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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성령의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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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116

‘성령의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들어가는 말

 

1998년 ‘성령의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하면 ‘성령의 해’는 전세계 교회가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함에 있어서 ‘성령께 봉헌된 해’이며,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 안에 계시는 그분의 성화 현존에 바쳐진 해이다([제삼천년기], 44항 참조). 그렇다면 성령께 봉헌되었음을 매일 어떻게 드러낼 것이며 공동체 안에 계시는 그분의 성화 현존에 어떻게 마음을 모을 것인가? 

 

개인과 가정, 본당과 교구 그리고 지역사회는 그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다르고, 목표와 그 목표에 나아가는 과정에 차이가 있다. 그런 면에서 성령의 해를 뜻 깊게 보냄에도 그 지향하는 바와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 지향하는 바 궁극 목표와 그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기에 공통점 또한 있게 마련이다. 이 글은 성령의 해를 뜻 깊게 보내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는 ‘성령의 해 기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최근 교황 문헌을 중심으로 기도문을 살펴보았다. 곧 최근의 교황 문헌 중에 성령과 관련한 내용들을 주제별로 찾아보았고, 이를 통하여 ‘성령의 해’를 맞아 교황이 바치도록 권고한 기도의 뜻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I. ‘가장 반가운 손님이신 성령’

 

“저희 마음의 가장 반가운 손님이신 성령님, 

저희에게 희년의 깊은 뜻을 밝혀주시고 

결코 좌절하지 않는 희망과 

전혀 보상을 바라지 않는 사랑으로 

대희년을 믿음으로 지내도록 

저희 마음을 준비시켜 주소서.”

 

 

1. 성령의 현존과 인식의 필요성

 

성부께 대한 인식과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인식은 그런 대로 나은 편이지만 성령께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교리 지식도 부족한 상태이다. ‘가장 반가운 손님’인 성령이시지만 신자들의 삶 속에서 대개는 그냥 지나치는 분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1) 하느님의 말씀과 함께 그분의 ‘숨결’인 성령은 모든 피조물의 존재와 생명의 기원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03항 참조). 또한 결코 좌절하지 않는 희망의 원천이시다. 성령은 처녀인 마리아에게 임하시어 구세주의 강생을 이룬다(루가 1,30-37 참조). 하느님의 생각은 하느님의 성령만이 알 수 있으며(1고린 2,11 참조), 성령의 인도를 받지 않고서는 아무도 “예수는 주님이시다.” 하고 고백할 수 없다(1고린 12,3 참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만나기 위해서는 먼저 성령의 감도를 받아야 한다. 우리 앞에 오셔서 우리 안에 신앙을 일으키시는 분은 성령이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83항). 

 

2)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제삼천년기]를 통해, 다가올 새로운 천년기를 맞이함에 있어서 교회는 성령 안에서만 이 준비를 할 수 있으며, ‘시간의 충만함’에 이르러 성령을 통해서 성취되었던 일이 교회의 기억 안에서 지금 되살아 날 수 있는 길은 역시 그분을 통하는 길밖에 없다(44항 참조)고 강조한다. 그러하기에 교황은 대희년의 준비는 성령의 현존과 활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포함하지 않을 수 없으며,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으로서의 성령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45항 참조). 그리고 교황은 신앙인들이 희망의 원천이신 성령께 대한 새로운 인식을 통하여 한편으로는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주는 궁극 목표를 잃지 않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계획에 맞도록 현실을 변화시키는 일상의 투신에 격려하고 있다(46항 참조). 그 투신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위한 투신이며 제삼천년기를 시작하는 대희년을 준비하는 투신이다. “그리스도인들은 날마다 그들의 마음 안에서, 그들이 속한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구체적인 사회 환경 안에서, 바로 세계 역사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준비하면서, 하느님 나라의 결정적 도래에 대한 희망을 새롭게 함으로써 제삼천년기를 시작하는 대희년을 준비하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46항). 

 

3) 그런 의미에서 성령의 해에 교황이 요청하는 성령께 대한 인식은 신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이러한 성령께 대한 인식을 돕기 위하여 견진교리, 성령 쇄신 운동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적어도 [가톨릭교회 교리서] 제1편 2부 3장(683-747항) “저는 성령을 믿나이다”가 신자들에게 재교육되면 좋으리라 본다.

