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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21-22: 교회 내 여성과 시노달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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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11 ㅣ No.762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1) 교회 내 여성과 시노달리타스 (상)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길, 여성의 참여는 당연한 일이다

 

 

서울 연희동본당 청년미사에서 여성 청년 복사들이 전례 봉사를 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참여하는 주교시노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직후 주교단의 단체성을 실현할 협력과 자문기구로 설립된 세계주교시노드는 그야말로 주교들의 회의였기에, 그동안 주교가 아닌 이들은 회의를 참관할 수는 있어도 투표권을 갖고 논의에 참여할 기회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노드는 역사상 처음으로 주교가 아닌 사제, 평신도, 수도자들도 논의에 참여하도록 투표권을 부여했고, 특히 주교가 아닌 대의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임명해 54명의 여성이 이번 시노드 본회의에 참여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시노드는 여성이 동등한 투표권을 갖고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역사적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주교시노드에서 여성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2021년 초 세계주교시노드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장으로 나탈리 베카르 수녀가 임명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주교시노드 투표권이 있는 사무국장에 여성이 임명되면서, 비록 한 명이라도 여성이 주교시노드에 참여하게 된 상징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톨릭교회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보았는데, 실제 본회의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여성이 투표권을 갖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여성 목사를 안수하는 국내 한 개신교단의 총회에서 대의원 중 여성 비율이 채 5%에 미치지 못하기에 향후 10년 내로 이 비율을 10%로 늘리는 것이 주요 과제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여성 성직자도 없는 가톨릭교회에서 처음으로 여성이 주교시노드의 대의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놀라운데, 그 비율이 10%가 훌쩍 넘는다. 이 여성들이 이번 시노드 본회의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몹시 기대된다.

 

 

교회 안의 다양한 직무와 여성

 

이번 주교시노드의 주제나 과정은 모두 ‘시노달리타스’, 즉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교회의 길을 배우고 경험하여 이를 “교회의 생활 방식과 활동 방식”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이 시노달리타스이기에, 하느님 백성인 평신도, 특히 여성이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여성은 교회 구성원의 다수일 뿐 아니라, 전례 참여나 교리 교육, 기도, 봉사 등 다양한 교회 활동에서도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회의 주요 의사 결정이나 통솔의 역할에서는 여성이 참여할 여지가 없거나 그 직무가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역할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 9일 시노드 개막 연설에서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며, “우리는 많은 사목 종사자, 교구와 본당 자문기구들의 구성원들, 빈번히 변두리로 밀려나는 여성들이 느끼는 좌절과 불안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모든 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의무입니다!”라고 밝혔다.

 

교회의 사명은 직무 사제직의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는 성직자뿐 아니라, 세례를 받은 모든 이가 성령께서 부여해 주신 다양한 은총과 은사를 나누는 친교와 참여 속에서 실현된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의 결정과 통솔은 주로 직무 사제직을 맡은 성직자가 주도했고, 다른 구성원들의 은사와 직무는 동등한 위상으로 존중받거나 동등하게 참여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여성이 성품성사를 받을 수 없는 가톨릭교회의 특성상 성직 중심의 교회는 곧 남성 중심의 교회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직무가 서로 다른 은사를 나누는 섬김과 봉사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이를 교회 구조와 제도 안에서 실현하고자 구체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시노드 자체가 대표적으로 그러한 시도이지만, 그에 앞서 교회의 공적 직무인 독서직과 시종직을 여성 평신도에게도 수여하게 확대하고, 교황청 조직을 부서로 개편하며 책임자를 성직자가 아니라 평신도도 맡을 수 있게 규정을 바꾼 일 등도 그러한 지향을 드러낸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사무국장인 나탈리 수녀 외에도 바티칸 박물관 관장, 국무원 등 교황청 주요 부서의 고위직에 여성 지도자를 여럿 임명했다. 평신도가정생명부는 차관 두 명이 모두 여성이다. 특히 2020년에는 7명의 추기경과 7명의 평신도로 구성되는 교황청 재무평의회에 평신도 7명 중 6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조만간 교황청 첫 여성 장관이 임명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교황은 이렇게 교회의 의사 결정과 통솔 직무에 여성의 자리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는데, 그 여성들이 해당 직무를 맡을 자격도 충분하고 관리라는 측면에서 더 탁월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가치 있는 존재로 존중받고 인정받는 공간과 문화를 형성하는 것을 과제로 여긴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기쁘게 자신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교회를 향해

 

이번 시노드 본회의에서는 이렇게 교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직무와 은사를 함께 나누며 교회의 사명에 참여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본회의에서 논의하는 안건은 2021년 10월 각 지역교회에서부터 시작되어 대륙별 회의로 이어진 시노드 여정 속에서,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경청의 결과를 식별하는 과정을 통해 도출된 「의안집」에 제시됐다.

