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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신학ㅣ사회윤리

[윤리] 몸의 신학1: 몸의 신학으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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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0-02-28 ㅣ No.714

[몸의 신학] ‘몸의 신학’으로 초대


몸과 혼인에 대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현대 그리스도인에게 주시는 가르침 (1)

 

 

시작하며

 

“신부가 쓴 섹스 가이드북 불티.” 드디어 나올 것이 나왔구나! 외신 한 토막을 전하며 국내 어느 신문사가 뽑은 제목이 눈에 번쩍 뜨였습니다. 그 기사는 폴란드의 한 수도회 신부가 ‘당신이 모르는 섹스’라는 제목과 ‘하느님을 사랑하는 부부를 위하여’라는 부제를 붙여 출판하였는데 큰 인기를 누려서 현재 영어 · 이탈리아어 · 슬로바키아어로도 번역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저자의 발언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부부간 섹스의 신성함’이라고 하면, 기쁨이나 경박한 행위, 환상, 특별히 성적인 체위 등은 무조건 삼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섹스는 따분해서는 안 되며 성적 자극과경이, 환상으로 가득 차야 한다.”

 

빙그레 웃음이 흘러나왔습니다. 필자가 4년을 끌어오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독특한 가르침, 흥미진진한 그러나 지극히 그리스도교적인 ‘몸의 신학’을 연구하면서 조만간에 그분의 신학을 실천적으로 이끌어줄 ‘용감한’ 성직자가 나올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애무법과 체위 등 배우자를 흥분시키기 위한 모든 행동은 하느님이 허락했고, 하느님을 기쁘게 한다.”라고 저자가 썼답니다. 맞습니다.  정말 옳습니다. 그리스도교, 특히 가톨릭교회의 성윤리가 출산적인 기능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거나, 영지주의나 마니교 이단들의 이원론적인 영향으로 육체를 천하게 여기며 성을 죄악시했다는 등, 오해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몸과 성적인 부부행위 모두가 창조 때부터 하느님의 축복을 직접 받았으며, 정당하게 요구될 때는, 단 한 번도 그런 축복을 거부한 적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성사의 품위로까지 높여왔다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몸의 신학’의 뜻

 

‘몸의 신학’(theology of the body; teologia del corpo)이란 용어는‘인간 몸에 관한 신적인 해석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곧 인간 몸에 대해 ‘믿어야 할 교리’는 아니지만 교회 교도권자의 ‘신적인 해석학’인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몸의 신학’의 가르침은 그 속에서 인용되는 교회의 공식 문헌들의 등급과 비교해 볼 때, 예를 들어, 교황권고 “가정 공동체”, 교황서한 “여성의 존엄”, 회칙 “인간 생명”, 당신께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 ‘기쁨과 희망’ 등등보다는 분명히 아래 등급의 것입니다.

 

그러나 예를 든 이 문헌들을 이해하고 심화시키려면, ‘몸의 신학’의 가르침이 요긴합니다. 왜냐하면, 교황님께서 강조하시는 것처럼, “말씀이 사람[육]이 되셨다.”(요한 1,14)는 사실로서 이미 몸은 신학의 중심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인간 인격으로서의 몸에 관해 균형을 상실한 철학과 심리학 사조 그리고 예술 영상매체 속에서까지 다양한 오류들을 경계하시면서 성경, 특히 그리스도의 말씀을 주석해 주십니다.

 

문헌으로서 “몸의 신학”은 중요한 교황직무로서 행하신 첫 번째의 교리교육을 해주신 것으로, 1979년 9월 5일부터 1984년 11월 28일까지 4년 넘게 행하신 129개의 일반알현 연설 모음에다, 미처 연설하지 못하신 것 6개를 더 발굴해 모은 것입니다.

 

사실 1985년 “Uomo e donna lo creo”라는 제목으로 133개 연설들의 모음이 이탈리아어판으로 처음 출판되었고, 1986년 폴란드어판에는 2개가 더 추가되어 135개로 출간되었습니다. 마침내, 익명의 번역자와 바오로딸 출판사가 1997년 영어판으로 출판하였지만, 내용의 오류와 표현의 모호함이 상당하게 있었습니다.

 

이에 오스트리아의 ‘혼인과 가정 연구를 위한 국제 신학대학원’ 초대 원장이었고 신약성경 주임교수인 발트슈타인(Michael Waldstein)이 책임 있게 다시 번역하고, 단락마다 일련번호를 붙이되 교황님께서 친히 강조하신 단어와 문장을 이탤릭체로 표시하여, 2006년 135개 연설 모두를 담아 바오로딸 출판사가 증보판으로 출간하였습니다.

 

그 연구소의 10년간의 노력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감사를 드립니다. 문헌의 분량이 약 700쪽으로 상당하기에 독자들께서는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특히 창세기의 주석부분과 그리고 산상설교와 에페소서의 해설부분은 날마다 한 꼭지씩 나누어 읽어간다면, ‘몸의 신학’의 진수를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르침의 목적과 독자

 

교황님께서는 폴란드 크라쿠프 대교구의 교구장 추기경으로 재직하실 때, 부부들이 성과 혼인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을 따라 살도록 도와주시려고 이미 프로그램을 제작하신 바 있고, 그런 사목 경험을 통해 1960년 폴란드어판 “사랑과 책임성”을 출간하심으로써 가톨릭 성윤리의 철학적 근거를 새로이 제공해 주셨습니다.

