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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신학ㅣ교부학

[종말] 지옥, 고성소, 명부를 거쳐 저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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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4-11-23 ㅣ No.120

어디 갔다 오셨나 : 지옥, 고성소, 명부를 거쳐 저승에

 

 

주교회의에서 미사 통상문을 새로 펴낸 다음에, 사도신경에 나오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 저승에 가시어"라는 신앙 진술에서 "저승"이라는 표현에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예전의 [천주 성교 공과](천주 강생 일천구백오십팔년 서울 감목 노바오로 감준)에 나오는 종도신경의 표현은 이렇습니다. "본시오 비라도 벼슬에 있을 때에 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묻히심을 믿으며, 지옥에 내리사 사흗날에 죽은 자 가운데로조차 다시 살으심을 믿으며 ..." 이 "지옥에 내리사"(descendit ad inferos)라는 표현이 1967년부터 펴낸 [가톨릭 기도서]의 사도신경에서 "고성소에 내리시어"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성소"가 1988년도부터 준비한 미사 통상문의 개정 시안에서 "명부"(冥府)로 제시되었습니다. 불교 용어인 명부에 대한 논란이 오가다가, 1996년에 확정된 최종안에서 "저승에 가시어"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다음에 사흘 동안 도대체 어디 갔다 오셨단 말이냐고 묻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한국 교회의 사도신경 번역 과정을 따르자면, 이 물음에 지옥, 고성소, 명부를 거쳐 저승에 갔다 오셨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 물음은 초대 교회 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논란을 거듭하여 왔고, 또 저마다 나름대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에서는 필자가 감당할 수 없는 어려운 신학 논쟁을 회피하고자, 교리서들과 가톨릭 사전들에 나온 자료들만을 바탕으로 용어 위원회의 결정을 설명하겠습니다.

 

예전의 공과에는 "지옥"이라는 단어 다음에 괄호를 하여 "림보라는 말"이라고 설명해 두었습니다. 또 [요리 문답] 64(흰 번호)는 이렇습니다. "문:예수 죽으신 후 그 영혼은 어디로 가시뇨? 답:그 영혼은 임보로 가사 그 때까지 천당에 들어가지 못한 성인들을 위로하시니라." 윤형중 신부님께서는 [詳解 天主敎 要理]에서 지옥과 임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십니다. "舊約時代 聖人들은 죽은 다음 그 靈魂이 天堂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그리스도의 救贖事業이 完成되지 아니한 연고이다. 바오로 宗徒는 舊約時代의 聖人들을 列擧하고서 '또한 이 모든 이들은 그 信仰으로 말미암아 榮光스러운 保證은 받았으나 言約하신 바는 얻지 못하였느니라'(헤브레아 一二·三九) 하였다. 이 靈魂들은 임보(Limbus 語源은 邊方이란 뜻이다)에 모여 救世主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곳을 古聖所라고도 한다. 거기는 아무런 刑苦도 없다. 그리스도의 영혼은 거기로 가사 舊約時代 聖人들의 영혼들을 尋訪하셨다. '그리스도께서도 한 번 우리 죄악을 위하여 죽으셨느니라 ... 저는 육신에 있어서는 죽음을 당하셨으나 ... 그 영신으로서 獄中에 있던 靈魂들에게 가사 消息을 전하셨느니라'(베드루前 三·一九) 한 이 獄中은 임보를 뜻한다. 宗徒信經에 '地獄에(ad inferos) 내리사' 한 地獄도 이 곳을 뜻한다. 天堂 以外의 곳을 모두 廣義로 地獄이라 하였던 것이다."(경향잡지사, 1959년 4월 5일 재판, 상권 185면). 요리 문답과 같이 트리엔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펴낸 로마 교리서의 진술에는 올바른 번역과 함께 좀 다른 설명을 하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마 교리서 이후 400년도 더 지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교황청에서 펴낸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동서양 어떤 종교이든 사람이 죽은 다음에 벌을 받는 곳을 지옥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반드시 벌받는 곳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죽음의 세계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성서에서도 지옥은 여러 가지 낱말로 또 여러 가지 뜻으로 쓰여 왔습니다(히브리 말로 셔올, 그리스 말로 하데스, 라틴 말로 인페리, Inferi 또는 Infernum 등). 신학자들은 이 지옥이라는 말을 대개 네 가지 뜻으로 구분하여 씁니다.

