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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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교회법전에 따른 봉헌생활과 봉헌생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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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6 ㅣ No.24

교회법전에 따른 봉헌생활과 봉헌생활회



들어가는 말

 

교회 안에서 봉헌과 재속성을 조화롭게 일치시키는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교회의 문을 두드렸다. 재속회가 인정되도록 무던히 노력했던 이탈리아의 제멜리 신부가 가스파리 추기경에게 이렇게 청하였다. “추기경님께서 저희를 도와주시면 저희는 확실하게 항구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추기경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여러분이 원하는 것은 법전(1917년 교회법전)에 없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법전에 허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성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답은 20세기 중반까지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다 결국 이들은 1947년에 재속회라는 이름으로 교회 안에 받아들여지게 된다.

 

세상이 변하고 새로운 성소가 생기면서 이제는 과거의 틀만으로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도 없고 또 담을 수도 없게 되었다. 기존의 수도생활이나 수도회라는 개념만으로는 성령께서 주시는 새로운 은사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게 되어 교회는 새로운 개념을 정립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봉헌생활과 수도생활은 무엇이 다른가?’, ‘봉헌생활을 하는 회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특징은 무엇인가?’, ‘봉헌생활회가 사도생활단이나 제3회와는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짧게나마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1. 봉헌생활

 

1) 용 어

 

1917년에 반포된 교회법전(이하 ‘17년 법전’으로 표기)에서는 수도생활만이 복음적 권고를 통하여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유일한 형태였다. 그러나 재속회 출현 이후에 이루어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17년 법전의 도식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교회 헌장」의 제6장은 “수도자”라는 제목으로 되어있지만 복음적 권고를 서원하는 여러 회들을 모두 포함하려 하였다. 게다가 「수도생활 교령」은 “수도생활의 쇄신”이란 제목을 띠고 있지만 1항에서 수도회나 허원이 없는 공동생활회만이 아니라 재속회에도 모두 적용되는 것이라고 하였으며, 11항에서 재속회를 다루면서는 이들이 수도회가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언하였다. 따라서 「수도생활 교령」은 수도회에 속하지 않는 것을 수도회에 대해서만 다루는 곳에 함께 놓는 혼란을 만들었다.

 

새 교회법전을 편찬하면서 봉헌생활에 관해 연구하는 위원회는 1966년부터 ‘수도회’라는 용어로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고, 1968년에 ‘완덕회’라는 명칭을 찾아냈다. 그러다가 이제 17년 법전의 용어를 더 이상 쓸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모든 회에 공통적인 새로운 용어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렇게 공의회의 정신을 따르다 보니 수도생활을 봉헌의 원형으로서 여길 필요성이 사라졌다. 또한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각 회의 고유한 자율성을 지켜줄 필요성이 생겼다. 곧 모두에게 공통적인 것을 제시한 다음에 각 회가 자신의 카리스마를 지키도록 고유 규정을 정할 자유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 아래 1974년에 법전 초안의 제목이 “복음적 권고를 통한 봉헌생활회”로 바뀌며 간략하게 ‘봉헌생활회’로 되었다. 이렇게 1983년 법전(현행 법전을 말하며 이하 ‘교회법전’ 또는 ‘법전’으로 표기)은 공의회에서 덜 여물었던 개념을 명확하게 하고 발전시켰다.

 

2) 봉헌생활을 형성하는 요소들

 

(1) 봉헌

 

복음적 권고를 통한 봉헌생활의 본질적인 요소는, 다른 봉헌생활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께 대한 봉헌이다. 그러나 세례나 성품과 비교해서 볼 때에 새롭고 특별한 자격으로 하는 봉헌이다. 하느님께서는 복음적 권고를 통하여 그리스도를 더욱더 가까이 따르기를 원하는 사람을 부르셔서, 개인적으로든 모임의 형태로든 봉헌하게 하신다. 이들은 이러한 봉헌을 고정된 삶의 형태로 받아들이며 완덕을 지향한다.

