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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ㅣ 봉헌생활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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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7-02-27 ㅣ No.66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상)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창립 300주년 행사때 회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설립과 영성

 

『이 집의 목적은 하느님을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것입니다』

 

300여년 전 이탈리아 아씨시의 비아산 쟈코모에서는 오직 하느님만을 찾는 회원들의 「작은 모임」이 열렸다. 모임의 회원들은 쇠퇴해져 가는 프란치스칸의 정신을 쇄신하고 성 프란치스코 제3회가 다시 활성화되길 갈망했다. 그리고 이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범을 따라 다만 완덕을 추구하기 위해 거룩한 가난의 삶을 시작했다. 

 

1년 후인 1703년 1월에는 「델 질리오의 3회」라는 명칭으로 첫 공동체가 이뤄졌다. 이후 200년 간 33명의 정원제로 유지돼 온 이 공동체는 1902년에 이르러 전교수녀회로서 새 모습을 갖추고 해외선교에 나서게 됐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라는 명칭은 1977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시대적 요청에 따라 회칙과 함께 개칭된 것이다.

 

이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관구장=서계순 스텔라)」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때는 1980년 7월 13일. 이탈리아 아씨시 모원에서 양성을 받고 종신서원을 한 한국인 김골롬바 수녀를 비롯해 3명의 선교사에 의해 진출됐다. 1996년 9월에는 「한국 순교 성인 준관구」로 승격했고, 2001년 10월 관구로 승격했다. 수녀회의 설립자인 요셉 안토니오 마르케 셀리(1676∼1742) 신부와 안젤라 마리아 델 질리오(1658∼1736) 수녀는 각각 꼰벤뚜알 프란치스코회 소속 신부와 프란치스코 재속 3회 회원이었다. 

 

동정녀로서 프란치스코 3회의 이상을 완전하게 살기를 원했던 안젤라 수녀의 열망은 완덕생활에 대한 마르케 셀리 신부의 간절한 원의와 계획에 합해져 작은 모임을 이루게 됐다. 마르케 셀리 신부는 기도하는데 끊임이 없었으며, 금욕적 영신적 전기적인 성격의 책을 많이 펴낸 작가이기도 했다. 안젤라 수녀는 겸손과 사랑으로 극기와 기도생활의 큰 모범이었다.

 

설립자들은 성 프란치스코의 유언 말씀인 『형제 자매들이여, 하느님이신 주님께 대한 봉사를 시작합시다. 지금까지 정말 조금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말씀을 모토로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이 수도회를 설립한 가장 큰 목적은 성 프란치스코가 세운 3회의 회칙에 따라 사는 사람들의 쇄신과 성화의 장소가 되기 위함이었다. 공동체는 「하느님께만 맛들이고, 예수님께 기쁨을 드리며 마음은 살아있는 성령의 궁전」이 되며, 회개를 통해서 이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쳤다.

 

「회개」란 하느님만을 사랑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매일의 생활 안에서 작은 것들을 포기하면서 더 큰 포기와 자기 이탈을 지향하는 것이며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위해 자신을 위한 어떤 것도 남김없이 송두리째 바치는 것이다.

 

또한 설립자들은 「하느님께 맛들인다」는 것은 강한 사랑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사랑은 자신의 생명도 내거는 사랑이다. 특히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도회는 공동체 생활 안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귀중히 여긴다. 이 사랑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무한한 애덕의 원동력이 된다.

 

매일의 삶 안에서 작고 평범한 것들이 성화의 기회가 되는 삶.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의 생활은 회개의 삶을 살며, 인간을 위해 가난한 자 되신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초기교회의 모범에 따라 「가난」과 「형제애」에 대한 삶을 가꿔나가고, 성령이 살아 숨쉬도록 끊임없이 기도하고, 「자선 행위」를 실천하며 사는 것이다. [가톨릭신문, 2003년 7월 6일, 주정아 기자]

 

 

[영성의 향기를 따라서]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하)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는 사도직 활동에 있어서 관리자가 아닌, 가족과 같이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 사진은 백합어린이 놀이방 생일잔치 모습.

