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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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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기쁨 해설49: 국가와 나누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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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12-27 ㅣ No.737

[홍기선 신부의 복음의 기쁨 해설] (49) 국가와 나누는 대화


선과 악의 윤리적 기준 제시는 교회의 역할

 

 

2014년 12월 18일. 미국과 쿠바가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54년 만에 국교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였다. 

 

2015년 9월 2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사목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우리가 쿠바인들과 새로운 시작을 하는데, 귀중한 도움을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세상에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결실로 맺어진 데 대해, 교황은 겸손하게 기쁨을 표현했다. 

 

교황은 권고문에서 세상을 ‘복음화’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대화’라고 했다. 세 가지 분야로 크게 나누어 필요한 대화를 설명했다. ‘국가와 나누는 대화’, ‘사회와 나누는 대화’, ‘다른 신앙인과 나누는 대화’가 그것이다.

 

 

평화의 복음을 위한 협력

 

먼저 ‘국가와 나누는 대화’를 살펴보자. 교회가 선포하는 복음은 ‘평화의 복음’(에페 6,15)이다. 평화, 이 위대한 보편 가치를 수호하고 증진하기 위해 교회는 모든 국가 권력과 국제적 권위에 협력하고 있다. 교회의 협력은 너무도 당연하다. 교회가 선포하는 복음 그 자체가 하느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인간, 나아가 인간과 자연, 우주와의 온전한 평화를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그분은 우리의 ‘평화’이시다.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평화를 위해 사셨고, 부활하신 뒤에도 나타나셔서 평화를 기원해 주셨다. 그래서 교회는 국가와 평화를 위한 대화를 나누고자 노력한다.

 

 

국가, 사회 공동선과 평화 증진해야 

 

국가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설명해 본다. 국가는 모름지기 사회의 공동선과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적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기관이다. 교황은 이 모든 것을 국가의 책무로 설명하면서 교회도 최선을 다해 국가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그리고 동방정교회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까지 로마로 불러함께 올리브 나무를 심으며 평화를 다짐하던 교황의 모습은 교회의 역할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이다. 유엔이나 유럽연합 의회에서 한 연설과 활동도 그렇다. 그동안의 역대 교황들의 노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전 세계 모든 대륙을 여행하며 대화를 나누고 정치인들의 대화를 주선했다.

 

 

엉킨 실타래처럼 풀기 쉽지 않은 문제 

 

국제 질서 안에서 평화 문제는 그리 쉽지 않다. 국가 간의 과거 역사적 문제 그리고 현재의 정치적 질서와 이익이 상충되어 있어서, 모든 이의 희망처럼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위정자들의 부패와 부정 그리고 독재정권의 출현 등이 가세될 때에는, 엉킨 실타래를 바라볼 때처럼 난감하기만 하다. 어디에서 평화를 위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지, 어떤 시도를 해야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는지, 참 어렵다. 이럴 때 우리는 기도한다. 성령께 지혜의 영을 내려 주십사 기도한다.

 

교황은 교회가 국가와 대화하며 도울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먼저 국가와의 대화에서는 보조성과 연대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국가가 모든 사람의 전인적 발전을 추구하도록 촉구한다. 또한 인간 삶의 근본 가치들을 분명히 제시하고, 정치 활동으로 옮겨질 수 있는 확신들을 전달하며, 그들의 정당하고 고유한 역할을 적극 지지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다(240항 참조). 모든 것을 복음의 빛으로 재해석하여 선과 악의 윤리적 기준을 그들에게 제시하고 국가 권력이 나아갈 방향을 밝혀주는 것이 교회의 역할인 것이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

 

[평화신문, 2015년 12월 25일, 홍기선 신부(춘천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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