 

(2) 복음적 권고

 

신자들 모두가 지켜야 하는 공통적인 계명과 봉헌생활자들이 따르려는 복음적 권고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계명은 그 마지막 깊숙한 데까지 도달하려고 하고, 예수님을 더욱 가까이에서 근본적으로 따르고 그분의 존재와 행위에 참여하려는 사람에게는 권고로 바뀐다. 모두에게 공통적인 계명이 권고로 다가오며, 그 권고가 자유롭게 받아들여질 때에 삶의 규칙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권고 가운데 주요한 것으로는 전통적으로 청빈, 정결, 순명이 있지만 오늘날에는 형제적인 공동체나 기도, 사도직 등도 이들과 함께 고려될 요소로 언급된다.

 

(3) 교회적인 성격

 

교회적인 성격은 교회의 중재 기능에 대한 것으로서, 특히 봉헌이 전례적인 형식을 통하여 공식적으로 표현될 때에 잘 나타난다. 교회는 복음적 권고를 받아들이는 전례적인 행위를 통하여 하느님의 행위와 그 사람의 행위를 하나로 만들며, 개인의 봉헌에 공적인 성격을 부여하면서 그것을 받아들여주며 강화시킨다. 이러한 교회의 행위를 통하여 봉헌자는 봉헌생활자가 되며 그 회의 카리스마나 고유법에 따라 자신이 한 봉헌과 자신의 회에 대한 의무를 지게 된다.

 

봉헌생활의 교회적인 성격은 관할권자가 복음적 권고를 해석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규칙과 고정적인 삶의 형태를 정하고 창설자와 그 회의 건전한 전통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명백해진다. 따라서 우리는 삶의 봉헌과 교회법적으로 받아들여진 봉헌생활은 구별해야 한다. 곧 모든 봉헌된 삶은 삶의 봉헌이지만, 모든 삶의 봉헌이 봉헌생활은 아니다.

 

 

2. 봉헌생활회 일반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이라는 제목으로 이루어진 법전의 제2권 제3편은 도입 조항들이 전혀 없다. 이것은 입법자가 이 둘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거나 아니면 아직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논란거리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도생활단을 이들과 같은 제3편에 놓지만 봉헌생활회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법전은 개인적인 형태의 봉헌생활로는 은수자와 동정녀들을 인정하며, 회의 형태 곧 봉헌생활회로서는 수도회와 재속회만을 인정하고 있다(아래의 도표에서 보면 교회법전의 우리말 번역은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곧 “사도생활단들도 봉헌생활회들 축에 낀다.”(제731조 1항)는 표현은 이들이 봉헌생활회라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1) 개념

 

봉헌생활회는 허원이나 다른 거룩한 유대를 통하여 복음적 권고를 서원하는 봉헌생활이 고정적인 삶의 형태로 생활화되도록 교회의 관할권자로부터 법적으로 설립되고 공립 법인으로 만들어진 회이다. 법전에서 허용된 봉헌생활회는 수도회와 재속회뿐이다.

 

2) 다양성

 

그리스도의 신비와 선물이 다양한 만큼 봉헌생활회도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곧 이들은 기도하는 그리스도,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는 그리스도,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그리스도, 세상 안에서 그들과 살아가는 그리스도를 따르려고 한다. 각 봉헌생활회마다 복음적 권고를 따르며 형제적인 삶을 살아가는 특별한 방법이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교회를 풍요롭게 하며 교회가 보호해야 하기에, 법전은 각 회의 고유한 유산, 곧 그 본성과 영성, 목적 그리고 거룩한 전통이 보존될 수 있도록 모든 회에 합당한 자율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3) 보편교회와의 연결

 

하느님과 모든 교회에 봉사하도록 특별하게 바쳐진 봉헌생활회는 특별한 자격으로 교회의 최고 권위에 속하고, 회원은 교황께 순명해야 한다. 따라서 봉헌생활회들은 규칙적으로 자신들의 상태와 생활에 대해 교황청에 보고해야 한다. 장상들은 회원들이 봉헌생활회에 관한 교황청의 문헌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을 알게 하고, 권위 있는 스승이며 하느님의 진리를 증언하는 주교들의 직무를 도와주어야 한다.

