘째, 대부분의 예비 신학생 교육은 다달이 시행되는 정기 모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몇몇 교구에서는 이러한 것도 부담스러워 분기별로 시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식으로 진행되는 교육에서 특히 부실해지는 것이 체계적인 가톨릭 교리교육이다. 평신도를 위한 교리교육의 개선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작 사제가 되려고 마음을 정한 학생들을 위한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중학교 1학년부터 6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예비 신학생 교육기간을 충분히 활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체계적으로 교육을 수행하여야 한다.

 

셋째, 현재 한국 천주교회에는 통일된 예비 신학생 교육 교재가 없는 실정이다. 교구별로 마련한 교재를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교재 마련을 위해서는 교구, 신학교, 평신도 신학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원회가 구성되어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내용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그 교재의 내용에는 교리교육뿐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지식과 철학적인 사고를 훈련하는 과정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 대부분의 교구에서 활용하는 교재는 문서로 된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현대사회의 이른바 멀티미디어에 길들여진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습효과를 높이려면 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이 접하는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사제가 예비 신학생과 직접 만나서 하는 교육을 멀티미디어가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교재의 활용은 보조적인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다섯째, 현재 한국의 대신학교 신학생 선발에서 성적이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사실 현재 한국에서는 일류대학 입학이 모든 학생의 지상목표가 되어있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고액과외 학습을 시키고 있고, 교사들은 보충학습까지 시켜가며 학생들을 채찍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신학교 교육 지침」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신학생 선발을 하는 데 성적에 지나치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사제는 세속적 출세를 위해 선택하는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성적이 형편없고, 사제성소에 대한 열망만 있는 학생을 무조건 신학생으로 선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대신학교 입학 기준이 일반 사회적인 기준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수원교구 김한철 신부의 말대로 성직자는 “성소에 대한 확신과 복음 전파의 열정, 거룩한 전례생활, 복음 삼덕과 겸손된 삶에서 전문인이면 충분한”(“사제 성소자의 선발과 교육”, 『사목』, 152호(1991. 9.), 79면) 것이다.

 

여섯째, 예비 신학생의 교육이 단순한 교리교육만이 아니라 영성교육과 병행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예비 신학생의 경우 매주 본당에서 만날 수 있는 본당신부에게 영적 지도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본당신부 자신이 영성교육 방법을 숙지하고, 최소한 본당의 예비 신학생의 영성 교육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상의 여섯 가지 제안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도 교구, 대신학교, 본당, 신자 간의 유기적인 협력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주교회의 산하에 성소 문제를 전담하는 전국위원회 설립을 고려할 만하다. 이 위원회는 성소 증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함으로써 성직주교위원회와 전국 성소국장회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위원회의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예비 신학생 교육의 내실화는 물론 현재 심화되고 있는 교구 간의 격차도 줄이는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한국사목연구소의 2004년도 연구 보고서인 「사제 성소자 증감 동향 파악을 위한 기초자료 분석 보고」를 같은 연구소 이종범 연구원이 요약 정리한 것이다.

 

[사목, 2005년 4월호,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1,172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