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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신앙과 심리: 배우자의 외도를 알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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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6-16 ㅣ No.262

[신앙과 심리] 배우자의 외도를 알았을 때

 

 

아내(40대 말)의 휴대폰에서 사진을 우연히 본 남편(50대 초)은 기가 막혔다. SNS에 실린 아내와 아내 남자친구의 밀착된 모습. 아내는 ‘중학교 동창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별일이 아니다’,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며 남편의 의심을 일축했다. 그 후 아내가 남자친구와의 통화 도중 우연히 내용이 녹음되었고 이를 남편이 듣게 된 후 가정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이들 부부는 결혼 20년 차로 최근 서로 대화가 없고 불만이 많아지는 등 갈등이 심화되었으나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지냈다. 남편은 일에 몰두하여 일중독이었고 아내는 부부사이에 결핍된 친밀감을 중학 동창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통한 일탈에서 찾았다. 자신이 가족을 위해 일하는 동안 아내가 중학교 동창끼리 남녀 짝을 이뤄 만나며 남편을 속이고 교외로 놀러 다녔다는 사실을 안 후 남편은 화가 나서 견디기 어려웠다. 숨 막힐 것 같은 고통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안 지 10주 후에 상담실에 왔고 고통으로 숨을 쉬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이혼 통계의 남성 이혼이 40대 중후반, 40대 초중반, 50대 초중반의 순으로 높다. 황혼이혼이 늘고 있지만 이혼율은 40~50대의 1/3밖에 안 된다(중앙일보 2014년 10월 7일). 이러한 이혼율의 증가 추세는 외도의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으며 일생에 가장 창의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하는 시기에 일탈의 소모적 낭비를 겪고 있다면 가정, 국가, 교회에 커다란 손실이다. 

 

처음부터 배우자를 그리고 아이들을 배신하고 괴롭히려고 외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잠시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려는 작은 일탈에서 시작된다. 그의 아내도 동창모임에서 만난 옛 친구와 대화가 통하고, 예전의 기억을 나누며 친밀감이 생기면서 재미있게 만나려는 생각이었다. 만남이 길어지면서 도를 넘게 되고 그래서 결국 꼬리가 잡히고 이들 부부생활에 위기가 왔다. 외도 사실을 알고 나면 부부사이에 위기가 오고 예상치 못한 사고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그 시기에 상담자의 개입이 매우 중요하다. 위기로 인식된 72시간이 가장 결정적인 시기이며 4-6주 내에 이 위기를 해결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남편은 위기시기에 분노와 수치심에서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다행히 미수에 그쳤다. 자살 시도를 막기 위해 아내가 남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켰고 남편이 동생의 도움으로 퇴원하는 과정에서 부부는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결국 별거로 이어져 아내는 친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다. 

 

배우자의 외도를 알았을 때 분노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보통 부부 중에 배우자의 외도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미 애정이 없는 사이일 것이다. 극도의 분노감을 가진 배우자에게 타당화가 필요하고 분노를 적절히 표현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외도 피해 배우자는 상대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보복하지 말아야 하고 이미 외도 사실로 손상된 품위를 더 이상 손상하려 하면 안 된다. 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배우자는 충분히 공감하고 인정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스런 반응이 줄어든다 하여도 신뢰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외도는 부부당사자는 물론 아이들에게도 많은 심리적 고통과 상처를 남긴다. 

 

남편은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편하게 하고 싶다고 호소하여 그가 매우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지 알 수 있다. 그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그리고 아내와 자녀가 없는 삶을 어찌 견딜지 몰라 불안하고 외로운 마음을 공감하며 그가 부부관계를 회복하려는 마음을 자각하도록 도왔다. 남편의 부모도 자신이 중학생인 사춘기에 이혼하였고 같은 상처를 아이들에게 주기 싫었다. 이혼으로 인한 경제적, 관계적 상실감도 큰 부담이 되었다. 그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그 동안 받은 상처를 눈감아 주겠다고 마음먹는 것으로 회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섣부른 용서는 오히려 더 깊은 부부문제를 야기하고, 남편에게 상처를 준 아내 또한 죄책감으로 반발하게 되어 외도 자체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남편이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외도는 어느 한쪽의 잘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부 모두의 책임이다. 남편은 부부가 정서적으로 부부관계의 친밀감을 갖지 못한 것에 자기 탓도 있음을 고백하였다. 마르틴 파도바니 신부는 ‘상처받은 관계의 치유’에서 이성적 용서, 감정적 용서, 영적 용서의 3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남편은 일중독으로 부부관계의 갈등을 회피하여 삼각관계를 만들었고, 아내가 일탈로 삼각관계를 만들었다는 부부관계의 역기능을 이해하고 의지적(이성적)으로 용서하려는 마음을 내야한다. 의지적으로 용서하고 나면, 다음 단계로 정서적 용서과정이 이어진다. 정서적 단계에서는 감정을 느끼도록 스스로 허용하고 감정을 처리하도록 문을 열어 놓아야 한다. 분노 감정 이면에 숨어 있는 모멸감과 좌절과 두려움을 알아차려 표현하는 것인데 그러한 과정을 심리상담사의 조력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편은 아직 이성적인 단계와 정서적인 단계에 있으며 그에게는 이 단계에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장기에 부모이혼 트라우마를 겪으며 미결된 상처가 아내외도 트라우마로 증폭되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하는 취약한 심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성적 단계인데 인간이 가진 취약성을, 유혹에 빠지기 쉽고, 넘어지기 쉬운, 그래서 때로는 악한 존재라는 것을, 즉 하느님 앞에 우리 모두 죄인임을 고백해야 회개와 용서가 이루어진다. “하느님 뜻에 맞는 슬픔은 회개를 자아내어 구원에 이르게 하므로 후회할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슬픔은 죽음을 가져올 뿐입니다“(2코린 7,10). 

 

* 유정인(리디아)씨는 한국 가톨릭 상담심리사 및 한국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상담심리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외침, 2015년 6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글 유정인(유리심리상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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