 

4) 형태

 

회가 주로 따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의 신비에 따라서 다양한 봉헌생활회들은 삶의 형태나 설립, 성직 수행, 면속 등 여러 기준에 따라서 분류될 수 있다.

 

(1) 삶의 형태 - 수도회와 재속회

 

세상과 분리하며, 공적인 서원을 통하여 공적 증거를 하면서 형제적인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수도회와 세상에서 복음적 권고를 실천하는 삶을 사는 재속회가 있다.

 

(2) 설립 - 성좌 설립회와 교구 설립회

 

사도좌에 의하여 설립되었거나 사도좌의 정식 교령에 의하여 승인되었으면 성좌 설립이라고 일컫고, 교구장에 의하여 설립되었고 사도좌로부터 승인 교령을 아직 받지 아니하였으면 교구 설립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교구 설립이라고 하더라도 설립하기 전에 교황청으로부터 설립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문서를 때로는 성좌 설립 교령으로 오해하는 경우들도 있다. 성좌 설립회들은 내부 통치와 규율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독점적으로 사도좌의 권력에 종속되고, 교구 설립회는 교구장 주교의 특별한 배려 아래 있다. 그러나 항상 각 회의 정당한 자치권은 인정된다.

 

(3) 성직 수행 - 성직자회와 평신도회

 

17년 법전에서는 수적인 기준으로 보아 회원들의 과반수가 사제직에 헌신하고 있는 수도회는 성직자회이고 그렇지 않은 회는 평신도회였다. 그러나 새 법전에 따르면 성직자들에 의해서 통치되고 설립자가 지향한 목적이나 계획 또는 합법적인 전통에 의해서 성품의 집행을 맡으며, 교회의 권위로부터 그러한 것으로 인정된 회는 성직자회이다. 따라서 의심스러울 때에는 관할권자가 결정한다. 평신도 회원들이 있는 성직자회의 경우 평신도의 수가 많다고 해서 회의 성직자회라는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성직자회에서 평신도 회원들은 특별한 관면이 없이는 장상의 역할을 맡지 못한다.

 

설립자나 합법적인 전통에 따라 정해진 성품의 집행을 내포하지 않는 고유한 임무를 가지며 교회의 관할권자에 의해 그렇게 인정된 회는 평신도회이다. 따라서 의심스러울 때에는 교회의 권위의 결정에 따른다. 평신도회는 성직자회와 마찬가지의 품격을 지니는 완전한 형태의 봉헌생활회이다. 만약 평신도회의 총회에서 허가된다면, 필요에 따라 어떤 회원이 성직을 받을 수 있지만 그 회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4) 면속 - 면속회와 그렇지 않은 회

 

교황이 그 회의 선익과 사도직을 위해 봉헌생활회를 교구 직권자의 통치에서 빼내어 자기나 다른 이에게 종속시킨 회는 면속이 된다. 5) 봉헌생활회의 공통 규범들

 

(1) 신분

 

봉헌생활의 신분은 본성상 성직자도 아니고 평신도도 아니다. 이 양쪽에서 특별한 양식으로 하느님께 봉헌된 이들의 신분은 교회의 교계 조직에는 상관이 없지만 교회의 생활(생명)과 성덕에 속한다. 

 

(2) 설립과 폐쇄

 

봉헌생활회는 사도좌나 교구장 주교에 의해서 설립될 수 있다. 교구장 주교는 사도좌와 의논하고 나서 자기 지역에서 정식 교령으로 설립할 수 있다. 회의 폐쇄와 재산 처리는 사도좌에 유보된다.

 

(3) 회의 고유 규범

 

회마다 교회의 관할권자가 승인하고 동의해야만 변경될 수 있는 기본 법전인 회헌과 장소와 시대의 요청에 따라 적당하게 개정되고 적응될 수 있는 회칙들이 있어야 한다.