 

 

2. 교회는 성령을 인식하는 장소

 

1)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드러내시는’ 진리의 성령께서는 “자기 나름대로 말씀하시지 않는다”(요한 16,13). 참으로 하느님다운 이러한 겸손이, “세상은 그분을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일 수가 없지만,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 그분을 아는 것은 그분이 그 안에 계시기 때문”(요한 14,17)이라는 것을 설명해 준다([가톨릭교회 교리서], 687항 참조). 

 

2) 성령을 인식함에 있어서 개인적이고 지나치게 은사 중심적인 경향은 자칫 균형을 잃을 수 있다. 그리하여 올바른 이해와 활동을 위해서는 성령을 인식하는 장소인 교회와의 일치가 요구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2년에 승인하고 발행을 명한 [가톨릭교회 교리서]에서 이 점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교회는 교회가 전하는 사도들의 신앙 안에 살아있는 친교로서 성령을 인식하는 장소다. 곧

 

- 성령께서 영감을 주신 성서 안에서 

- 항상 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전통 안에서 

- 성령께서 도우시는 교회의 교도권 안에서 

- 성령께서 우리가 그리스도와 친교를 이루게 하시는 성사 전례 안에서, 말씀과 상징을 통하여 

- 우리를 위하여 성령께서 전구해 주시는 기도 안에서 

- 교회를 세우는 은사와 직무 안에서 

- 사도적 삶과 선교적 삶의 표징들 안에서 

- 성령께서 당신의 거룩함을 드러내고 구원사업을 계속하시는 성인들의 증거 안에서”(688항)

 

 

3. 교회를 쇄신하시는 성령

 

1) 성령은 교회를 성화하시기 위해 파견되어 오셨다(교회헌장, 4항 참조). “이 성령은 생명의 성령이시며, 영원한 생명을 위해 솟아오르는 샘이시다(요한 4,14; 7,38-39 참조). 이 성령을 통하여 성부는 죄로 죽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시며 마침내는 그들의 죽은 육신을 그리스도 안에서 부활시키실 것이다”(교회헌장, 4항). “거룩한 교부들은 생명의 원리인 영혼이 인체 안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성령의 임무를 비교”(교회헌장, 7항)하였다. 그리하여 “교회의 사명은 성령의 인도를 받아 자신을 끊임없이 쇄신 정화하며 하느님 아버지와 사람이 되신 성자를 현존시켜 드리고 볼 수 있게 만들어드리는 것이다”(사목헌장, 21항). 

 

2) 성령의 영감을 받아 기록된 성서도 교회의 성화를 위한 성령의 선물이다. 교황 비오 12세는 회칙 [성령의 영감]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보화로서의 성서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에 대한 당신의 부성적 사랑으로 이를 은혜로이 허락하셨는데 이 책들을 통하여 그분은 인류를 ‘가르치시고 꾸짖으시며 바로잡으시고 의로움을 가르쳐주시고자 하셨다. 그것은 하느님의 사람이 온갖 선한 일을 하기 위한 완전한 채비를 갖추게 하시려는 것이었다’(2디모 3, 16-17 참조). 하늘에서 내려온 이 보화를 교회는 신앙과 윤리의 가장 귀중한 원천으로 삼는다”(1항).

 

 

II. ‘하느님 나라를 세우시는 창조주 성령’

 

“성부의 깊은 뜻을 헤아리시고 

교회의 기억과 예언을 살피시는 진리의 성령님, 

인류가 나자렛 예수님 안에서 

역사의 완전한 실현이신 영광의 주님, 

세상의 구원자를 인정하게 하소서. 

하느님의 나라를 세우시는 창조주 성령님, 

성인들의 힘으로 교회를 인도하시어 

새로운 천년기로 힘차게 들어서서 

다가오는 세대에 구원을 가져다 주는 

말씀의 빛을 전하게 하소서.”

 

 

1. 구원사업의 원동력이신 성령

 

구원사업의 원동력은 조직이나 방법에 있지 않다. 교회 사명 전체의 제일 주역은 성령이시다([교회의 선교 사명], 21항 참조). “예수께서 구원사업을 사도들과 교회에 맡기셨지만, 이들 안에서 이들을 통하여 성령께서는 인간의 정신과 세계의 역사 안에 이 사업을 완성하시는 초월한 원동력이시다”([교회의 선교 사명], 21항). 또한 성령께서 사도들을 그들이 받은 사명을 수행하기에 합당하도록 만드셨고([교회의 선교 사명], 22항), 성령 강림을 통하여 사도들은 그들이 겪은 예수 체험과 이로 인한 강한 희망을 타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조용한 대담성을 갖게 되었고, 성령을 통하여 ‘과감하게’(사도 2,29) 예수님을 증언할 능력을 받았다([교회의 선교 사명], 24항 참조). 그리하여 성령께서는 그들을 증인과 예언자가 되게 하셨다(사도 1,8; 2,17-18 참조).

