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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쉬는 날 아침 불안이 너무 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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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6-22 ㅣ No.323

[신앙과 심리] 쉬는 날 아침 불안이 너무 심해서

 

 

성당에 열심히 다니며 딸도 무척 사랑하며 살던 아내가 갑자기 배가 아파 입원한 뒤 암 판정을 받고 심하게 앓다 사망했다. 이후 그는 휴일에 아이와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신체적 증상이 먼저 시작되고 긴장감과 불안이 뒤따라 엄습하는 신체화된 불안현상 때문에 자꾸 약을 찾게 되었다. 아이를 혼자 키우기도 어렵고 마음도 너무 힘이 들고 약에 의존되는 것도 두려워 상담실을 두드렸다.

 

건강하던 아내가 3개월 수명이 남은 손쓸 수 없는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 입원하였고 두 달 후 통증이 심해지면서 내담자도 같이 불안해져 병원에서 처방약을 받아 1년간 복용을 하고 있다. 아버지 첫 기일을 시작으로 4년 사이 가족이 연이어 사망하는 경험을 하는 중 네 번째 사망인 아내의 죽음을 기점으로 불안 증세가 나타났다. 내담자는 위급한 순간에 의논의 대상이 되지 않고 위안이나 도움도 주지 않은 형제들에 대한 속상함, 원망, 서운함이 많았으며 죄의식과 실패자라는 생각으로 좌절, 슬픔, 고립감, 불안 정서를 가졌다. 원래 대화도 없고 어려울 때 서로 돕거나 의논의 대상이 되어 주지도 않았던 가족에게 내담자는 지금도 위로가 받고 싶은 것이다.

 

내담자는 ‘아내의 예기치 않은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애도기간을 가지지 못했고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아무도 돕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절망, 고립감, 두려움, 원망, 서운함과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남자의 불안이 가중된 것으로 보였다.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불안은 의식생활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연관되었고 아내의 죽음 후 허무, 절망, 비관, 죽음과 사고에 대한 ‘예기 불안’에 아무에게도 도움을 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결국 자신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처리해야 할 일들을 소홀히 하게 되어 문제가 생기거나, 직장을 잃고, 생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에 이르는 식이다.

 

인지행동치료 이론을 적용하여 볼 때 내담자가 겪는 ‘쉬는 날의 불안’은 불안을 야기할 만한 여러 경험들과 이를 해석하고 대처하는 내담자의 왜곡된 인지와 정서체계, 회피와 억압의 방어기제에서 기인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충분한 애도를 통해 아내와의 이별을 인정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을 통해 다시 상담자와 역할을 바꿔가며 먼저 내담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 아내가 자신에게 지금 할 것 같은 생각과 느낌들을 먼저 아내에게 혹은 아내가 되어서 재현해 보았다. 보통 한 번도 견디기 어려운 가족 사망을 네 번씩이나 겪은 내담자에게 두려움과 불안이 있을 수 있다는 정황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잘 버텼다”고 격려하며 지지했다. 잘 버텨온 자신에게 칭찬과 격려의 선물이나 기념품을 스스로 마련하도록 권하고 사별의 아픔과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명명하며 표출해 보도록 격려하자 불안정서가 조금씩 해소 되었다. 누나 집에서 아이와 살고 있는데, 자기 집에서 살며 도움을 받을 현실적인 방법을 함께 구체적으로 찾아보며 서서히 약을 끊게 되었다.

 

불안은 태생적으로 인간과 함께 태어날 수밖에 없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인격적으로 덜 완성된 존재로 태어나서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시간이 길다. 어머니에게서 분리되는 그 순간부터 어쩌면 인간은 불안이라는 공포를 체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태어남과 동시에 가족, 사회 구성원의 삶을 살아가는데 인간은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완전한 구성원으로 완성되기 위해선 늘 누군가와 지속적인 관계망 속에 살아가야만 한다. 관계망이 깨지는 경험이 가져오는 불안은 조절할 수 있는 정상의 범위를 넘어가고 병적인 상태까지도 초래하게 된다. 행복한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추구하는데 왜 우리는 이토록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일까?

 

심리학자 롤로 메이(Rollo May)는 불안을 “이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들 중의 하나”라고 할 만큼 현대인들에게 심각한 문제라고 하였다. 미국의 상담 심리학자인 게리 콜린스는 불안은 “고조된 신체적인 환기를 동반하는 염려, 걱정, 근심, 또는 공포와 같은 내적 감정”으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또는 가상적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안의 증상들은 급성불안, 만성불안, 신경증적인 불안, 적당한 불안과 심한 불안 등의 형태로 표출된다. 적당한 불안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위험한 사태를 피하도록 도우며 능률을 올릴 수도 있지만 심한 불안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성경과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불안의 문제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가?

 

심리학에서는 불안을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자아의 존재의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라고 한다. 불안정서 조절을 통해 불안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줄이고 이 정상적 불안을 자각, 조심성, 삶에 대한 열정을 높이는 자극으로 쓰는 것이다(롤로 메이 「불안의 의미」). 성경에서는 불안이 ‘건강한 관심’과 ‘근심과 염려’라는 뜻으로 쓰이며, 근심과 염려는 경계하라고 말씀하신다. 즉, 불안이라는 근심과 염려를 주님께 맡기고 완전히 도려낼 수 없는 불안을 자기 스스로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건설적 관심으로 받아들여 평화의 길로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까 찾지도 말고 염려하지도 마시오”(루카 12,29).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1베드 5,7).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메일 uli9942@hanmail.net

 

[외침, 2016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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