 

(4) 새로운 형식 승인

 

새로운 형태의 봉헌생활회가 생길 수 있다. 새로운 형태를 허가할 권한은 사도좌에만 있으며, 교구장 주교들은 새로운 카리스마들을 식별하고 그것이 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5) 회를 떠남과 다른 회로의 전속

 

종신회원이 회를 떠나고자 할 때에 성좌 설립의 회인 경우에는 사도좌에, 그 이외의 경우에는 교구장에게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회를 떠날 윤허를 청할 수 있다. 수도자가 재속회나 사도생활단에 들어가거나 또는 이러한 회에서 수도회로 전속하려면 같은 형태의 회로의 전속과는 달리 사도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3. 수도회

 

수도회에는 법전의 제573-606조의 봉헌생활회 일반에 관한 규정들과 제607-709조의 수도회에만 고유한 규정들이 모두 적용된다.

 

1) 개념

 

수도회는 그 회원들이 회의 고유법에 따라 종신 또는 유기로, 만기가 되면 갱신하면서, 공적 서원을 선언하고 형제적 생활을 공동으로 사는 단체로서, 교회 안에서 하느님에 의하여 내세의 표징으로 설정된 신묘한 혼인을 표상하는 수도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이 모인 회이다. 각 회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서 고유한 형식의 세속으로부터의 격리도 수반하면서, 수도자들은 그리스도와 교회에 드려야 할 공적 증거를 한다.

 

수도 서원의 공적인 성격은 공적 허원을 하지 않는 사도생활단과 이들을 구별시키고, 수도자들이 해야 하는 공적인 증거로부터 나오는 세상으로부터의 분리는 회원들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재속회와 구별 짓는다. 이러한 성격은 법전의 다음과 같은 규정에 의해서 잘 드러난다. “수도자들은 소속 수도원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상주하여야 하고, 자기 장상의 허가가 없이는 그 곳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수도자들은 자기의 봉헌의 표지와 청빈의 증거로서 고유법의 규범에 따라 정하여진 수도복을 입어야 하며, 고유한 복장이 없는 회의 성직자 수도자들은 성직자 복장을 입어야 한다.”

 

2) 형태

 

다양한 카리스마에 따른 풍부한 형태와 봉헌생활회로서의 다양한 형태 이외에도 수도회는 목적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온전히 명상을 지향하는 회: 이들의 카리스마가 하느님께 바치는 각별한 찬미의 희생으로 협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 회의 회원들은 직접적인 사목에 협조하도록 불려질 수 없다. 

 

(2) 명상생활을 지향하는 회: 이러한 회의 회원들은 명상 이외에 고유법의 규범에 따라서 직접적인 사도직에 헌신한다.

 

(3) 사도직 사업에 헌신하는 회: 이 회의 회원들은 사도적 활동이 자신들의 본성에 속하기 때문에 헌장의 규정에 따라서 우선적으로 사도직에 헌신한다. 이러한 사도직은 하느님과의 내적인 일치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교회와의 친교 안에서 교회의 위임에 의하여 교회의 이름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교회법전이 이전에 사용하던 성식수도(ordine), 단식수도(congregatione) 등에 대해 표현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는 더 이상 이러한 구별에 따른 차이가 없으며, 현존하는 수도회들은 오래된 그들의 명칭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다.

 

 

4. 재속회

 

재속회는 재속성(在俗性)과 봉헌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세상을 깊은 곳으로부터 성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봉헌생활회이다.

 

1) 기원과 발전사

 

세속에 머물면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교도권에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1947년에 교황 비오 12세가 교황령 Provida Mater Ecclesia를 통하여 이들에게 ‘재속회’란 이름을 주며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 문헌에 따르면 재속회는 성식과 단식 수도회, 공동생활회 다음에 위치하는 회로서 수도자와 사제들의 사도직을 보충하는 사도직을 수행한다.

