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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성당 이야기61: 후기 고딕을 불태운 플랑부아야 양식 - 루앙의 생마클루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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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1-10-17 ㅣ No.815

[성당 이야기] (61) 후기 고딕을 불태운 플랑부아야 양식


루앙의 생마클루 성당(Eglise Saint-Maclou de Rouen)

 

 

13세기 중반에 시작된 레요낭 양식은 15세기에 들어 점차 쇠퇴하고, 그 뒤를 이어 훨씬 더 장식적인 요소에 집중한 플랑부아양 양식이 후기 고딕을 주도하게 되었습니다. ‘플랑부아양(flamboyant) 양식’이란 네이브월의 창이 트레이서리에 의해서 불꽃처럼 타오르는 모양으로 분할된 장식 형태를 말합니다. 대체로 대형 성당의 증축에는 후기 고딕의 이러한 장식적 어휘가 사용되는데, 여기에다 이것과는 모순돼 보이는 르네상스 양식의 고전적 어휘가 섞이면서 두 양식의 혼재 양상이 16세기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반면에 증축이 아닌 새로 지어진 성당은 대부분 소형화된 단일 공간을 갖추며 자연스럽게 플랑부아양 양식을 취하였습니다.

 

생드니 대성당(2차 증축)과 생트샤펠에서 볼 수 있듯이, 레요낭 양식은 구조가 단순해진 성당의 전체 조도를 일정하게 맞추기 위해서 창의 면적을 넓혔고, 넓은 창이 분할되면서 장식 어휘가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플랑부아양 양식은 처음부터 장식 자체가 목적이었습니다. 창을 분할하는 랜싯과 오쿨루스의 일정한 규칙이 무너지면서, 여러 개의 오쿨루스들이 커다란 불꽃 모양의 단일 창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천장의 리브도 플랑부아양 양식을 취했는데, 엄청난 개수의 리브는 구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대신 플랑부아양의 기하학적 문양을 만드는 데 치중하였습니다. 파사드에도 플랑부아양 양식이 적용되어 입체적이었던 고딕 성당의 파사드는 평면적으로 바뀌고 그 위에 많은 장식이 얹혔습니다. 출입문도 장식적인 트레이서리로 구멍이 뚫린 스크린이 여러 장 겹쳐 있는 형태를 띠었습니다.

 

1436년에 착공된 루앙의 생마클루 성당은 플랑부아양 양식을 대표하는 성당입니다. 5랑식의 성당은 3베이의 네이브와 2베이의 성가대석 사이에, 네이브와 같은 폭의 트란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6베이의 작은 단일 공간을 갖는 전형적인 플랑부아양 양식을 취하였습니다. 네이브월은 3단 구성이지만 아케이드의 높이가 트리포리움과 클리어스토리를 합한 높이와 거의 같고, 아케이드층과 그 위층의 조도가 분명하게 구분이 되어 2단 구성으로 보입니다. 성당 외부 역시 플랑부아양의 장식을 위해서 출입구 벽체를 성당 본체로부터 띠어서 별도로 세웠습니다. 특히 다섯 개의 출입구 상부에 뾰족한 스크린을 설치하여 플랑부아양 양식의 트레이서리로 구획하였습니다. 후기 고딕의 플랑부아양 양식을 끝으로 쉬제의 생드니에서 시작한 프랑스 고딕 성당의 소개를 마칩니다. 다음 회부터는 프랑스와 숙명적 관계에 있는 바다 건너 영국의 고딕 성당 이야기로 새로운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2021년 10월 17일 연중 제29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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