 

 

2. 선교의 주역이신 성령

 

1)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성령은 “선교의 주역”([교회의 선교 사명], 30항)이시며, “새로운 복음화의 주역”([제삼천년기], 45항)이심을 강조한다. 성령의 작용으로 기쁜 소식이 사람들의 의식과 마음 안에 형성되고 역사를 통하여 전파되며, 또한 이 모든 일에 성령께서 생명력을 주신다([교회의 선교 사명], 21항). 선교는 인간의 능력에 의존하지 않고 부활하신 주님의 권능에 의존하는 것이다([교회의 선교 사명], 23항). 그러하기에 “교회의 선교 사명은 예수의 사명처럼 하느님의 일이고, 루가가 자주 지적하는 대로 성령의 일이다”([교회의 선교 사명], 24항). 

 

2) 또한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들이 선교에 투신하도록 자극하시고 재촉하신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교회에 위임된 구세주의 선교 사명은 아직 완수된 것이 아니며 더욱 강화되어야 함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지금 모든 그리스도인들과 지역 교회들과 전체 교회는 과거의 선교사들을 움직이게 하였던 같은 용기와 성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같은 아량을 가질 것을 요청받고 있다”(30항). 

 

“교회에 위임된 구세주의 사명(Redemptoris Missio)은 아직 완수되지 아니하였다. 강생 후 제이천년기가 마감되는 현재에도 인류 전체의 현상은 이 사명이 시작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가 이 사명 수행을 진심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성령께서는 하느님의 위대한 업적을 선포하도록 재촉하신다.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한다 해서 그것이 내게 자랑거리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내가 기쁜 소식을 전하지 않는다면 내게 화가 미칠 것입니다’(1고린 9,16)”(1항). 

 

“무엇보다 선교는 모든 그리스교인들의 일이요, 모든 교구와 본당과 기관과 단체의 일이라는 새로운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2항). 

 

3) 교회의 “새로운 봄”은 선교와 무관하지 않다. “교회 역사에서 보면 선교열은 언제나 교회 활력의 표지였으며, 반대로 선교열의 감퇴는 신앙 약화의 표지였던 것이다”([교회의 선교 사명], 2항). 교황은 ‘교회의 선교 사명’의 목적을 [교회의 선교 사명]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문헌의 참된 목적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생활의 쇄신이다. 선교는 교회를 새롭게 하고, 새로운 열정과 자극을 주는 것이다. 신앙을 줌으로써 신앙이 견고해진다. 보편적 선교 열의의 진작은 그리스도교 백성들의 새로운 복음화에 영감과 자극을 줄 것이다”(2항). 

 

“그러므로 나는 선교적 복음화의 필요성을 강력히 선포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선교는 교회가 오늘의 세계의 개인이나 인류에게 제공하는 첫째가는 봉사이기 때문이다”(2항).

 

 

III. ‘교회의 힘과 얼이신 친교의 성령’

 

“우주를 움직이는 하느님의 숨결이신 거룩함의 성령님, 

어서 오시어 온 누리의 모습을 새롭게 하소서. 

그리스도인들에게 완전한 일치의 열망을 일깨워주시어 

하느님과 인간의 긴밀한 일치와 전인류의 일치를 

세상에 드러내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게 하소서. 

교회의 힘과 얼이신 친교의 성령님 

풍요한 은사와 직무들이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데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화합하여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함께 일하게 하소서.”

 

 

1. 그리스도인의 일치

 

선교의 중요 목적 중의 하나는 복음을 듣고 형제적 친교를 이루고 기도와 성체성사 집전을 위하여 백성들을 모으는 것이다. 형제적 친교로 산다는 것은 인간적, 정신적, 물질적 면에 한 무리를 이루어 ‘한마음 한 뜻’(사도 4,32)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교회의 선교 사명], 26항 참조). 그러므로 “성령께서는 믿는 무리들이 ‘공동체를 형성하여’ 교회가 되도록 인도하신다”(위와 같음). 그리고 그 공동체가 일치하도록 이끄신다. 그 일치의 원천이신 성령의 해에 신자들의 사유는 교회 내 일치의 가치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성령께서 교회에 베풀어주신 다양한 선물들과 은사들은 이 일치를 향하고 있으며, 그리스도의 몸의 일치는 성령의 활동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제삼천년기], 47항 참조). 그러므로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 자신의 책임에 대한 성숙한 의식과 교회적 순종의 중요성이 간과되어서는 안되고 이와 관련하여, 주로 교회헌장에 담겨있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성령께서 각 사람에게 각각 다른 은총의 선물을 주셨는데 그것은 공동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1고린 12,7).