 

이 헌장을 반포한 지 13개월 만에 같은 교황이 자의 교서 Primo feliciter를 반포하였는데 여기서는 재속성과 봉헌 그리고 사도직의 세 개념이 재속회 성소를 통하여 조화를 이룰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 성소가 특별한 성소임을 명확하게 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처음에는 이들을 수도회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였다가 뒤에 수도회가 아님을 천명하며, 세상일에 대한 평신도의 사도직에 커다란 발전을 가져왔다. 1970년의 제1회 재속회 국제대회에서는 재속성에 대한 두 가지 다른 방향의 해석이 표출되었고, ‘건전한 다양함의 원칙’에 합의하였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재속성과 봉헌을 본질적이며 보완되는 개념으로 이해하였고, ‘합당한 다양함’을 이야기하였다. 교회법전에서 재속회는 제2권 제3편 제1부의 제3장에 하나의 장으로서 “재속회”란 제목 아래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봉헌생활회 일반에 대한 부분도 재속회에 관계되는 조항들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평신도 재속회원들이 온전히 봉헌된 평신도라고 하며, 재속회에 ‘건전한 다양성’을 요구한다. 

 

2) 교회법전에 따른 재속회의 성격

 

(1) 재속회의 개념: 재속회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세속에 살면서 애덕의 완성을 향하여 노력하고 세상의 성화를 위하여, 특히 그 안에서부터 기여하기를 힘쓰는 봉헌생활회이다.

 

(2) 회원들의 법적인 신분: 재속회의 회원은 봉헌생활회에 관한 법규정은 지키지만,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고유한 교회법상 신분 조건이 변경되지는 않는다. 곧 입회 후에도 성직자는 성직자로, 평신도는 평신도로 남는다. 

 

(3) 재속회원의 복음적 권고에 따른 유대와 의무: 각 회는 회헌을 통하여 복음적 권고를 받아들이게 되는 방법을 정할 때에 언제나 그 회에 고유한 재속성이 생활양식에 보존되어야 한다. 따라서 각 회가 고유한 재속성을 보존하는 다양성이 인정된다.

 

(4) 사도직: 재속회원은 자신의 봉헌을 사도적 활동으로 드러내고 실행하며, 누룩처럼 모든 것을 복음정신으로 흠뻑 적시도록 힘써야 한다. 평신도 회원의 사도직과 성직자 회원의 사도직은 구분된다. 곧 평신도 회원들은 “그리스도교 신자 생활과 자기의 봉헌을 통하여 또는 현세 사물을 하느님께 맞게 정돈하고 세상을 복음의 힘으로 교화하도록 돕는 원조를 통하여 세속 안에서 또 세속으로부터 교회의 복음화 임무에 참여한다. 또한 고유한 재속생활 방식에 따라 교회 공동체의 봉사에 협력한다.” 

 

그리고 성직자 회원들은 “봉헌생활의 증거를 통하여 특히 사제단 안에서 동료들을 지원하고 하느님의 백성 안에서 자기의 거룩한 교역으로 세상의 성화를 성취한다.” 

 

(5) 삶의 형식: 재속회원은 세상의 보통 조건 속에서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수도회와는 달리 공동생활을 하지 않고 자신의 봉헌에 대한 어떠한 외적인 표시도 하지 않는다. 이들은 혼자서 또는 자기 가정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교회법전은 회헌이 정한 바에 따라서 형제적 생활 집단 안에서도 살아갈 수 있음을 인정한다.

 

(6) 성직자 회원의 입적: 재속회원은 부제품을 받음으로써 교구에 입적되며, 회 자체로 입적되기 위해서는 사도좌의 허가가 필요하다.

 

3) 논란이 되고 있는 점들

 

다양성의 원칙 아래 계속되는 두 형태의 긴장 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회들은 공동의 집을 가지고 있거나 함께 활동을 하고 때로는 자신이 봉헌자임을 나타내는 외적인 표시들을 하여 ‘협동하는 회’란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이들은 처음부터 수도회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이해하여 왔다. 