 

첫째, 엄밀한 의미의 지옥, 곧 악마이든 사람이든 단죄받은 자들이 벌을 받는 곳.

 

둘째, 조상들의 임보(limbus patrum), 곧 그리스도 이전에 죽은 의인들의 영혼이 (아담의 죄로 천국의 문이 닫혔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기다리는 곳(一時的인 場所)이나 그러한 상태.

 

셋째, 아이들의 임보(limbus parvulorum), 세례를 받지 못하여 원죄를 지닌 채 죽은 아이들이 갇혀 있는 곳(永久的인 場所)이나 그러한 상태.

 

넷째, 연옥 또는 마지막 정화, 곧 죽을 죄가 아닌 소죄나 죄의 잠벌을 안고 죽은 의인들이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고통의 정화를 받는 곳.

 

지옥(Infernum). 예수님께서도 지옥에 대하여 자주 말씀하셨습니다(마태 25,31-46; 5,22.29; 10,28; 13,42.50; 마르 9,43-48 참조). "자기 형제더러 미친놈이라고 하는 사람은 불붙는 지옥에 던져질 것이다"(마태 5,22). "이 저주받은 자들아,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라"(마태 25,41). 예전의 요리 문답은 이렇습니다. "문:지옥은 무엇이뇨? 답:지옥은 惡鬼와 惡人들이 혹독한 형벌을 끝없이 받는 곳이니라"(104번). 영원한 삶을 믿는 사람들은 그 영생을 강조하려고 영벌을 받는 장면을 실감나게 그려내기도 하였습니다. 신학적인 사변과 더불어 문학적인 표현, 온갖 상상과 심지어는 엽기적인 망상에 이르기까지 지옥의 영원한 벌은 수많은 이야기를 낳았으며, 공의회 전까지는 미사 강론 때에도 지옥의 공포를 신자들의 눈앞에 선하게 펼쳐 회개와 선행을 촉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악인들은 영원한 불로 가리로다!"(아타나시오 신경) 지옥에서는 하느님을 뵙지(Visio beatifica Dei) 못하는 상실의 벌(poena damni, 失苦)과 결코 꺼지지 않는 영원한 불 속에서 감각의 벌(poena sensus, 覺苦)을 받는다고 합니다. 한편으로, 지옥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그 위치에 관한 논란도 많아, 지옥은 어디에나 다 있다거나, 지구의 양극이나 외딴 섬이나 해저의 심연 또는 용암이 치솟는 땅 속에 있다거나, 저 화염이 이글거리는 태양이나 화성, 달에 있다거나, 우주 바깥 어딘가 어둠 속에 있다고도 하였으나, 대개는 말 뜻 그대로 이 땅 아래에, 곧 하계에 있다고 여겨 왔습니다. 천국이 아니면 다 지옥이라고도 하였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말씀하십니다. "지옥이 어디에 있는지 묻지 말고 우리가 어떻게 지옥을 벗어날 것인지 물어라." 이제 천국이든 지옥이든 '장소'(locus)라는 좁은 뜻을 넘어 '상태'라는 폭 넓은 의미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엄밀한 의미의 지옥(Infernum)이란,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따르면, 하느님과 이루는 친교를 결정적으로 스스로 거부한 상태를 일컫습니다(1033항). 지옥의 존재와 그 영원함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인간 자신의 영원한 운명을 위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자유를 사용하라는 호소이며, 그것은 동시에 회개하라는 절박한 호소입니다. 교회는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게 되기를 바라시는"(2베드 3,9) 하느님의 자비를 빕니다.

