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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남북한 평화를 위한 교회의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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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3-07-01 ㅣ No.686

[경향 돋보기 - 정전 60년, 한반도 한민족] 남북한 평화를 위한 교회의 노력


1953년 7월 27일 한반도에서 벌어진 끔찍한 전쟁을 중단하는 정전협정이 맺어졌습니다. 그 정전 상태가 60년을 이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전쟁의 종결이 아닌 휴전의 상황을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지구상 그 어느 나라도 이렇듯 긴 시간 동안 일촉즉발의 휴전 상태를 유지하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평화를 말해야 할 시점에 한반도는 다시 전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오신 이유를 ‘분열을 극복하고 화해를 이루어주기 위함’(2코린 5,18 이하 참조)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제일 먼저 하신 말씀 또한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라는 것이었습니다. ‘화해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통한 ‘일치’는 우리가 믿고 받아들이는 복음의 핵심적 가치입니다.

우리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았습니다(마태 5,13-16 참조). 또한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것이 우리 교회에 주어진 사명입니다(마태 28,19 참조). 남북으로 분단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위협하는 현 상황에서 평화와 일치를 향한 교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복음화는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교회의 노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독일의 통일 : 교류와 협력

1989년 11월 견고한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독일은 완전한 통일국가로 거듭났습니다. 같은 분단의 아픔을 겪던 우리에게 독일은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희망의 징표이기도 했습니다.

독일이 통일을 이루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교류와 협력이 있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면서 분단의 장벽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통일을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시간들, 서로가 손을 잡고 함께하는 시간들,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시간들 속에 하나 됨을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통일이 단순히 하나의 국가, 하나의 체제를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통일은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됨을 의미합니다. 독일의 경우 오랜 시간을 교류하고 협력하며 통일의 시간을 준비해 왔지만, 예상치 못한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통합의 과정을 겪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통일비용이라고 말합니다.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해온 독일의 경우에도 통합을 위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지출되었는데, 현 상태에서 우리가 통일을 이야기할 때 지출되어야 하는 통일비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은 교류와 협력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격차를 줄여나갈 때 비로소 통일을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독일이 체험하지 못한 끔찍한 체험이 있습니다. 분단 초기에 겪었던 치열한 동족 간의 전쟁이 그것입니다. 잔인했던 전쟁의 기억은 정치적인 사안과 맞물려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고조시켜 왔습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참회와 속죄의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고,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기에 급급한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화해와 일치, 나아가 통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은 우리 마음 안에 자리하고 있음을 자주 확인하게 됩니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 : 화해와 일치의 길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내에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쟁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화해와 일치의 길로 나아가자는 의미에서 건립한 성전입니다.

지난 2004년 공사를 시작하여 현재 성전은 그 모양을 갖추었고, 교육시설인 민족화해센터는 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본래 서울대교구에서 관리하던 시설이었는데 2013년부터는 관할교구인 의정부교구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성전은 과거 우리나라가 분단되기 전 평안북도 신의주시 진사동에 위치했던 성당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여 건축했습니다. 그 내부도 함경남도 덕원에 있던 베네딕도 수도원의 대성전 모습을 바탕으로 꾸몄습니다. 민족화해센터는 평양 외곽 서포지역에 자리했던 메리놀 센터의 외형을 바탕으로 공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북한의 교회가 과거에 잊힌 교회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삶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교회임을 그 건축물들은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성전에 들어서면 장엄하게 시선을 사로잡는 모자이크 작품이 제단 위 천장에 돔 형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옥좌에 앉으신 예수님께서 평화의 성경을 펼쳐 보이시고, 그 양옆으로 남한과 북한을 대표하는 순교성인들이 주님을 경배하는 모습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모자이크는 북한 만수대 창작예술단 공훈작가 7인이 공동으로 작업한 작품입니다. 그들이 중국 단둥에서 작업한 것을 국내로 들여와 천장에 부착해 놓은 매우 의미 있는 모자이크화입니다.

