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토)
(백)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소공동체ㅣ구역반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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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4-16 ㅣ No.133

[특별기고] 왜 소공동체인가? - 소공동체가 안 된다? (7)


Ⅱ. 복음 중심의 교회

1. 복음에서 멀어진 교회

2) 복음이 아닌 것을 복음으로?

참으로 충격적이고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지나친 염려와 편견에서 나온 것인지 몰라도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한 마음으로 이런 염려를 지울 수가 없다. 우리 신부님들의 사목에서 ‘복음이 아닌 것을 복음으로’, 그리고 ‘복음보다 덜 중요한 것을 복음보다 더 중요하게’ 사목하는 경향이 있고 또 신자들도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만일 이렇게 되면 예수님은 없고 성모님만 있게 된다. 우리는 지금 성모님을 믿는 ‘마리아 교’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말이 안 된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런 오해와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하여 한때 교회에서는 본당의 가장 중심 자리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모셔진 성모상을 옆으로 옮기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필자는 네 차례에 걸쳐 남미(南美), 특히 멕시코를 방문하고 성지순례를 한 적이 있다. 남미의 많은 신자들이 미사 때에 성모상을 안고 미사에 참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은 자신들의 자동차에 묵주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닌다. 그리고 심지어 어떤 성당에서는 십자가는 보이지 않고 성모상만 모셔진 경우도 있었다. 참으로 충격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기복신앙에 젖어 있는 남미 교회의 실망스럽고 걱정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남미 교회의 특징을 말한다면 ‘성모님 신심’을 신앙생활의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성모님 신심’이 지나쳐 복음보다 ‘성모님 신심’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잘못되고 지나친 성모님 신심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을 정도이다. 기복신앙의 주범은 ‘잘못된 성모님 신심’이다.

지금 남미에서는 하루에 7천여 명이 개신교로 개종을 하고 있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얼마 전에 파나마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사목하시는 한국 신부님과 현지인들의 미사에 함께 한 적이 있었다. 미사에 참례한 신자의 반 정도가 영성체를 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대부분이 혼인 조당자들이라고 했다. 정식 혼배성사를 받지 않고 동거하는 신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파나마대교구에서 5년 만에 한 명의 새 사제가 탄생되었다는 충격적인 말도 들었다. 지금 남미에서는 거의 50%의 사제가 방인 사제가 아닌 외국 선교사들이 사목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한 명의 사제가 몇 개의 본당을 사목하고 있다고 한다.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의 감소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남미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성모신심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남미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복음이 아닌 것을 복음으로 가르치고, 복음보다 훨씬 덜 중요한 것을 복음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거나 사목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복음 말씀을 살고 지키기 보다는 지나친 신심에 빠진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됨으로써 교회가 복음과 멀어진 교회, 정체성을 잃어버린 교회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다른 복음은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을 교란시켜 그리스도의 복음을 왜곡하려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물론이고 하늘에서 온 천사라도 우리가 여러분에게 전한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저주를 받아 마땅합니다. 우리가 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이제 내가 다시 한 번 말합니다. 누가 여러분이 받은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그는 저주를 받아 마땅합니다.”(갈라 1,7-9)

필자가 모 본당에서 소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하여 ‘말씀’을 강조하는 사목을 하던 중에 어느 레지오 간부가 다음과 같은 글을 본당 홈페이지에 올린 적이 있었다. “말씀을 강조하다보니까 성모님 신심이 소홀히 될까 염려됩니다.” ‘말씀 중심의 신앙생활’ 보다는 레지오마리애 중심의 신앙생활, 말씀보다 묵주신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앙생활을 한 사람의 입에서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말이다. ‘말씀’은 믿음의 대상이지만 ‘성모님’은 믿음의 대상이 절대로 될 수 없다. ‘말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복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필자는 본당에 있을 때에 주일미사 입당 행렬 시에 성경을 높이 들고 입당해서 성경을 제대 앞 성경 안치대에 안치하게 했다. 요즈음은 이렇게 하는 성당이 점점 늘어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극히 드문 현상이긴 하지만 아직도 어떤 성당에는 제대 앞 중앙에 성모님 상을 모셔놓은 성당을 가끔 볼 수 있다. 사목적인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리고 많은 본당에서 미사 전에 신자들이 공동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는 미사 전에 개인적으로 묵주기도를 바치는 신자들도 많은 것 같다. 극소수의 신자들이지만 아직도 미사 중에 묵주기도를 하기도 한다. 필자는 본당신부 시절에 미사 전에는 묵주기도를 바치기 보다는 그날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미사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문하여 신자들도 기쁘게 잘 따라 주었다.

말씀으로 사신 성모님!

성모님은 우리 신앙인의 가장 훌륭한 모범이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성모님께서 ‘말씀’ 중심으로 사신 분이시기 때문이다. 성모님께서 천사로부터 인사말을 들으셨을 때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루카 1,29)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의 잉태 소식을 들었을 때에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고백하시면서 말씀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묵상하시면서 말씀에 순종하신 분이셨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성모님의 방문을 받은 엘리사벳이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하면서 성모님을 극찬하였다.

성모님의 행복이 어디에 있었는가? ‘말씀’에 대한 믿음에 있었다. 놀라운 일이 하나 있다. 마르코 복음 사가는 다른 복음 사가들과는 달리 성모님에 대한 말씀이 다음의 말씀 외에는 없다. 예수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고 계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르 3,33-35)

성모님께 대한 말씀이 없다고 해서 마르코 복음이 복음이 아닌 것은 절대로 아니다. 마르코 복음도 분명히 복음이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성모신심보다는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떤 여자가 큰 소리로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루카 11,27) 하고 말하자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8)고 말씀하셨다. 위의 말씀들이 성모신심을 부정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씀을 듣고 실천하면 우리도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가 되는 영광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공경하고 좋아하는 성모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기막힌 말씀이다.

결론적으로 성모신심 없는 가톨릭 교회, 묵주기도 없는 신앙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사목적인 배려와 비중이 복음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말씀과 복음보다 더 중요한 신심은 없다. 사목과 영성의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소공동체를 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간빛, 2013년 4월호, 박성대 요한(제2대리구장, 주교대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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