 

 

2. 성령과 성직자

 

1994년 성목요일에 교황청 성직자성은 “제삼천년기의 새로운 복음화에 대해 일차적 책임을 지니고 있는 사제들”을 위한 [사제의 직무와 생활 지침]을 내었는데 그 문헌에 다음과 같이 성령과 사제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1) “성품성사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권위있게 선포하고 해석하는 예언자적 과제를 사제에게 부여하시는 분은 역시 성령이시다”(9항). 따라서 “위로자 성령께서 자기 자신과 ‘함께 영원히 계실’(요한 14,16-17) 것이라는 약속을 굳게 믿는 사제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또 자기 형제들의 구원을 위한 전적인 자아 선사로써 자신의 사목적 직분을 사랑으로 생활하기 위해 성령의 현존과 능력을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함을 명심한다”(8항). 

 

2) “사제는 사제단 전체와 더불어 교회의 친교 속에 들어가 성부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파견하신 성령의 인도를 받아야 한다. … 성령께서는 사제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예수께서 사도들에게 말씀하신 모든 것을 상기시켜 주신다”(9항). 

 

3) “사제는 전례 거행 중에, 특히 성체성사와 다른 성사들 안에서 언제나 성령과의 친교 속에 머문다. … 성사 집전은 성사를 제정하신 그리스도의 말씀 안에서 교회가 자주 청원기도로써 강림하시기를 호소하는 성령의 능력 안에서 실제로 그 효과를 내는 것이다”(10항). 

 

4) “성령과의 친교 안에서 사제는 자신에게 맡겨진 공동체를 인도하고 또 주님께서 원하신 일치 안에서 지탱시키는 힘을 발견한다. … 그러므로 사제는 신자들의 일치를 위하여 기도해야 한다”(11항).

 

 

3. 성령과 평신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8년 12월 30일에 교황 권고인 [평신도 그리스도인]을 반포하였는데 그 목적은 “모든 평신도들이 한 집단으로서든 개인으로서든 교회의 친교와 사명 안에서 받은 은사와 책임에 대한 더욱더 깊은 의식을 일깨우고 증진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권고의 목적이다.”(2항)라고 밝히고 있다. 이 문헌에 성령과 평신도의 관계가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1) “성령께서는 세례 받은 사람들에게 ‘기름을 부어’주시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워질 수 없는 보증의 표를 새겨주시며(2고린 1,21-22 참조), 각자 영적인 성전이 되게 하신다. 즉 성령께서는 이 성전을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으로 채우시는 것이다”(13항). 

 

2) “영적인 ‘도유’에 힘입어, 그리스도인은 각자 그 나름대로 예수님의 이 말씀을 되풀이할 수 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19; 이사 61,1-2 참조). 이렇듯 세례와 견진 성사 안에서 성령을 받아, 세례 받은 사람들은 그리스도 구세주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동일한 사명에 참여한다"(13항). 

 

3) 같은 문헌 14항에서 아래와 같이 평신도는 그 나름대로 사제요, 예언자요, 왕이신 그리스도의 삼중 사명에 참여한다고 가르친다. 

 

① 사제적 사명:자신과 일상생활을 바치는 봉헌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 제사에 결합(로마 12,1-2 참조). 

 

② 예언자적 사명:복음을 받아들이고,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선포하며, 주저하지 않고 죄악의 정체를 밝히고 죄악을 고발. 

 

③ 왕적 사명:자기 안에서 죄의 지배를 극복(로마 6,12 참조)하려는 영적인 투쟁 안에서, 자기 자신을 바쳐 정의와 사랑으로써 몸소 모든 형제자매들 안에서, 특별히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자매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마태 25,40 참조)을 섬기는 것.

 

 

4. 성령과 수도자

 

1996년 3월 25일에 반포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 [봉헌생활]에서 성령과 수도자의 관계를 찾아보았다.

 

1)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봉헌생활에 대한 부르심은 성령의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19항). 