 

의안집 제1부에서는 시노드 정신이 어떤 의미인지를 명확히 확인하면서, 세례를 받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녀요 형제자매로서 공동의 품위를 지니고 있고, 각자의 은사를 나누며 친교와 사명에 참여한다고 강조한다. 여성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동안 교회가 시노드 정신을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데 대한 참회와 용서를 청하며, 교회 구성원들이 공동 책임성을 갖고 자신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 구조, 절차를 만들고자 하는 지향을 명확히 한다.

 

아울러 의안집 제2부에서는 ‘친교, 사명, 참여’라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세 가지 우선적 질문과 관련해 각각 다섯 가지 ‘작업 목록’을 제시했고, 본회의에서는 이 작업 목록에서 제안한 총 15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식별하고 성찰하며 깊이 논의하고 있다. 이중 ‘사명’과 관련한 다섯 가지 작업 목록 중 하나가 “우리 시대의 교회는 어떻게 여성들이 세례성사로 받은 품위를 더 많이 인정하고 증진함으로써 자신의 사명을 더 잘 수행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시노드 여정 안에서 여성들은 “사회와 교회가 모든 여성을 위하여 성장, 능동적 참여 그리고 건강한 소속의 장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 그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인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번 본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3년 10월 8일,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장)]

 

 

[한국교회와 시노달리타스] (22) 교회 내 여성과 시노달리타스 (하)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려면 여성들의 경험과 지혜 필요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가 2022년 11월 22일 서울대교구청 신관 5층에서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시노드 여정에서 경청한 한국교회의 여성 현실

 

2022년 말 현재 한국천주교회의 신자 구성을 보면 약 600만 명에 달하는 신자 중 여성 신자 비율은 57.1%를 차지하고, 전례의 참여나 각종 사도직 활동에서도 여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교회의 의사 결정이나 통솔하는 역할에서 여성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각 본당의 사목회장이나 사목회 임원, 성체분배 직무를 수행하는 평신도 중에 여성이 얼마나 되나? 교구청이나 교회가 운영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 여성 임원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성직자와 여성 수도자의 관계는 어떠한가? 아울러 교회 안에서 성별 역할 구분이 뚜렷하고, 대체로 여성들이 성당 청소나 주방 봉사를 전담하는 교회 문화는 이대로 괜찮은가?

 

이러한 현실에 대해 한국천주교회 안에서 이뤄진 시노드 여정에서는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였다.”(2022년 10월 14일 한국 교회 종합의견서) 이 내용은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에도 그대로 인용되어, 각 대륙 시노드에서 여성의 활동과 관련해 이 문제를 숙고했다.

 

아시아 대륙회의를 위한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에서는 교회 내 여성의 현실과 관련해 이러한 성찰과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사회 안에서 왜곡된 유교 문화가 교회 안에서 남성 중심 문화로 드러난다. 이는, 남성인 사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 혹은 사제의 가부장적 태도로 나타나며, 평신도 사이에서는 왜곡된 성 역할 구분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결정은 남성이 하고 여성은 그 결정된 바를 실행하기만 한다거나, 단체의 책임자는 남성이 맡고, 여성은 드러나지 않는 봉사에 임하는 정도의 역할 구분이 존재한다. 때로는 여성 스스로 여성의 역할을 보조자로 규정하고, 같은 여성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평등한 신앙의 기쁨을 체험했던 초기 교회의 여성들

 

세례를 받은 이들은 “유다인도 그리스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갈라 3,28)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그리스도교는 초기부터 민족, 신분, 성별 등의 차이를 두지 않고 세례 안에서 평등한 공동체를 이루고자 지향했고, 그 신앙의 여정에서 여성들은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고 전하는 ‘선교하는 제자’(「복음의 기쁨」 120항)가 되었다.

