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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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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2-13 ㅣ No.37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회원들이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느님께서 내 손을 잡아 이끄시니 나는 눈을 감고 따랐습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성체를 중심으로 한 기도의 삶, 즉 세상에서의 관상생활을 추구하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그들의 창설 역사를 이렇게 말한다.

 

1939년 사하라의 루그르트에 창립된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수도회 창설자 마들렌 수녀는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군의관으로 일하면서 아랍 소년의 생명을 구했던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에 영향을 받아 어렸을 때부터 아프리카와 아랍 사람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사랑을 가졌다. 유목민들의 삶을 동경했던 마들렌 수녀는 1921년 사하라 사막의 성자로 불렸던 샤를르 드 푸코의 전기를 읽고 그 안에서 자신이 키워온 삶의 이상을 발견했다.

 

그러나 전쟁이 몰고 온 가정의 시련과 건강의 악화로 꿈을 실현할 수 없었던 그녀는 1939년 그가 앓고 있던 변형성 관절염에 대해 "불구자가 되지 않으려면 비 한방울 내리지 않는 사막으로 가서 사시오"라는 기적과 같은 처방을 받고, 사하라의 알제리, 이슬람 땅으로 떠나게 됐다. 무료급식, 진료, 교육 등의 일에 투신했던 마들렌 수녀는 1938년 성소식별을 위해 찾았던 푸코 신부의 무덤에서 사하라 교구장인 누에 주교를 만났고, 그를 통해 수도회 창설이라는 하느님 뜻을 받게됐다. 그녀는 백의회 수녀회에서 수련을 받으면서 수도회 창설을 준비하고 1939년 첫 서원을 하게됐다. 이로써 '우애의 집'이라는 공동체가 사하라 사막 투구르트에서 태어나면서 수도회가 시작된 것이다.

 

노동자들과 장애인, 결핵, 나병 환자들 그리고 목동, 집시, 노점상인들 사이 곳곳에 우애의 집을 창설한 마들렌 수녀는 56년 로마에 총본부를 두었고, 64년 교황청 직속 수도회로 인가를 받았다. 보편교회 안에서 수도회의 카리스마를 실현했던 그녀는 1989년 수도회 창설 50주년이 되던 해에 이 세상에서의 생을 마감했다.

 

소외된 이들과 더불어 살았던 마들렌 수녀는 회원들에게 '반죽 속의 누룩'처럼 대중 속에 섞여 예수님의 증인으로 살 것을 당부했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 한사람으로 그들을 지도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친구나 형제로서 그들을 사랑하며 살도록 했다. 따라서 작은 자매들은 서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그들이 하는 공장 노동이나 파출부, 농사일을 함께 하면서, 삶의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기쁨과 아픔, 하느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며 살고 있다. 수도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삶과 아울러 매일의 성체 조배를 통해 인류의 희망과 이웃들의 삶, 특히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을 전달하는 기도인으로서 전세계 각지에서 살아가고 있다.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의 한국진출은 1954년 마들렌 수녀의 한국방문으로 시작됐다. 나환자들 사이에 우애의 집을 짓고자 했던 수도회는 1955년 대구대교구 최덕홍 주교 초청으로 한국에 진출, 2명의 수녀가 경북 왜관 삼청동 나환자촌에 공동체를 마련했다. 이후 수도자들은 나환우들에게 효과적인 의료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와 연결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초창기 대구와 서울 명동성당 앞 마당 낡은 응급차 안에서 삶을 이어간 이들은 현재 서울과 대구, 광주, 대전 및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부산지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는 한국교회에서 공동체를 꾸려가는 38명의 수도자들을 비롯해 전세계 1300여명의 회원들이 세상 모든 이들의 형제와 친구로서, 가난한 이들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1년 12월 2일, 이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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