남과 북의 손길이 동시에 묻어나는 이 성전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주신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의정부교구 안에 있지만 단순히 한 교구가 관리하는 시설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분단의 아픔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교회가 북한 복음화를 이루어가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도의 힘 : 지속적인 기도운동

그동안 교회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지향하며 나름의 노력들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가장 큰 무기는 기도입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음을 주님께서는 말씀해 주셨습니다(마르 9,29 참조). 주님을 통해 이어지는 기도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독일이 통일의 길로 나아갈 때, 독일교회는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였습니다. 인도적 지원과 교류 협력사업도 활발하게 펼쳤지만,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지속적인 기도운동이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에서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그 기도운동이 바로 독일통일의 원동력이 된 ‘월요기도회’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좋은 활동이라도 기도가 빠져있다면 그 활동은 일반 사회단체가 하는 일에 머물 뿐이라고 말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우리의 노력에 기도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도운동의 구심점이 파주 통일동산에 위치한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현재 ‘참회와 속죄의 성당’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미사와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기도운동은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그 순간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의 끈질긴 기도와 그 기도를 통한 다양한 활동들이 주님을 통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민족화해센터 : 북한 복음화를 위한 연구와 교육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통일의 그 순간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내렸듯이 우리에게도 그 순간이 예기치 못한 순간에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통일에 대한 준비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민족화해센터’는 통일을 준비하는 유용한 시설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우선적으로 이 시설을 활용하여 평화와 통일을 향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종 피정이나 연수, 교육 등을 통해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화해와 일치를 이루기 위한 마음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남북갈등 못지않게 큰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바로 북한을 바라보는 남남갈등입니다. 남남갈등의 근저에는 전쟁에 대한 체험, 증오, 적대감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통한 화해와 일치의 삶을 추구하는 신앙인들조차도 이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게 됩니다.

단순히 북한에 대한 시선이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 평화를 향한 주님의 뜻은 어떤 것인지를 함께 기도하고 나누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민족화해센터는 갈라진 우리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기능을 담당할 것입니다.

또한 평화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우리 한반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국제적인 평화 포럼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센터와 가깝게 위치한 DMZ 공간이 갈등과 분쟁의 지역이라는 의미를 딛고, 세계 평화의 상징이나 발신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 주어진 가장 근본적인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단순히 교세를 늘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주님의 유일한 계명인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말씀에 비추어본다면 복음을 전하는 것만큼 큰 사랑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을 전하는 것은 단순히 육적인 생명을 구하는 것을 넘어서서 한 영혼을 구하는 가장 소중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북한 복음화’란 복음의 기쁜 소식을 북녘 주민들에게 전하는 일입니다. 그들을 주님 구원에로 참여시키는 거룩한 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북한은 아주 특별한 체제를 지닌 곳입니다. 그 체제 속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삶과 사고방식에서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복음을 전해나가려면 철저한 준비와 교육이 필요합니다.

민족화해센터에서는 북한 복음화를 위한 연구와 교육의 기능을 담당해 나갈 것입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북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복음전파에 대해 논의하고 준비해 나가야 하고, 더불어 북한 복음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선교사 양성기관 역할도 수행해 나가야 합니다. 일반적인 평화교육과 더불어 특별한 지향을 지닌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양성함으로써 다가올 미래를 대비할 것입니다.

교육과 관련되어 중요한 대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에 대한 교육입니다. 민족화해센터는 그들이 평화와 통일의 중요성을 체험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각종 체험교육들을 개발하여 그들 스스로가 고민하고, 느끼고, 나눌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의 길 : 위기는 위험과 기회

지나온 시간 동안 우리는 헤아릴 수도 없이 통일을 이야기하며 살아왔습니다. 북한이든 우리든 같이 통일을 이야기하지만 그 방식에서는 그야말로 동상이몽이었습니다. 북한은 늘 적화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우리의 경우에는 급변사태 또는 경제력을 기반으로 하는 흡수통일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극단의 통일을 말할 때, 그로 인한 갈등과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통일은 과정의 결실입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일이라는 결과물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이루는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에 참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힘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큰 혼란과 고통이 수반될 뿐입니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함께 교류하고 협력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분명 위기입니다. 그러나 위기라는 말이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말이라면, 우리는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 안에 담고 있는 증오와 적개심을 버리고, 주님의 유일한 계명인 사랑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우리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분단의 상황을 살아가는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대만입니다. 과거 중국의 공산당과 국민당은 30여 년 넘게 치열하고 끔찍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결국 국민당 정부가 쫓기고 쫓기다 바다 건너 세운 나라가 지금의 대만입니다.

지난 1980년대 말까지도 서로에게 포탄을 쏘면서까지 원수처럼 지내던 두 나라의 상황이 지금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점차 하나의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독일을 통해 통일의 교훈을 얻듯,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길, 그 길의 과정에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통일의 시간이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 이기헌 베드로 - 의정부교구장 주교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3년 6월호, 이기헌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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