 

그러나 이와 다른 회들은 충만한 재속성을 지향하며 세상 안으로 침투하여 들어가려 하고, 세상의 다른 사람들과 같은 조건에서 살려고 하며 자신들을 수도회와 구별하려고 한다. 재속회의 근본적인 문헌에서부터 시작된 이러한 두 개의 다른 성격은 계속 발전되면서 혼돈을 가져오고 있다. 이외에도 평신도의 재속성과 사제회의 재속성에 대해서 그리고 기혼자를 포함한 넓은 의미의 회원들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5. 은수자들

 

은수생활은 사막에서 이루어지는 삶이다. 또한 혼자 살아간다는 점에서 은둔생활이라고도 불리는데, 세상에서 상당히 벗어난 삶이다. 법이란 사람들의 모임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개개인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은수자들의 삶에 대해서 정의해 준 법규는 교회 안에 없었기에 교회법전이 이에 대해서 다루는 자체가 기쁘고 새로운 일이다. 사실 혼자서 살면서도 은수자들이 교회 안에서 사람들의 계층을 형성하고 있고, 또 오늘날 은수자들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법전은 은수생활을 수도회에서 이루어지는 봉헌생활의 기원과 모델로 여기고 있다.

 

1) 은수생활의 본성

 

은수생활은 그 본성상 홀로 있는 것으로서 ‘회’를 형성하지 않는다. 이 생활에는 세상으로부터의 더욱 철저한 분리, 고독 속에서의 침묵, 줄기찬 기도와 참회, 하느님께 대한 찬미와 세상의 구원을 위한 삶의 봉헌 등의 요소가 있으며, 이들은 그리스도를 더욱 가까이에서 따르고, 충실히 그를 모방하려 한다.

 

2) 은수생활의 교회법적인 인정

 

교회법전은 은수자들을 공적으로 인정한다. 은수자가 살고자 하는 지방의 교구장 주교가 은수자로서 허가한다. 중요한 이유로 그가 사는 곳을 바꾸게 되면 바뀐 곳의 교구장 주교에게 그 권한이 넘어간다. 은수자로서의 삶의 시작은 공식적인 전례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그들의 삶은 교구장 주교에 의해 인가된 규칙에 따라 이루어진다. 여기서 나타나는 법적인 요건들을 보면 은수자들은 은수자로서의 삶을 공식적으로 서원하고, 복음적 권고를 준수하는 거룩한 유대가 있으며, 생활 규칙은 은수자의 삶과 의무를 정해준다.

 

3) 은수생활에 가까운 형태

 

오늘날에는 카말돌레시(camaldolesi)나 체르토시니(certosini)와 같은 수도승의 형태가 있는데 이들은 고독한 삶을 살아가도록 해주면서도 완전한 고독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이들은 세상으로부터의 엄격한 분리와 고독한 침묵은 보증해 주지만, 성무일도나 미사 전례 등은 함께하는 공동생활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6. 동정녀들의 회

 

교회법전이 동정녀들의 회를 다루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다. 이것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봉헌을 금지했던 1921년의 규정을 취소하는 것이다. 법전 준비 과정에서 이들이 청빈과 순명을 지키는 점이 명확하지 않기에 봉헌생활회 사이에 있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법전은 이들에게 복음적 권고의 서원을 요구하며 이들을 봉헌생활의 한 형태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동정녀로 인정되려면 혼인이나 공적으로 정결에 반대되는 상태나 조건에서 생활하지 않았고, 나이나 지혜 그리고 품행 등을 볼 때에 교회와 이웃에 대한 봉사를 위하여 바쳐진 순결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여겨지며, 교구장 주교에 의하여 하느님께 봉헌되어야 한다.

 

교회는 이들에게 그리스도를 더욱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형제들에게 더욱더 자유롭게 봉사하고자 정결한 삶 속에 자신을 봉헌하며, 참회와 애덕 행위 및 사도직과 계속적인 기도를 하는 데 노력하고, 성무일도 특히 아침기도와 저녁기도를 바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은 개인적인 자격으로 봉헌되고 혼자서나 가정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세상 곳곳에 많이 있으며 그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이제 이들은 동정녀들의 회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하나의 단체를 형성하지 않으면서도 이 회는 사람들을 모은다. 법전은 이들이 단체를 결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 단체는 교구장 주교의 교령을 통하여 법인의 성격을 얻을 수도 있으며, 이 경우에 공적 성격의 법인이 된다.