 

 

사도직 활동

 

『하느님의 부드러운 손길 안에서(Raccontando la tenerezza di Dio)』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의 역사는 이 섭리 안에서 300년이 넘는 역사를 보냈다. 활동 선교의 역사를 시작한 것은 101년, 수녀회는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피조물을 복음화하러 가라』는 말씀에 따라 성실한 응답을 해왔다.

 

현재 이탈리아 루마니아 잠비아 일본 러시아 등 12개 나라에 600여명의 수도회 회원들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는 1980년 7월 13일에 진출, 2002년 말 현재 15개 공동체에서 110명의 수녀들이 수도회 영성 실현에 생을 봉헌하고 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의 국내 첫 활동은 이탈리아인 강갈메리나 수녀와 5명의 첫 지원자들에 의해 싹틔워졌다. 진출 직후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자리잡은 공동체는 개인집이나 병원 등지서 빨래일도 하고 제대 초 제작에도 나서는 등 직접 생계를 꾸려나가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부산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나환우 자녀 교육에 봉사하며 꾸준히 사도직 활동을 넓혀왔다. 진출 초기에는 기존의 대형 수도회와 달리 교육지원도 충분치 않았고 3교대로 일터에 나가야 하는 힘든 여건이었지만 공동체 모두가 금요 성시간과 토요 단식 등에 충실하는 열심한 기도생활로 현재 공동체의 틀을 다졌다.

 

성 프란치스코는 그의 영적 자녀들에게 특별히 기도와 자선활동을 당부해왔다. 기도 중에 하느님에 대한 사랑을 자각했을 때 하느님을 위해 그분의 창조물에게로 그 사랑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할 수 있는 한 가난한 이들을 돕는 데 게으르지 말 것입니다. 도움을 청하지 않더라도 필요해 보이는 이에게는 애덕을 베풀 것입니다』라는 말씀에 따라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들을 우선 선택해 교회와 형제들을 위한 헌신과 봉사에 온 삶을 봉헌하고 있다. 

 

수녀회는 특별한 사도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사는 것 자체로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실현한다. 따라서 가난하고 낮은 이들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활동터로 결정한다. 현재 사도직 활동은 장애인, 아동, 청소년, 노인복지사업, 맹인선교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부터 이주노동사목과 병원 원목실의 활동까지 폭넓게 펼쳐지고 있다. 또한 장애아동 주간보호시설과 자활작업장을 비롯해 장애아동조기교육원과 유치원, 피정의 집, 기도의 집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또 나환우 정착마을인 신애공소 등에서 헌신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들은 소박하고 작은 규모로 이뤄진다. 본당사도직도 도시 외곽과 시골의 자그마한 본당에서 펼치고 있다. 현재 파견된 곳은 서울대교구, 수원교구 등 5개 교구 10개 본당이다. 

 

이러한 사도직 활동에서 수녀회는 관리자가 아닌 가족과 같이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둔다.

 

특히 수녀회는 성소자가 부족하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로 하는 해외 7개국 공동체에 21명의 선교수녀를 파견해 세계를 향해 도움의 손길도 뻗어내고 있다. 조만간 아시아의 선교를 위해 특히 인도네시아에도 선교수녀를 파견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수녀회는 외국인 노동자와 노인, 결손가정 아동들을 위한 봉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또 평신도 수도자 모두 영적 갈등을 느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영적 쉼터인 기도의 집을 건립하는 등 영성실현에 힘쓸 계획이다.

 

온 마음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함으로써 성덕에 도달하는 봉헌의 삶을 살고 있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회원들. 이들은 구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가난을 선택함으로써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라는 주님의 권고 안에서 매일 현존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2003년 7월 13일, 주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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