 

2) 성령께서는 봉헌생활에 매력을 느끼게 해주시고, 부르심에 응답하고자 하는 열망을 일으켜주시며, 그 열망이 자라도록 이끌어주신다. 그리고 그 열망을 충실히 행동에 옮기도록 뒷받침해 주신다(19항 참조). 

 

3) “그리스도를 닮게 하시며, 그분의 사명을 그들 자신의 사명으로 삼도록 촉구하시는 분도 성령이십니다”(19항). “같은 성령께서는 아버지께서 부르신 사람들을 인간 세상에서 멀리 떼어놓으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특별한 생활 신분에 따라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하게 하십니다”(19항).

 

 

IV. ‘기쁨과 평화의 무궁한 원천이신 위로의 성령’

 

“기쁨과 평화의 무궁한 원천이신 위로의 성령님, 

저희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며 살아가게 해주시고 

병자들에게 필요한 힘을 주시며 

시련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시고 

모든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일하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마음과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어 주시는 지혜의 성령님, 

과학과 기술이 생명과 정의와 평화에 

봉사하도록 도와주시고 

다른 종교인들과 나누는 대화가 열매를 맺고 

다른 문화들이 복음의 가치를 존중하도록 이끌어주소서.”

 

 

1. 성령의 열매

 

1) 강생의 신비가 성령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그것은 성령의 업적이며, 하느님께서 스스로를 건네주시는 그 자기 증여, 그 선사행위의 극치가 강생의 신비이다([제삼천년기], 44항). 

 

2) 성령께서는 우리 마음속에 하느님의 사랑을 부어주시어(로마 5,5 참조) 힘과 사랑, 선행과 절제 등의 열매를 맺게 해주신다(2디모 1,7; 갈라 5,22 참조). 

 

3) 성령께서는 교회를 진리로 인도하시어 당신 활동의 결실로 교회를 아름답게 꾸미신다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르치고 있다. “성령은 교회와 신도들의 마음을 성전삼아 그 안에 거처하시고(1고린 3,16; 6,19), 그 안에서 기도하시며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임을 증거하신다(갈라 4,6; 로마 8,15-16.26 참조). 성령께서는 교회를 온전한 진리로 인도하시고(요한 16,13), 교류와 봉사로 일치시키시며 교계제도와 은사의 여러 가지 은혜로써 교회를 가르치고 지도하시며 당신 활동의 결실로 교회를 아름답게 꾸미신다”(교회헌장, 4항).

 

 

2. 성령의 도구로서의 봉사

 

1) 영적인 ‘도유’에 힘입어, 그리스도인은 각자 그 나름대로 예수님의 이 말씀을 되풀이할 수 있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19; 이사 61,1-2). 이렇듯 세례와 견진 성사 안에서 성령을 받아, 세례 받은 사람들은 그리스도 구세주 메시아로서 예수님의 동일한 사명에 참여한다([평신도 그리스도인], 13항 참조). 

 

2) “성령의 현존과 활동은 개인뿐 아니고 사회와 역사와 문화와 종교에도 도달한다. 참으로 성령은 인류의 역사적 순례 중의 모든 고상한 사상과 기획의 원천이시다”([교회의 선교 사명], 28항).

 

 

맺는 말

 

적지 않은 사람들이 1997년 ‘그리스도의 해 기도’와 1998년 ‘성령의 해 기도’가 좀 길다는 지적을 했고,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본당이 그 기도를 소홀히 했다. 다행히 금년 ‘성령의 해’부터 주교회의 2000년 대희년 주교특별위원회에서 미사전례 본기도에 ‘성령의 해 기도’ 일부를 게재하여 매일 바치도록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되도록 ‘성령의 해 기도’가 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 매일같이 바쳐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1) 성령께 봉헌된 해에 성령께 그 봉헌의 뜻을 담은 기도를 바치는 것은 타당한 일이고, 그 기도를 통하여 신자들에게 성령께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2) 그 기도를 통하여 교황과 그리고 세계 교회와 일치를 더 드러낼 수 있고, 

 

3) 이 기도 내용이야말로 교회가 ‘성령의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얼마전 한 사제가 지난 ‘예수 그리스도의 해 기도’를 신자들과 함께 열심히 바친 뒤 본당 공동체가 여러 가지 변화를 체험했다는 고백과 함께 ‘성령의 해 기도’문 1,000부를 꼭 보내달라는 고집스런(?) 요청을 했는데, 그 고백과 요청이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자극제였음을 밝히고 싶다.

 

[사목, 1998년 1월호, 송열섭(청주교구 사목국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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