 

 

7. 봉헌생활회와 관련된 형태들

 

1) 사도생활단

 

법전은 봉헌생활회로서 수도회와 재속회만을 인정하고 있다. 사도생활단에 대해서는 봉헌생활회들과 닮았다는 표현으로 이들을 제외하면서, 법전 제2권의 제3장에서 이들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17년 법전의 허원이 없는 공동생활회에 대응하는 사도생활단을 공의회는 봉헌생활회의 하나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법전준비위원회에서 어떤 회는 봉헌생활이 아니라고 하고 다른 회는 정반대로 봉헌을 중요시하는 다양한 점들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결국 법전은 이들을 봉헌생활회와 분리하였다. “회원들이 수도 서원 없이 그 단에 고유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하고 고유한 생활 방식에 따라 형제적 생활을 공동으로 살면서 회헌의 준수를 통하여 애덕의 완성을 향하여 정진하는 단체”라고 정의하면서도, 어떤 회는 회원들이 회헌에 규정된 어떤 유대로써 복음적 권고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2) 과부들의 회

 

과부들의 회는 교회 안에서 오래된 것으로서 교회법적으로 인정되어 있지만 법전에 표현되지는 않았다. 이들을 축복하는 전례서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프랑스의 파리 대주교가 인가하고 1984년에 경신성사성에 의해 허가된 것이 있지만, 이것은 보편교회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교구를 위한 것이다.

 

3) 제3회

 

17년 법전은 평신도 단체를 말하면서 그 목적에 따라서 재속3회, 형제회, 경신단으로 구분하였지만 법전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인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단체 아래 제3회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회에 대해 언급한다. 곧 회원들이 세속에서 어느 수도회의 정신에 동참하여 그 수도회의 상급 지휘 아래 사도적 생활을 살고 그리스도교 완성(완덕)을 향하여 노력하는 단체들은 제3회나 다른 적당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은 단체에 대해 다루는 곳에 위치하기에 봉헌생활회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수도회와의 연결성 때문에 제3회는 “봉헌생활회와 사도생활단성”(수도회성)에 속한다.

 

 

나가는 말

 

지금까지 봉헌생활과 봉헌생활회에 대해 살펴보았다. 17년 법전의 체계와는 다른 면이 많이 있고, 또 봉헌생활회는 ‘복음적 권고를 통한 봉헌생활회’를 줄인 명칭이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교회법전이 개념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법전은 봉헌생활을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단체 가운데 하나로 본 것이 아니라 교회의 생활(생명)과 성덕에 속한다고 하여 신학적으로 깊이 있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그러나 사도생활단의 성격과 법전에서의 위치는 타협의 산물처럼 여겨지며, 17년 법전에서는 수도회와 비슷하게 될 것을 요구한 반면 지금은 봉헌생활회가 아니라고 하여, 이 회들의 정체성이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앞으로 발전된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또 제2권 제3편 제1부의 제목을 지금의 “봉헌생활회”보다는 “복음적 권고의 서원을 통한 봉헌생활”이나 “복음적 권고의 서원을 통해 봉헌하는 신자들”이라고 하면 은수자나 동정녀들을 더욱 쉽게 포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재속(在俗)성을 살아간다는 생각과 그 행동양식에서 제3회와 재속회는 비슷한 면이 있다. 물론 재속회는 봉헌생활회 가운데 하나이고, 제3회는 단체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 둘은 구별되지만, 현실적인 경계가 좀 더 명확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에서는 제3회들이 재속회와 혼동을 줄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서 용어의 정립도 필요할 것이다.

 

[사목, 2004년 3월호, 김길민(수원교구 사법대리  안양 호평본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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