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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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칼럼: 영화 로스트 도터 - 어머니 되기와 나로 살기, 선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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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1-11 ㅣ No.1307

[영화칼럼] 영화 ‘로스트 도터’ - 2022년 감독 매기 질런홀


‘어머니’ 되기와 ‘나’로 살기, 선택일까요?

 

 

모성애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일까요? 여성에게 아이는 정말 신의 축복일까요?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어머니 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고 인생일까요?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서 태어났고,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을 먹고 자랐기에 어머니란 존재가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과 축복과 선택을 거부하거나 피하려는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조건적 희생만을 강요하면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존중하지 않는 세상이 어머니의 존재를 점점 더 고통과 절망 속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로스트 도터』의 주인공인 마흔일곱 살의 대학 강사인 레다(올리비아 콜먼 분)도 그랬습니다. 스물셋과 스물다섯 살의 두 딸이 헤어진 남편에게로 가버린 후 혼자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온 그녀가 회상하는 모성애는 마냥 숭고하고 아름답고 희생적이지 않습니다. 어린 딸을 두고 늘 도망쳐버리겠다고 말하는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그녀는 절대 그런 어머니를 닮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내 몸 안에 있는 생명체를 격렬하게 사랑’하고, 아이가 태어나자 헌신적으로 돌봅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나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자신과 다른 모습에 혐오하고, 아이 기르기를 자신에게만 맡기는 남편의 이기심에 절망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진정한 내 모습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서’, ‘나의 삶을 위해’ 어머니는 말로만 했던 ‘도망’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사랑과 고통의 미묘하고 대립되는 모성의 이중성을 레다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을 해변에서 만난, 어린 딸을 돌보느라 지쳐가는 젊은 니나(다코타 존슨 분)에게 투영시킵니다. 니나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봅니다. 그래서 엄마에게만 매달리는 아이가 미워 인형을 훔치고, 도망쳐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고 니나를 설득하지만 실패합니다. 니나는 레다가 아닙니다. 그 순간 레다는 압니다. 자신의 선택으로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는 사실을. 『로스트 도터』는 이탈리아의 여성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페미니즘 소설이 원작입니다. 레다에게 ‘나’의 삶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레다는 ‘어머니로서 나’는 완전히 버릴 수 없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처럼 어머니는 인생의 소중한 선물이고, 삶에 대한 존중이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 인간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를 전해주는 헌신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두 딸과 남편을 두고 떠났다가 3년 만에 돌아왔을 때 레다는 “아이들과 함께할 때보다, 아이들이 없을 때 더 쓸모없게 느껴지고 더 절망적이어서”라고 고백했습니다. 딸들이 어릴 때 그렇게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해변에서 오렌지 껍질을 끊어지지 않게 뱀 모양으로 벗기며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어머니 되기’와 ‘나로 살기’는 어느 하나를 버려야 하는 선택이 아닙니다. 함께 가야 할 길입니다. 주님이 바라는 아름다운 삶으로 이미 성경 속에서 만나는 많은 어머니들이 보여주었습니다. 레다 역시 ‘잃어버린 딸’들을 다시 찾을 것입니다.

 

[2022년 11월 6일(다해)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서울주보 6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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