 

임보(Limbus, 古聖所). 첫째, 조상들의 임보는 유다인들 사이에 일반화된 신앙으로서, 이미 세상을 떠난 의인들이 머무는 거처를 가리킵니다. 그 곳은 일시적인 장소로서 의인들은 어느 정도 행복한 처지에 있지만, 메시아 왕국이 세워질 때에 궁극의 영원한 복락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그러한 신앙 전통을 여러 가지 말로 표현하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하늘 나라에서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함께 잔치에 참석할 것이다"(마태 8,11). "거지는 죽어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루가 16,22). "오늘 네가 정녕 나와 함께 낙원에 들어갈 것이다"(루가 23,43). 사도들은 또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리스도께서 올라가셨다는 말은 또한 땅 아래의 세계에까지 내려가셨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에페 4,9). "그리스도께서는 갇혀 있는 영혼들에게도 가셔서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1베드 3,19). 가톨릭 교회의 전통은 대체로 연옥과는 달리 어느 정도 행복을 누리는 일시적인 장소 또는 상태를 가리키던 조상들의 임보가 있었다고 이야기하여 왔습니다.

 

둘째, 신약성서에는 아이들의 임보에 관한 명확한 언급이 없지만 물과 성령으로 새로 나야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세례의 절대적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교회의 전통에 따르면, 세례로 새로 나지 않고 죽은 사람들은 지복직관의 초자연적 행복에서 영원히 배제된다고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한 분명한 계시는 없지만, 여러 세기를 내려오며 수많은 논쟁을 거친 신학적 사변의 결과로, 이제 우리는 원죄만을 지니고 죽은 영혼들이 (아이들의 임보에서) 완전한 자연적 행복의 상태를 영원히 누리리라 믿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과 카르타고 공의회, 피렌체 공의회 등에서는 세례를 받지 않고 원죄를 지닌 채 죽으면 단죄를 받는다고 하였으나, 우리는 이 단죄를 초자연적 지복직관을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아이들도 자연적인 행복은 누린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원조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연적 본성은 온전히 남아 있다'(quod naturalia manent integra)고 한 천사 박사 성 토마스 데 아퀴노의 논리대로, 아이들의 임보는 완전한 자연적 행복을 누리는 장소 또는 상태일 것입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임보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는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아이들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길 수밖에 없다"(1261항).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도 구원의 길이 있기를 바랍니다.

 

명부(冥府, 冥間, 冥境, 冥界, 冥途, 冥路, 冥土 等). 불교와 도교에서 쓰여 온 이 말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은 뒤에 간다는 영혼의 세계 또는 사람이 죽은 뒤에 심판을 받는 곳을 가리킵니다. 불교나 도교의 전통에 따르면, 지하 세계인 유명계(幽冥界) 또는 명토라 하는 곳은 염마왕(閻魔王)이 다스리는데, 그 다스리는 지하 세계를 통틀어 또는 그 다스림이 이루어지는 궁궐을 명부(冥府, 또는 閻羅府, 地府)라고 합니다. 염마왕은 여러 말로 옮겨지지만 귀신 세계의 수령이며 사후의 암흑 세계를 지배하는 왕으로서 이른바 시왕(十王)의 하나인데, 불교 경전에는 본래 이 "시왕"이라는 용어가 없었다고 합니다. 실은 중국의 도교 신앙에서 이 시왕들이 지옥에서 죄의 경중을 판결하는 10위 임금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불교가 포용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 합니다. 그러므로 불교에서 시왕이라 하면 욕계 6천의 임금들과 색계 4선천의 임금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나 보통은 도교에서 일컫는 10위의 지옥 왕을 가리키며, 시왕은 화탕지옥(火湯地獄), 한빙지옥(寒氷地獄) 등 각기 하나의 지옥을 다스린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49일까지는 매 7일마다, 그 이후는 100일, 소상, 대상 때에 차례로 각 임금 앞에 나아가 생전에 지은 선악업을 심판받는다고 합니다. 지금 절에서는 대개 이 시왕과 지장보살(地藏菩薩)이 함께 명부전(冥府殿 또는 地藏殿, 十王殿)에 봉안되며, 불자들은 거기에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장보살은 불교적 구원의 이상을 상징하는 보살로서, 석가 세존이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56억7천만 년 동안 6도(六道,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에 몸을 나타내어 천상에서 지옥까지 일체 중생을 교화하는 대자대비한 보살로, 곧 윤회의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생을 극락 정토로 이끌어 주는 구세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성불하지 않은 이가 있다면 나 또한 부처가 되지 않으리라." 하는 서원을 세우고 사바 세계의 중생들이 고통에서 헤어나도록 제도하겠다 하여, 여태 부처라 불리지 아니하고 보살이라는 이름으로 존경을 받는다고 합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고성소'를 미사 통상문 개정 시안에서, 비록 사람이 죽은 다음에 가는 영혼의 세계라는 일반적인 의미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내용을 지닌 타종교 용어로 바꾼다는 데에는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요지는 대개 이러하였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묻히셨으며, 고성소에 내리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는 표현에서 고성소나 지옥도 설명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명부"로 고치고 보니, 사흘 동안 예수님께서 어디 갔다 오셨는지 모를 일이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삼일 동안 무얼 하셨을까 궁금했는데 이제 보니 염라대왕(시왕 중 다섯째 지옥 왕)에게 가셔서 함께 지내시다가 염라대왕이 특별히 선심을 써서 3일 만에 다시 인간으로 환생시켰다는 이야기인지 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명부라는 용어는 불교의 독특한 교리를 갖고 있는 말이다. 감실, 본당, 교구 등과 같이 현상이나 제도를 나타내는 말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것은 도대체 교회 전례의 역사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이를 두고 토착화 운운한다는 것은 무지의 소치이다. 고성소라는 말이 이미 정착되어 있으므로, 새삼스럽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명부'라는 용어를 받아들일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리고 교리 주교 위원회와 전례 위원회의 연석 회의에서도 위와 같은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시안의 '명부'라는 말은 그대로 살아 남아 있었습니다.