 

복음서에는 예수께서 여성들과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가르치고, 치유하시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예수께서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을 청하고 대화하며 영원한 생명을 가르치셨고, 그 여인을 통해 사마리아 지역에 복음을 전하셨다.(요한 4,1-42) 예수께서는 시중드는 일을 돕는 대신 다른 제자들처럼 말씀을 듣고자 하는 마리아에게 좋은 몫을 택하였다고 옹호하셨다.(루카 10,38-42) 마르코 복음에는 시몬의 장모(마르 1,29-31), 야이로의 딸과 하혈하는 부인(마르 5,21-43), 시리아 페니키아 여자의 딸(마르 7,24-30) 등 예수께서 여성들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예수와 대화하고, 가르침을 듣고, 치유받은 여성들은 제자들과 함께 예수를 따라다녔고(루카 8,1-3), 예수의 몸에 향유를 부어 십자가 수난과 죽음을 준비하였으며(마태 26,6-13; 마르 14,3-9; 요한 12,1-8), 예수께서 잡히시자 모두 달아나 버린 제자들(마르 14,50)과 달리 끝까지 십자가 죽음을 지켜보며 장례를 준비했다.(루카 23,49-56) 덕분에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처음으로 만난 증인이 되었고, 다른 제자들에게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한 ‘사도들을 위한 사도’(토마스 아퀴나스)가 되었다.(마르 16,9-11)

 

사도행전이나 바오로 서간에도 초기 교회공동체에서 함께 기도하고 봉사하며 복음을 전하는 여성들의 이름이 여럿 언급된다. 필리피 공동체에는 그 지역에서 처음으로 온 집안이 함께 세례를 받고 바오로의 선교를 도운 리디아(사도 16,11-15)를 비롯해 바오로의 협력자들과 함께 복음을 전한 에우오디아와 신티케(필리 4,2-34)가 있었다. 로마서 16장에서 바오로 사도가 안부 인사를 전하며 언급한 이들 중에는 켕크레애 교회의 일꾼 포이베, 협력자 프리스카(프리스킬라), 뛰어난 사도 유니아, 로마 신자들을 위해 애를 많이 쓴 마리아, 트리패나, 트리포사, 율리아 등의 여성이 있었다.(로마 16,1-23) 마르코라고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기도(사도 12,12)했던 것처럼, 가정에서 모여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사도 2,42)했던 초기 가정교회에서 여성들은 신앙공동체 모임이 형성되고 운영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스도교 초기 교회공동체에서 활약하던 여성들처럼, 한국천주교회의 초창기 여성 신앙 선조들도 철저한 신분 계급 문화와 남존여비 유교 사상이 공고하던 사회질서를 뛰어넘어 신앙의 기쁨을 살았고,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그 신앙을 증거하고자 했다. 한국교회의 103위 순교성인 중 47명, 124위 순교복자 중 23명이 여성인데, 과부, 부인, 궁녀, 동정녀였던 이 여성들 가운데 성녀 현경련 베네딕타와 복자 강완숙 골룸바는 여성회장으로서 신앙공동체를 이끌었고, 복자 윤점혜 아가타는 동정녀 공동체의 회장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세상을 살리고 돌보라는 시대의 징표에 응답하는 교회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여성 지도자가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 지도력의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자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가톨릭교회는 구세주를 잉태하시고, 아들의 삶을 평생 동반했으며, 제자들과 함께 교회공동체를 이루어 기도하신 성모 마리아를 “교회의 가장 훌륭한 전형과 모범으로서 존경”(교회헌장 53항)하며, 그 신앙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는 여성적 특성을 지닌 교회다.

 

2015년 2월 교황청 문화평의회에서는 여성이 생명을 낳고 키우는 ‘생육성(生育性, Generativity)’에 관해 성찰한 바 있는데, 이러한 특성이 사회적으로 확장되어 세상을 살리고 돌보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생육성은 여성에게만 주어진 특성은 아니지만, 주로 여성들이 앞장서서 실천해 왔다. 함께 걷는 교회가 되자는 시노드 여정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바라는 것은, 살림과 돌봄의 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 여성들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초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가톨릭신문, 2023년 10월 15일, 이미영 발비나(우리신학연구소장)]

 

※ 본 기획은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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