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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체면 때문에 거짓말 반복하는데 신앙인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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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21 ㅣ No.306

[자아의 신화를 찾아서] (31)

 

 

질문 : 체면 때문에 거짓말 반복하는데 신앙인 자격 있나

 

모태신앙인으로 유아세례를 받은 후 어떤 고민이나 반감 없이 성당을 꾸준히 다녔습니다.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문득 제 생활을 돌아보니 고해성사 때마다 비슷비슷한 죄를 고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일상생활 안에서 체면치레를 위해 한 거짓말들이 많더군요. 그런데 저는 평소 이 정도는 ‘거짓말’이라거나 ‘죄’라고 생각하질 않았습니다. “뭐 그 정도는 살면서 누구나 하는 것 아니냐”, “그 정도는 남자들이 사회생활 중에 하는 허풍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신앙인 자격이 없는 건가요?

 

 

답변 : 영성 성찰과 고해성사로 신앙 기쁨 느껴보길

 

모태신앙으로 유아세례를 받은 후 꾸준히 신앙생활을 해오시면서 어느 덧 환갑을 맞으신다니, 먼저 신앙인으로 무리 없이 잘 살아오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신앙인 자격이 충분히 있으신 것 같으니 우선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체면치레로 악의 없이 하는 가벼운 거짓말을 영어로 ‘white lie’ 라고 합니다. 영어단어가 잘 보여주고 있듯이 이런 거짓말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해도 입히지 않는 가벼운 거짓말이란 뜻이지요. 이런 거짓말을 한두 번도 안하고 살아온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 자신을 잘 못 살아온 신앙인인 것처럼 비하하실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지요. 가톨릭 신자분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고해성사에 대한 잘못 된 견해 때문에, 고해성사가 어려운 짐으로 느껴지고 오히려 신앙생활을 더 밝게 잘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빼앗기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듣고 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서 고해성사에 대해서 같이 좀 생각해볼까 합니다. 

 

고해성사는 가톨릭교회가 지니고 있는 ‘7성사’중의 하나입니다. 성사(聖事)는 바로 하느님의 은총을 받는 도구이며, 신자들에게 영적양식을 제공하는 수단입니다. 성체 성사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과 결합됩니다. 그것은 곧 내 안에 함께 계신 예수님 때문에 내가 오늘하루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성체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의 몸짓과 시선으로 만나고 일을 하는 것이지요. 달리 말해서, 성체성사를 통해서 오늘하루 나의 생활이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생활로 성화되고 축복되기 때문에, 그냥 허둥대면서 하루를 정신없이 시작하는 사람들과는 삶의 질이 많이 다르게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성체성사를 통한 하느님의 은총이고 축복이며, 이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이웃에 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매 미사 때 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대리해서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손을 통해서,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라는 말로 각자가 보낼 삶의 현장으로 파견됩니다. 

 

그렇다면, 고해성사 역시 내가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통로가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요? 고해성사를 하나의 짐이요, 주일미사를 몇 번 빠졌고 거짓말을 몇 번 했고 하는 식으로만 고백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질문하신 분처럼 매번 비슷한 죄를 형식적으로만 고백하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나 자신의 신자로서의 영적인 발전이나 성장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느 땐가는 자신의 신앙생활에 회의가 들면서 ‘내가 신앙인이 맞는가?’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겠지요. 이렇게 되면, 고해성사가 하느님의 은총을 길러내는 통로가 아니라, 은총을 막아버리는 통로가 되고 신앙생활의 참 기쁨이 없이 메마르고 공허한 느낌에 시달리게 되다가 차츰 냉담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고해소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성찰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현재 신앙인으로서 기쁘게 살고 있는가?” “나는 하느님과 연결되어 함께 살고 있는가?” “신앙생활을 통해서 나는 삶의 에너지를 얼마나 받고 있는가?” 등의 영적 질문을 통해서 자신이 살아있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메마르고 공허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왜 내가 신앙인으로서 기쁘지 않고 힘이 없는지, 왜 나는 신앙생활을 통해서 삶의 에너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를 자신에게 물어보고 그 답을 가지고 고해신부님과 함께 자신의 신앙생활이 영적으로 어떤 상태인지를 함께 점검하면서 조언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고해성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은총을 길러내어, 내 삶을 활기차고 신바람(聖靈)나는 생활로 바꾸어 나갈 수 있는 참된 길입니다.

 

[가톨릭신문, 2016년 3월 20일, 김정택 신부(예수회 · 서강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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