 

저승(Inferi). 천주교 용어 위원회는 이러한 토론을 거친 미사 통상문 개정 시안의 여러 용어들을 재론하면서, "예수님께서 사흘 동안 어디 갔다 오셨냐? 지옥이냐, 고성소(임보)냐, 명부냐?" 하는 용어 선택의 문제보다는 사도신경에서 진술하는 신앙의 본디 내용을 논의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라고 하는 신약성서의 확언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기 전에 죽은 자들의 거처에 머물러 계셨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의 세계에 묶여 있는 영혼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구원자로서 그 곳에 가신 것입니다. 당신보다 먼저 간 의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만 그 곳에 가신 것이라면, 조상들의 임보, 곧 고성소에 가셨다고 하여야 옳습니다. 그러나 사도신경의 이 표현은 구원의 복음 선포가 충만히 이루어졌다는 신앙입니다.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해진 것입니다"(1베드 4,6). 그리스도께서는 "죽은 이들이 하느님 아들의 음성을 듣고 그 음성을 들은 이들이 살아나게"(요한 5,25) 하시려고 죽음의 심연으로 내려가셨습니다. "생명의 주관자"(사도 3,15)이신 예수님께서는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악마를 멸망시키시고 한평생 죽음의 공포에 싸여 살던 사람들을 해방시켜 주셨습니다"(히브 2,14-15).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죽음과 지옥의 열쇠를"(묵시 1,18) 쥐고 계십니다. 요약하여 말하자면, 사도신경은 "descendit ad inferos"라는 표현으로 예수님께서 참으로 돌아가셨으며(결코 假死 상태에 있다가 부활하신 것이 아니며), 우리를 위한 당신의 죽음으로 죽음과 "죽음의 세력을 잡은 악마"(히브 2,14)를 멸망시키셨다는 신앙을 고백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631-637항 참조).

 

이러한 신앙을 표현하는 말, 예수님께서 참으로 돌아가시어 머무르셨던 죽음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 지옥과 고성소(임보)와 연옥과 명부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말로, 다른 특정한 종교적 의미를 덜 지니고 있는 '저승'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겨, 이를 전례 위원회와 주교회의 총회에 보고하였으며, '저승'이라는 말이 그대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세상(이승)과 대비하여 죽은 다음의 저 세상을 가리키는, 죽음의 세계를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의미로 '저승'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또한 지옥이나 고성소나 연옥 등이 지니고 있는 장소 개념이 되도록 덜 드러나게 "내리시어"라는 동사를 "가시어"로 바꾸었습니다. 표준 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저승에 가다"는 표현은 "죽다"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저승에 가셨다."는 사도신경의 진술은 (아무도 모르는 사후 세계에 대한 자지레한 세부 묘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참으로 돌아가시어 죽음의 세계까지 구원하셨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사목, 2001년 2월호, 강대인(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행정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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