 

교황님의 가까운 신학적 목표는 선임자이신 바오로 6세 교황님의 예언자적인 회칙 “인간 생명”을 방어할 이론을 제공하는 것이며, 더 넓게는 “몸의 구속과 혼인의 성사성”이라는 제목을 손수 붙일 정도로 ‘하느님의 신성한 계획 속에서 인간적인 사랑’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마지막 결론적인 연설 속에서 밝혀주십니다.

 

그래서 교황님께서는 부득이 성경의 다른 핵심 주제들, 곧 고통과 죽음 등에 관해서는 일부러 취급하지 않으셨습니다. 첫 번째 연설에서 언급하셨듯이, 1980년에 있을 주교 시노드가 준비되고 있을 때 시작한 이 가르침은 그것의 열매인 교황권고 “가정 공동체”의 가르침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몸의 신학’이라고 부르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가르침은 전 세계그리스도인 부부들에게는 물론, “하늘나라를 위해”(마태 19,12) 봉헌된 독신을 살아가는 성직자 · 수도자에게도 구구절절이 생기를 주며 종말론적인 독신생활이 현실적으로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제공해 줍니다. 이미 ‘대’(大) 교황으로 불리기 시작한 그분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가신 지 벌써 4년하고도 여덟 달이 되었지만, 그분의 ‘영혼’이신 몸의 신학은 점점 자라 큰 나무가 되어 우리도 세상도 모두가 와서 쉬어갈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문헌의 내용

 

‘몸의 신학’의 독특한 신학적 명제들을 세 가지로 요약해 본다면, 첫째, 인간이 닮은 하느님의 모습은 남녀 안에서, 특히 자신들의 인격적인 사랑의 친교 속에서 발견되며, 그 친교야말로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위격적인 사랑의 친교를 반영해 준다는 점입니다. 둘째, 하느님의 계획상, 남녀의 혼인적인 결합은 본래부터 유효한 표징이었고, 그런 표징에서 거룩함이 세상에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셋째, “처음부터” 혼인의 표징은 교회를 향한 그리스도의 혼인적인 사랑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표징이었으며, 전체적인 성사의 토대가 되어준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이 명제들은 독특하게 보이기는 해도, 교회의 전승에, 특히 십자가의 요한 성인의 사상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크게 보아,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첫째 부분에서는, 교황님께서 그리스도의 말씀에 바탕을 둔 ‘적합한 인간학’을 전개시키십니다.  인간에 대한 ‘온전한 시각’을 갖기 위해서, 이혼 대담에서 인용된 “처음”(마태 19,8)의 상황에서, 마음으로 범한 간음(마태 5,27-28)의 상황에서, 시집장가가지 않는 몸의 부활(마태 22,30)의 상황에서 각각, 우리의 경험을 돌아보도록 하십니다.

 

둘째 부분에서는, 교황님께서 차별화된 당신의 그리스도교적 인본주의를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독신 성소와 에페소서의 부부 성소에다 각각 적용시키시며, 당신의 선임 교황께서 회칙 “인간 생명”에서 인공피임의 비도덕성에다 자연법을 적용하신 것과는 대조적으로, 당신의 교황권고 “가정 공동체”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스도교적인 인격주의를 적용시키십니다. 그리하여 혼인과 출산에 관련해 그리스도교 남녀들의 흔들리는 양심을 견고하게 잡아주십니다.

 

 

앞으로의 계획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간략하게나마 내용을 압축하고 또 압축해 드렸지만, 필자가 연구하며 압도당했던 내용의 방대함과 그 풍요로움을 어찌 감히 다 전달해 드릴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도 약속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계속 연재될 다음 호부터는 이렇게 할까 합니다. 이혼 대담에서 그리스도께서 두 번씩이나 인용하신 “처음”의 창세기적인 의미, 원초적인 고독, 원초적인 ‘한 몸’ 그리고 원초적인 알몸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이어서 선물(내어줌)의 대상으로서 몸의 혼인 의미, 부부간에도 범할 수 있는 ‘마음으로 범한 간음’의 의미, 그리고 소유 욕망에서 나온 원초적인 부끄러움의 의미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술과 매체들에서의 몸에 관한 새로운 윤리, ‘살아있는 이’의 하느님이 주시는 몸의 부활, 그리고 ‘하늘나라를 위한’ 금욕과 바오로식의 금욕도 보겠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성사로서 남편과 아내의 소명과 책임성 있는 부모로서 윤리적인 수태조절과 악행으로서 인공피임의 문제 그리고 혼인의 영성을 소개한 다음, 총체적인 가르침을 요약 첨부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릴까 합니다.

 

[경향잡지, 2010년 1월호, 이동호 프란치스코(서울대교구 신부, 가톨릭 대학교 윤리신학 교수, 가톨릭교리신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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