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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20-22: 시노달리타스의 신학적 기초 (2) 신앙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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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0-02 ㅣ No.760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20) 시노달리타스의 신학적 기초 2. 신앙 감각 1)

 

 

앞서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기 위한 신학적인 기초의 첫 번째 개념으로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모든 신자들 -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 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교회 헌장 11항) 모두 함께 동반자가 되어, “부활하신 주님의 인도로 길을 걸어가는 하느님 백성”(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16항)을 이룹니다. 그렇기에 그 주님의 인도에 따르기 위해서 “그분의 뜻을 공동체적으로 식별하도록”(같은 책, 19항) 부름 받았고, 이에 따른 고유한 은총을 선사 받았습니다. 이렇게 모든 하느님 백성에게 하느님의 뜻을 식별할 수 있도록 주어진 선물이 바로 ‘신앙 감각(sensus fidei)’입니다.

 

‘신앙 감각’이란 간단히 말해서 인간의 신앙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감각적 원리를 말합니다. 즉 자신의 삶 전체를 둘러싼 하느님의 신비와 그 신비가 드러나는 계시를, 신앙이라는 고유한 인식 양식을 통해 인식하고, 그 안에서 발견되고 체험되는 삶의 진리를 간직하고, 보존하며, 증거할 수 있는 영적이고 종교적인 감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황청 국제신학위원회의 문헌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은 올바른 그리스도교 교리와 실천을 파악하고 그에 동의하며, 잘못된 것을 배척하도록 해주는, 복음의 진리에 대한 본능을 지닌다. 이러한 초자연적 본능은 본질적으로 교회의 친교 안에서 받은 신앙의 은사와 본질적으로 결합된 ‘신앙 감각’이라고 불린다. 이 신앙 감각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예언자적 소명을 완수하도록 해 준다”(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 2항).

 

이처럼 ‘하느님 백성’의 교회론을 회복한 교회는 “신자들의 신앙 감각 교리를 바탕으로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복음화의 능동적 주체임을 강조”(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9항; 복음의 기쁨, 120항)하고 있습니다. [2023년 9월 10일(가해) 연중 제23주일  춘천주보 2면, 김도형 스테파노 신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21) 시노달리타스의 신학적 기초 2. 신앙 감각 2)

 

 

중세에 강조되었던 교계 제도적 전망은, 교회를 ‘불평등한 이들의 완전한 사회’로 보면서, 능동적 교계 제도와 수동적 평신도로 분리한 이분법적 관점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즉 교황을 정점으로 하여 목자들로 구성된 ‘가르치는 교회(Ecclesia docens)’와 하느님 백성의 나머지 다른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배우는 교회(Ecclesia discens)’를 구분하였고, 이러한 전망 안에서 하느님 백성 전체의 능동적 참여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고, 교회 권위에 의한 규범과 결정들을 전달하여 실행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하느님 백성’을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고, 세례 받은 모든 이는 예언직, 사제직, 왕직에 각자의 고유한 방식으로 참여함이 강조되었습니다. 우리는, 공의회가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삼중 직무에 단순히 ‘신앙심’을 갖고 수동적 태도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오히려 신자들 역시 고유한 예언자적 직무를 갖고 교도권의 도움을 받아 복음을 증거하고 살아갈 수 있는 능동적인 ‘은사’를 지녔음을 밝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 ‘모든 하느님 백성의 능동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은사가 바로 ‘신앙 감각’ 입니다. 즉 신앙 진리를 발견하고 중개하며 전달하는 은사로서의 신앙 감각이 “거룩한 교도권의 인도를 받고”, “교도권에 충실히 따르는”(교회 헌장 12항) 하느님 백성에게 선사된 은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신앙 감각은 어떤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에 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즉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에게 주시는 성령의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신앙 감각은 모든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와 더불어 느끼며(sentire cum ecclesia)’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목표를 나누도록 해 주는 본능”(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 128항;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56항)입니다. 이러한 신앙 감각은 세례 받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져 있는 ‘공동 본성’으로, 특별한 독점적 권한이 아니라 모든 신자에게 필요한 것이자 주어지는 은총으로서, 이 은총은 “교회와 조화를 이루며 느끼고 체험하며 지각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2023년 9월 17일(가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경축 이동 춘천주보 2면, 김도형 스테파노 신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22) 시노달리타스의 신학적 기초 2. 신앙 감각 3)

 

 

‘신앙 감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앞서 언급하기도 했던 ‘교회와 더불어 느끼기(sentire cum ecclesia)’라는 표현이 주목할 만합니다. 간혹 성령의 은사를 언급하면서 신앙의 특권 의식을 갖는 경우들이 있지만, 성령의 은사란 말 그대로 성령께서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그 은사를 자랑하거나, 자신의 유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마찬가지로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전체에게 선물로서 주신 신앙의 본능인 신앙 감각 또한 ‘무엇이 참으로 하느님의 것인지를 식별하도록’(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공동합의성, 56항) 해 주는 것으로, 자기 의지의 표현이나 특권 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성령의 은사가 ‘하느님 백성 누구에게나’ 다양한 형태로 주어진 선물이듯, ‘신앙 감각’ 또한 ‘하느님 백성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즉 교회 공동체와 일치되지 않는, 하느님 백성 ‘밖’이나 ‘위’를 향하는 성령의 선물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앙 감각은 모든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와 함께 생각하며’ 하나의 신앙과 하나의 목표를 나누도록 해 주는 본능이다. 신앙 감각은 목자들과 백성들을 하나로 묶어 주며, 그들 각자의 은사와 소명을 바탕으로 하는 교회에 본질적이며 풍요를 가져다주는 대화를 이끈다.”(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 128항)

 

모든 신자들, 즉 하느님 백성이 그리스도의 왕직과 사제직과 예언직을 각자의 자리에서 수행할 때, 세상의 방식으로가 아니라 교회적인 방식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무조건 내가 생각하고, 내가 바라는 것만을 이야기하고 건의하는 것과 그것이 반영되지 않았을 때에 불만을 갖는, 지극히 인간적인 형태의 신앙생활이 아니라, ‘무엇이 하느님 뜻에 맞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그리고 함께 식별하는’ 교회 생활 방식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신앙 감각은 내 이익을 위해서나 그저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적인 것과 교회적이 아닌 것을 ‘식별’ 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 감각이 세례의 은총으로 받은 일종의 초자연적 본능과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 신앙 감각을 올바로 나누고 키우기 위해서 필요한 태도가 있는데, 문헌(교회 생활에서의 신앙 감각, 89~105항 참조)은 이를 여섯 가지로 제시합니다. 1) 교회 생활의 참여(전례와 성사, 기도, 봉사 등), 2) 하느님 말씀의 경청, 3) 이성(理性)에 대한 개방, 4) 교도권에 대한 신뢰, 5) 성덕(겸손 · 자유 · 기쁨), 6) 교회 성장을 위한 노력입니다. [2023년 9월 24일(가해) 연중 제25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춘천주보 2면, 김도형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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